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ZO
KENZO
지난 몇 년간 겐조는 지난한 침체기를
겪었다. 컬렉션 피스들은 난해했고,
수정 과정을 거쳐 매장에서 판매하는
옷들은 유치했으며, 레트로 트렌드에
편승하고자 야심 차게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기용한 광고 캠페인까지
‘세기말스럽다’는 혹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등장에는 어마어마한
관심이 쏟아졌다. 라코스테 컬렉션을
통해 모던 스포티즘의 정수를 보여준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가
브랜드를 소생시킬 거라는 모두의
기대감 속에 쇼의 막이 올랐다. 그러나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중동의
전통 복장을 연상시키는 실루엣은
지루했고, 브랜드를 상징하는 호랑이와
카무플라주를 애매하게 재해석한
패턴은 세련되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부임 이후 첫 시즌은 대체로
‘적응기’로 여기기 때문에 아직
단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가
지금껏 보여준 뛰어난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는 점에서는 큰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