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 비아르의 첫 번째 레디투웨어 컬렉션이 공개됐다. 그녀가 진두지휘한 레디투웨어는 과연 어떨지, 쇼 시작 전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그랑 팔레는 파리의 상징인 고즈넉한 루프톱으로 변신해 있었다. “파리의 지붕에는 누벨바그의 분위기가 담겨 있습니다. 영화 <세버그>에서 진 세버그의 인생을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당시 가브리엘 샤넬이 디자인한 의상을 입고 연기한 배우들을 떠올렸습니다.” 곳곳에 굴뚝이 있는 아연 지붕과 보도 위를 거니는 샤넬 걸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단숨에 버지니 비아르가 꿈꾸는 파리의 낭만이 전해졌다. 1960년대 풍 트위드 미니 점프수트, 사랑스러운 A라인 태피터 스커트, 발목까지 내려오는 데님 사브리나 팬츠 등 진 세버그가 2020년을 살고 있다면 입었을 법한 룩의 향연이었다. 컬렉션은 전반적으로 소녀 감성에 젖어 있었고, 대체로 실용적인 옷이 이어졌다. 버지니 비아르의 확고한 취향과 샤넬의 새로운 비전을 느낄 수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샤넬만이 보여줄 수 있는 파격적이고 강렬한, 쇼다운 쇼가 그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