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의 혁명가이자 철학자인
안드레아스 크론탈러는 호텔 드 빌로
관객을 초대했다. 대혁명기에 공포정치를
행하던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가
처형 전 총격을 당한 장소로 알려진
호텔 드 빌은 노동자 계급에게서 영감을
받는 그의 쇼를 위한 최적의 장소다.
그의 상상 속에서 노동자들은 호텔
드 빌을 점령하고 있고, 강렬한
색감의 옷은 그들에게 힘을 보태는
요소였다. “옷 입는 방식을 통해 악한
것을 쫓아내려고 했습니다. 사실
옷차림이라는 건 활용할 가치가 있는
아주 강력한 도구죠.” 그의 설명처럼
자유분방하게 레이어드한 룩과 마늘을
엮어 만든 액세서리는 강렬함을 넘어
주술적인 분위기까지 자아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쇼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폐기물로 만든 단추나
GOTS(친환경 원단의 품질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 인증을 받은 면을
사용한 것. 대중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환경과 사회에 대한 고찰이 녹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