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베컴 같은 미니멀리스트들의 존재감에 잠시 가려졌지만, 런던은 예술적 패션의 선구적 도시다.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만들어낸 창의성의 계보를 가장 성공적으로 이어가는 디자이너 매티 보반은 모델들의 머리에 직사각형 렌즈를 부착하고, ‘rescue’ 같은 단어를 새겨 넣어 영국의 혼란을 표현하고자 했다. 얽혀 있는 매듭과 패턴, 구명복 같은 수트 등 한마디로 정신없어 보이는 쇼피스들은 그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출했다. 2016년 데뷔와 동시에 자신만의 디스토피아를 구축하고, 디자인으로 다양한 사회적 담론을 제기한 그의 시도가 브렉시트라는 국가적 상황과 맞물리자 엄청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신진 디자이너를 위해 마련된 소규모 홀에서 조용하게 진행한 쇼였지만, 그의 다음 시즌에 대한 현장의 기대감만은 다른 어떤 쇼에도 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