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메로벤투노 백스테이지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쇼 시간이 임박했는데도 드레스에 한쪽 팔만 끼우거나, 스웨터에 목만 끼우고 있던 모델들 때문이다. 쇼가 시작되고 나서야 이는 의도된 연출이라는 걸 알았다. 엉망으로 잠근 단추, 찢어진 소매와 원숄더 드레스로 연출한 셔츠 드레스까지. 알레산드로 델라쿠아는 1971년 이브 생 로랑의 스‘ 캔들 컬렉션’ 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는 오트 쿠튀르만이 존재하던 파리에서 지극히 기성복 같은 룩을 선보이며 최악의 컬렉션이라는 평을 받았다. 델라쿠아는 최근 누메로벤투노에 오트 쿠튀르급 시도를 하고 있다. 기성복에 쓰지 않는 고급 원단에 장인정신을 불어넣은 재단을 가미한다. 그렇게 공들여 만든 옷을 이렇게 대충 걸쳐 입혔다. 과해 보일 수 있는 크리스털 장식 스웨터가 부담스럽지 않고, 평범한 원피스가 특별해 보인 이유다. 틀을 깨는 새로움은 사소한 곳에서 나온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위트를 가진 귀여운 반항아 알레산드로 델라쿠아를 높이 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