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 리치는 본래 오트 쿠튀르 하우스다.
1932년부터 꽤 근래까지 고급스럽고 우아하면서 여성스러운 드레스를 전문으로 선보이던 곳.
근래의 니나 리치는 어땠을까?
젊음을 한두 스푼 더하고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어딘가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리시 헤레브르와 루시미 보터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물려받은 이후로는 조금 달라졌다.
‘일상을 위한 오트 쿠튀르’를 지향하는 디자이너 듀오는
오트 쿠튀르적인 실루엣에 기능성 원단을 사용해 꽤 현실적인
컬렉션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
니나 리치의 아카이브 원단을 활용한 셔츠와 스커트,
버튼으로 실루엣을 마음껏 조작(?)할 수 있는 점퍼와
지퍼로 여밀 수 있는 매끈한 실루엣의 수트 등
여자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피스들을 세련되게 뒤섞었다.
니나 리치에서는 낯선, 하지만 디자이너 듀오의 브랜드 보터에서는
본 것 같은 번쩍이는 나일론 소재, 퍼 칼라 레인코트도 어색하지 않게 어울렸다.
디자이너 듀오가 누누이 얘기한 오‘ 트 쿠튀르와 일상복 사이’가 바로 이 지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