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대 에디터는 안토니 바카렐로의 팬이 아니다. 하지만 첫 번째 룩, 두 번째 룩, 적외선 조명에 도무지 제대로 알아볼 수 없던 세‘ 컨드 액트’의 옷마저 모두 다 보는 이를 설레게 했다. 1980년대 스타일의 커다란 어깨, 그 어깨에서부터 일자로 뚝 떨어지는 간결한 실루엣. 도무지 스커트인지 재킷인지 드레스인지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옷들. 모델들의 머리에 씌워진 검은색 모자와 속살이 은근히 비치는 폴카 도트 스타킹. 비앙카 재거의 결혼식을 연상시키는 크리미한 컬러의 턱시도와 카이아 거버, 프레야 베하 에릭슨이 입은 피날레 재킷까지. 할 수만 있다면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였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이번 시즌 ‘미 제너레이션’의 대표 주자인 카트린 드뇌브, 비앙카 재거, 베티 카트루스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지금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는 말을 보탰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장장 6개월에 걸쳐 직접 손으로 ‘건축한’ 완벽한 어깨였다. 거울처럼 매끄러운 쇼룸에서 이 룩들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생 로랑이라는 브랜드에 다시 한번 사랑에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