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피날레 인사는 보통
멋쩍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끝난다.
프란체스코 리소는 토끼 가면을
쓰고 런웨이를 배회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했다. 쉼 없이 ‘Inside’를
속삭이던 음악도, 얼굴에 온통 페인트와
글리터를 뿌린 메이크업도, 패치워크가
난무했던 컬렉션도. 마르니를 오래
사랑한 팬이라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거다. 우리가 알던 마르니와 다른
건 사실이니까. 이번 컬렉션은 원단
조각에서 시작됐다. 재활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패션을 꿈꾸기보다 남아
있는 것을 아름답게 활용하는 방법을
꾀했다. 가죽, 코튼, 반짝이는 천을 꿰어
붙인 시프트 드레스, 커다랗고 긴 코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디자인했다는
베틀로 직조한 양단과 태피스트리로
만든 드레스는 앉아 있던 자리의
불편함을 잊고 쇼에 빠져들게 했다.
프란체스코 리소가 만드는 마르니는
확실히 이상하지만 아름답다.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의 위대함을 칭송하고,
점점 사라져가는 공방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마르니라는
브랜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
고 말했다. 그 마음에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