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INE

패션위크 중 모델들의 OOTD를 본 적 있는가? 오래 입어 자연스레 색이 바랜 데님 팬츠, 크롭트 톱에 디자이너에게 선물 받았을 것 같은 ‘값비싸 보이는’ 재킷, 피곤한 얼굴, 푸석푸석한 머리. 마지막으로 흰 양말에 부츠를 신고 알 수 없는 브랜드의 캡을 눌러쓴 모습. 콕 집어 말할 수 없지만, 에디 슬리먼이 유난히 잘하는 것 중 하나도 바로 이것. 꾸미지 않은 듯 꾸민, 흔히 ‘파리지엔 시크’라고 하는 룩을 완성해내는 것이다. 파리 외곽에 자리한 보르비콩트성 정원에서 바람을 헤치며 걷는 모델들은 구성은 다르지만 모두 이 같은 차림이었다. 시퀸을 장식한 톱과 데님 팬츠, 플란넬 셔츠와 배기팬츠, 짧은 사파리 재킷에 왕가 여인들의 전유물이던 크리놀린을 입은 모습은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에디 슬리먼은 자신의 추종자들이, 셀린느라는 브랜드에 오래 열광해온 이들이, 아니 지금을 사는 여자들이 갈망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50~60 대 여성부터 Z세대까지 모두 만족시킬 컬렉션이다. 에디 슬리먼의 셀린느에 그리 열광하지 않던 에디터도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 봤다. 한숨을 쉬며.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에디 슬리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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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이 끝나자마자 SNS를 중심으로 셀린느 쇼를 향한 찬사가 이어졌다. 새봄에는 꼭 에디 슬리먼이 구현한 셀린느 스타일로 입을 것이라는 다짐과개인적인 취향에 꼭 맞는다는 호평이 지배적이었다. ‘한 세대의 초상(Portraitof a Generation)’을 테마로 선보인 이번 쇼는 모나코의 탁 트인 스타드루이 II 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쇼가 시작되자 셀린느 로고를 프린트한 야구모자를 쓴 늘씬한 모델들이 Z세대의 구미에 꼭 맞는 옷차림으로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죽라이더 재킷과 베이식한 조거 팬츠에 스니커즈를 신거나 1970년대 소녀가 연상되는 플리츠 드레스에 투박한 플랫폼 부츠를 신은 스타일은 동시대 젊은이들이 열광할 만했다. 이 밖에도 브랜드 로고로 포인트를 준 크롭트 톱과 스테이트먼트 재킷, 트랙 수트 등 이른바‘요즘 아이들’이 즐겨 입는 옷이 대거 등장했다. “프렌치 부르주아 소녀들이 엄마 옷장에서 찾아낸 옷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런지하게 스타일링한거예요.” 사실, 아이템 자체의 참신성이 떨어지는 건 약간 아쉬웠다. 그러나 에디슬리먼이 이번 시즌 소수의 마니아뿐 아니라 대중의 니즈를 고루 만족시킬만큼 트렌디한 쇼를 선보인 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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