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샬라얀이 내놓은 새 시즌의 첫 번째 쇼피스는 춤을 추는 하나의 유기체 같았다. 그는 이토록 강렬한 오프닝 룩을 통해 움직임에 관해 고찰했고,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헴라인에 와이어를 넣어 바람에 나부끼는 듯한 형태로 완성한 스커트, 자유자재로 잘라내 걸을 때마다 나풀거리는 컷아웃 셔츠 등 이후 등장한 룩은 앞서 공개한 것과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지만, 움직임을 강조한 점에선 맥을 같이했다. 단정하고 정갈한 컬렉션은 충분히 멋스러웠다. 시어한 니트 슬리브리스 톱에 롱스커트와 샌들을 쿨하게 매치한 룩은 당장이라도 따라 입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어디선가 본 듯한 패턴과 지나치게 실용적인 디자인은 1990년대를 풍미하고, 대영제국 훈장까지 받았던 디자이너를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게 만들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