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May Issue

#Families

월드 리포트 인터뷰 원고를 읽던 중 김선희 피처 에디터의 다음 질문이 계속 마음속에서 메아리쳤습니다. “가족의 범위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윽고 망설임 없이 돌아온 답변. “돌봄, 존중, 이해를 주고받는 관계라면 어떤 형태든 가족이라 말할 수 있다”는 한마디가 전한 깨달음은 제게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닌 함께 나아가는 이들, 어느새 가족의 범주 안으로 들어온 #Team_MarieClaire를 바라보았습니다.

#We Are

이달, 마리 팀은 눈 코 뜰새 없이 분주했습니다. 유선애 피처 디렉터는 제12회 마리끌레르 영화제 포스터를 위해 1백30여 년 된 영화관에서 배우 탕웨이를 마주했고, 강예솔 피처 수석 에디터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위크가 펼쳐지는 밀라노에 도착해 감각적인 공간을 누비는 한편, 김선희 피처 에디터와 함께 새 가족이 된 세 가족을 만났습니다. 나아가 김선희 에디터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큐레이터 키아라 아그라디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홍이지를 만나 현대미술의 힘, 예술의 가치에 대해 사유했죠. 저 역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공동 주최한 론 뮤익 개인전 프리뷰 행사에 참석했는데, 한 작품을 오랫동안 응시하게 되었습니다. 양 손 가득 생필품을 구매한 여인의 품에 안겨 있는 아기는 고개를 들어 오롯이 간절하게 ‘엄마’라는 존재를 바라보더군요. 지극히 생생하고도 생경하게,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한 채 삶을 현재진행형으로 이끌어간다는 사실을 되새겼습니다. 한편 현정환 에디터가 아이들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진행한 메이크업 화보도 신선한 교감을 이뤄냈으며, 마리 마니토를 통해 에디터들이 서로에게 선물하고 싶은 물건과 그 이면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얼마 전 넷플릭스 화제작 <폭싹 속았수다>에 등장한 박보검 배우를 기억하시나요. 지극히 순애보적인 동시에 이른 나이에 가족을 든든하게 지탱하는 청년 가장, ‘양관식’이라는 배역으로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안겨준 그의 역할이 수많은 아버지들의 눈물을 자아냈죠. 특히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가족만을 위해 꿋꿋하게 나아가며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두루 표현해낸 그의 잊을 수 없는 표정을 이달의 커버 화보에도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소년과 청년의 얼굴을 오가며 우리를 미혹한 박보검의 깊이 있는 화보가 탄생했습니다. 현장을 진두지휘한 정평화 패션 디렉터뿐만 아니라 영상 인터뷰를 진행한 현승일 디지털 에디터까지 모두 그의 해사한 웃음과 감사의 표현에 녹아들었다는 후문이 들렸습니다.

#Companion Animal

국내 역사상 기록적인 초대형 산불이 나자 애타게 이름이 불린 이들은 단지 사람만은 아니었습니다. 산불에 희생된 수많은 동물을 구조하러 나선 동물 보호 단체 회원들은 화마에 그을린, 하지만 꿋꿋하게 살아남은 주인공들을 구조하고 돌보았습니다. 이 역시 ‘돌봄, 존중, 이해’라는 미덕을 바탕으로 한 가족의 범주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를 담아 최인선 패션 에디터가 반려동물을 모델과 함께 담아낸 화보를 기획했고, 그렇게 뽀뽀, 생쥐, 차코, 곰이, 감자, 아치 등이 가족사진을 함께 찍었죠.

#Watches & Wonders Geneva 2025

삶의 가장 중요한 재화 중 하나인 시간. 지난 4월 초, 제네바의 워치스 앤 원더스 2025 현장을 누빈 김지수 패션 수석 에디터와 최인선 패션 에디터. 전 세계 워치메이커의 각축장인 이곳에서 시계의 기계적 미학과 창조적 장인정신의 숨결을 한껏 느낀 이 둘은 시간 여행자를 자처하며 워치스 앤 원더스 스페셜 인사이드 에디션 을 완성했습니다. 이달 자신 있게 선보이는 이 아름다운 지면에는 가장 정확하고도 예술적으로 시간을 기록하고자 한 이들의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자, 이제 서로에게 다정한 위안을 건넬 시간입니다. 바로 오늘, 내 곁의 의미있는 존재들에게 용기를 내어 사랑의 표현을 건네보는건 어떨까요. 마치 박보검 배우가 극중에서 유치환의 시 <깃발>의 한 구절인 ‘소리없는 아우성’을 외치는 것처럼 말이죠. 나눌수록 커지는 건 우리의 마음, 희망과 행복일 테니까요.

<마리끌레르> 편집장 박 연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