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된 파워 숄더와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듯 낙낙한 실루엣의
스크런치 부츠, 허리를 잘록하게 강조한
드레스와 한쪽 어깨를 과감하게 잘라낸
원숄더 드레스까지. 이자벨 마랑 쇼에
등장한 옷들은 언뜻 보아도 디자이너가
누군지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한 색을 지녔다. 각각의 아이템은
보헤미안 분위기를 짙게 풍기면서도
연출하기에 따라서 현대적으로
해석된다. 그런 점은 고유한 스타일을
가지고 싶어 하는 현대 여성들이
이자벨 마랑을 이상적인 선택지로
여기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이패션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자벨 마랑의 새 시즌 쇼는 직전,
혹은 더 이전 시즌에 섞여 있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익숙하고 식상한
디자인 일색이었다. 실용성만을
생각한다면 완벽했지만,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종종 관객을 놀라게
만들던 디자이너의 안주에는 아쉬움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