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필로토가 돌연 런던을 떠나 밀라노에서 컬렉션을 선보였다. 화려한 데 면역력이 강한 도시이니만큼 과한 컬렉션을 선보일 거라 기대했지만 피터 필로토는 한껏 절제된, 성숙하면서도 웨어러블한 룩을 준비했다. 데님 재킷과 셔츠 드레스, 저지 프린트 드레스와 유틸리티 재킷을 매치한 룩은 휴양지는 물론 평상시에 입어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파티 룩도 빼놓지 않았다. 쇼 후반부의 연두색 드레스나 니트 투피스는 기존 고객을 만족시킬 것이 분명했다. 처음으로 남성복도 공개했다. ‘남성복’이라기보다 ‘남자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라 표현한 니트 피케 셔츠, 파자마 수트, 청키한 니트 톱과 쇼츠는 우리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옷이었다. 이탈리아계 영국인인 피터 필로토는 평소 이탈리아 원단에 남다른 애정이 있다고 했다. 쇼를 옮기기 전부터 일부 컬렉션은 이미 이탈리아에서 제작 중이었다고. 이탈리아의 장인정신, 젊고 유능한 런더너들의 위트가 낳은 결과물을 더 많이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