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 고다드는 시몬 로샤와 공통점이 많다. 로맨틱하지만 이따금 고딕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디자인, 르 스모킹과 같은 봉제 기법의 사용, 풍성한 실루엣, 주목받는 젊은 디자이너라는 사실까지 비슷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 쇼를 계기로 두 디자이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전망이다. 몰리 고다드가 시도한 변화가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험적인 형태가 등장했고, 처음으로 데님을 사용한 점도 새로웠지만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페티코트처럼 생긴 스커트는 그녀 특유의 사랑스러움 대신 우스꽝스럽다는 느낌을 갖게 했고, 가방을 비롯한 여러 액세서리는 이렇다 할 감흥을 주지 못했으며, 실용성의 부재를 상쇄할 만한 어떤 매력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신예 디자이너가 둔 자충수를 눈앞에서 목격하는 건 생각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