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홀랜드의 새 시즌 쇼를 보고 있자니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옛말이 떠올랐다. 촉망받는 디자이너이자 유쾌하고 위트 있는 옷을 만들어내는 헨리 홀랜드는 적어도 이번 시즌에 한해서는 나무에서 완벽하게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의 디스코와 광란의 파티 무드를 주제로 삼았지만, 레이스업 부츠 컷 팬츠나 요란한 색의 레오퍼드 스커트, 원색이 뒤섞인 슈즈와 백은 세련되지 않다는 인상을 줄 뿐 테마를 성공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뿐 아니다. 새 시즌 컬렉션에서는 화려한 패턴을 절묘하게 섞는 그의 능력도, 독특한 방식으로 직물을 직조해내는 하우스의 섬세한 기술력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세‘ 상에 환멸을 느낀 젊은 세대에게 남은 건 밖으로 나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뿐’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그의 컬렉션에 남은 건 안타깝게도 실망감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