“검열을 벗어나 좀 더 제멋대로 행동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시즌 컬렉션을 구상하며 헬무트 뉴턴, 루디 건릭, 이브 생 로랑이 그야말로 자유로움 속에서 일하던 시절을 끊임없이 회상했어요. 당시의 에로티시즘은 사회변화를 대표하는 도구였죠.” 새 시즌 뉴‘ 로 에로틱’을 테마로 내세운 마르니의 쇼를 소개하며 디자이너 프란체스코 리소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쇼 노트에 쓰인 대담한 설명과 달리, 공개된 쇼피스는 극도로 절제된 모습이었다. 체인이나 파자마 셔츠, 흘러내린 듯한 슬리브가 등장했지만 다소 평범한 모습이었고, 간혹 존재를 드러낸 프린트 패턴이나 색감에서도 틀을 깨는 자유로움이나 해방감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몇 시즌째 주춤거리고 있는 마르니의 잠재력에 아쉬움을 느끼게 만드는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