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라 허스트의 신념

우루과이 출신 미국인 디자이너는 패션 산업과 경제를 근본적으로 재고할 필요성을 우리에게 화두로 던졌다. 끌로에에서 2년째 아트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그는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풀려는 것일까? 뉴욕 맨해튼의 사무실에서 우리를 맞이한 그가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그 비법을 설명해주었다.

CHLOÉ

THEME 사랑에 관한 모든 것 INSPIRATION 20세기 예술 작품 PALETTE 크림, 버터스카치, 피치 FAVORITE LOOK 멀티컬러 가리비 패턴 가죽 패치워크 드레스 POINT 비콥(B Corp) 승인을 받은 친환경 기업답게 전 제품을 식물성 염료로 염색했다. 해양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하는 케냐 기업 오션 솔(Ocean Sole)과 협업해 완성한 플립플롭, 기존 모델보다 온실가스를 35% 적게 배출하는 ‘나마’ 스니커즈 등 다각도로 지속 가능한 패션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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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로에는 창립자 가비 아기옹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공표했다. 이는 가브리엘라 허스트를 브랜드의 새로운 수장으로 내세운 전략에서도 확인됐다. 가브리엘라는 영민하게 자신의 브랜드에서도 가장 중요시하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철학을 끌로에에 고스란히 주입했다. 합성섬유와 인조섬유를 제외하고 재활용과 재사용한 유기농 데님과 실크, 캐시미어 등을 주재료로 사용한 것은 물론 부자재도 도금을 최소화했다. 끌로에의 상징인 이‘ 디스’ 백의 새로운 버전 중 50점은 빈티지 이디스 백과 이번 컬렉션을 만들고 남은 소재를 조합해 완성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노숙인에게 최적화된 수트를 무료로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셸터수트와 함께 ‘셸터수트 끌로에 백팩’을 제작해 백팩이 하나 팔릴 때마다 셸터수트 두 벌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사회에도 공헌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다양한 영역에 걸친 고민 끝에 탄생한 첫 끌로에 컬렉션이 심미적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이다. 동시대 여성들의 낮과 밤, 그리고 신념까지 책임질 컬렉션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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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장기화하며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썼다. 끌로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나타샤 렘지 레비 역시 컬렉션을 구현하는 방식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 결과 팔레 드 도쿄에 세운 캣워크 뒤 스크린에 파리 거리를 배경으로 2021 S/S 룩을 입은 모델들을 생동감 있게 촬영한 영상이 송출됐다. 모델들은 셀피를 찍거나 서로 웃으며 대화하는 등매우 자유로운 모습으로 화면을 채웠다.‘희망의 계절’을 주제로 구상한 컬렉션 곳곳에도 디자이너가 의도한 긍정적인 요소가 담겨 있었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그런지 룩을 기반으로 야생화 오브제를 다채롭게 구현해내는 한편 ‘HOPE’라는 단어를 티셔츠부터 벨트버클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새겨두었다. 게다가 피날레에는 알제리 출신 배우소피아 부텔라가 예고 없이 등장했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하게 준비한 선물을 받은 듯 기분 좋은 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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