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산다의 특징은 극도로 정돈된 로맨티시즘이다. 이 고유성 안에서 록산다 일린칙은 매 시즌 크게 달라지지 않는 실루엣과 스타일링을 선보인다. 특별히 강조하는 주제도 없다. “건축과 예술, 패션을 한데 섞고 싶었습니다. 런던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스타일이죠.” 심지어 짧게 얘기한 연출 의도도 형식적인 것일 뿐, 쇼를 감상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록산다의 쇼는 정확히 옷에 집중돼 있다는 얘기다. 이런 쇼를 대할 때면 어렵거나 거창한 테마를 내세운 쇼만이 훌륭한 가치를 가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번 시즌 록산다는 감각적인 색채 조합과 이따금 등장하는 거대한 드레스의 조형적 아름다움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으며, 패션이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