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아 윅스테드의 쇼에는 빅토리아 시대의 우아함과 현대적 간결함이 공존했다. 런던 패션계에는 그녀와 비슷한 포지션을 취하는 디자이너가 많지만, 적어도 레이디라이크 룩을 에밀리아 윅스테드처럼 세련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유행은 신경 쓰지 마, 큰 모자를 쓰고 싶다면 편하게 쓰면 돼!” 루이자 메이 올컷이 쓴 <작은 아씨들> 속 로리 로렌스의 말에서 영감 받은 이번 쇼는 디자이너의 영민함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선명해지는 색감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형태는 멋스러웠고, ‘의도한 촌스러움’이 느껴지는 꽃무늬나 커다란 누비이불 같은 드레스는 스타일리시하게 느껴졌다. 에밀리아 윅스테드는 이러한 쇼피스를 통해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자신만의 고유성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