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발 구룽의 컬렉션은 늘 사회문제를 주제로 삼는다. 2017년 이후 줄곧 페미니즘에 주목해 컬렉션을 구상한 그의 쇼는 이번엔 최근 들끓는 이민자 논쟁에서 비롯됐다. 누‘ 가 미국인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다양한 문화를 조금씩 융합한 룩으로 답했다. 편안한 스포츠웨어부터 상류층이 입을 법한 칵테일 드레스, 동양 전통 의상에서 가져온 광택 있는 소재나 데님까지. 소득 수준과 인종을 막론하고 모두 미국인이 될 수 있다고 외치는 듯했다. 이렇게 심각한 사회문제를 컬렉션의 주제로 삼았지만 쇼의 무드는 밝고 경쾌했다. 꽃이 주는 로맨틱한 느낌이란! 미국 국화인 장미를 거의 모든 룩의 디테일로 활용한 것이 쇼의 분위기를 경쾌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렇듯 알고 보면 더 흥미로운 프라발 구룽 컬렉션은 쇼를 볼 때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운이 더 짙어진다. 패션 인사이더들이 환호하는 매력적인 옷을 만드는 건 아니지만 옷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은유적으로 표출하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디자이너임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