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테이션엔 거울이 들어 있었다.
인스타그램의 노예인 에디터는 쇼장으로
향하며 본능적으로 ‘거셀’을 찍었다.
쇼장 입구엔 거울로 만든 홀이, 쇼장엔
게스트를 라이브로 스트리밍하는
LED 스크린이 설치됐다. 지난 시즌
정글 드레스를 입은 제니퍼 로페즈를
등장시키며 인스타그램을 폭파했던
베르사체는 이번 시즌 쇼장을 찾은
게스트들의 ‘거셀’로 인스타그램을
도배할 계획이었다(모두가 그 계획에
기꺼이 동참했다). 베르사체는
처음으로 남성/여성 컬렉션을 함께
선보였다. 타 디자이너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베르사체는 본래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브랜드가 아니다. 혼성
컬렉션을 선보인다고 해서 유니섹스
룩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대신 남성과
여성 버전의 핫핑크 수트, 지브라 프린트
셋업, 섹시한 이브닝 룩은 그 누구보다
화끈하게 보여줬다. 웬만한 티셔츠보다
짧은 드레스를 입은 켄달 제너가 쇼의
마침표를 찍었다. 피날레 인사를
기다리고 있을 때 LED 스크린에 등장한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정중하게 인사하고
컴퓨터 화면이 꺼지듯 한순간에
사라졌다. 사이버 세상에만 실존하는
존재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