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재료가 좋은 음식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는 패션에도 적용된다. 아뇨나는 최상급 원단을 사용하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게다가 시몬 홀러웨이는 하우스의 자산을 십분 활용할 줄 아는 디자이너다. 전 세계에 4대밖에 없는 앤티크 베틀로 직조한 옥사 실크로 트렌치코트를 만들고, 더블 페이스 센추리(Century) 캐시미어로 수트를 만드는 디자이너다. 원단에 대한 이해와 경외심도 남다르다. 그래서 그는 원단이 가장 돋보이는 옷을 만든다. 이번엔 1970년대 후반 그리고 1980년대 초반에서 영감을 받았다. 신발, 가방 같은 액세서리보다는 옷 자체를 멋으로 여겼던 시절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입던 일상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수트, 트렌치코트, 원피스의 패턴은 모두 아뇨나 아카이브에서 찾았다. 요즘 유행하는 요소는 손톱만큼도 가미하지 않았지만 컬렉션 자체는 꽤 동시대적이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러니까 돈이 많다면) 매일 입고 싶은 옷이다. 지금 당장은 물론 40년 뒤에도 즐겨 입을 수 있는 컬렉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