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갈리아노는 몇 시즌째 받고 있는
난해하다는 혹평에서 벗어나는 데는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대신 그는 새
시즌 쇼를 통해 사회문제를 디자인에
반영하는 일에 몰두했다. 남성 모델에게
스커트를 입히거나 코트 아래 맨다리를
드러내게 함으로써 젠더리스 패션에
관한 생각을 담아냈고, 자투리 가죽으로
제작하는 ‘레시클라(Recicla)’ 라벨의
시그니처 백을 공개하며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문제의식까지 가감 없이
표한 것. 동시에 그는 한쪽 팔과 목만을
겨우 감싸는 코트, 칼라와 여밈 부분만
남겨둔 재킷 등으로 해체주의라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중요한 정체성
역시 지켜냈다. 새 시즌 쇼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대중으로부터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저기 잘라내거나
기운 듯한 드레스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싶은 사람은 몇 없을 테니까.
그러나 패션을 단순한 옷이 아닌 다양한
사회문제를 담아내는 토론의 도구로
생각한다면, 보는 이들의 경각심을
자연스럽게 일깨우는 그의 컬렉션은
언제나 유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