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가 제시한 로맨스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전 세계 공통어가 바로 사랑이죠”란 그의 말처럼 무대 배경엔 스코틀랜드 출신 텍스트 아티스트 로버트 몽고메리의
유명 문구 ‘당신이 사랑한 사람이 위협이 되기도 하고 희망이 되기도 한다’가 빛을 발하고 있었고 객석엔 사랑에 관한 시집이 곱게 놓여 있었다. 컬렉션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로맨틱의 결정체였다. 키스하는 연인을 표현한 19세기 신고전주의 조각과 펑키한 분위기로 재해석한 장미꽃 프린트는 오프닝 룩을 포함해 쇼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또한 공기처럼 가벼운 느낌의 네온 컬러 실크 드레스, 드라마틱한 깃털, 튈, 시퀸 엠브로이더리로 장식한 가운이 줄줄이 등장했다. 오트 쿠튀르를 방불케 하는 하이엔드 룩에 묘하게 스트리트 무드를 더해 특별함을 강조한 것 역시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의 존재감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OST ‘Kissing You’가 흘러나오는 피날레까지 더해져 감동, 또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