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필로토는 지난 시즌부터 성숙한 여인을 위한 옷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두 디자이너는 런던의 오래된 사교 클럽인 리폼 클럽(Reform Club)으로 모두를 불러 모았다. 1930년대에 지어진 건물에 발을 들이자 런던 사교계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고풍스러운 공간이 실체를 드러냈다. 장소만으로도 두 디자이너가 새 시즌 테마를 무엇으로 정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실크와 벨벳 등 광택이 도는 패브릭으로 만든 모든 룩은 ‘로열’을 키워드로 삼은 듯했다. 이 중 특히 눈길을 끈 건 사교계 여성들이 밤낮에 상관없이 즐겨 입을 법한 랩 드레스. 부드럽게 몸을 감싸고 흐르는 드레스들은 하나같이 고급스럽고 근사했다. 피터 필로토의 이번 시즌 쇼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부합하는 룩이 등장하며 안정적이었지만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시도가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