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선택의 연속이라 했던가.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운 시절을 살면서 여생을 함께할 상대를 골라 영원을 약속하고 나면 비로소 모든 고민이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무경험자의 섣부른 오만. 결혼을 약속한 순간부터 시작되는 선택의 무한 루프는 예비 신부의 숙명이나 진배없다는 걸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나의 결재를 기다리는 수많은 선택지 속 어딘가에서 내가 이토록 우유부단한 사람이었던가 싶어 자괴감을 느낄 때쯤 다시 한번 크나큰 복병이 찾아오는데, 바로 웨딩 헤어와 메이크업이다. 이른바 ‘스드메’에서 ‘메’를 담당하는 미용실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순간. 욕심나는 만큼 선택의 난도가 수직 상승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인지도가 높고 네임 밸류가 높은 뷰티 숍일수록 그에 상응하는 데이터와 오랜 노하우로 고객의 니즈를 좀 더 세밀하게 파악하는 편이에요. 당연히 실패 확률도 적고, 만족도도 높죠.” VIP 웨딩과 이미지 컨설팅 분야에서 활약 중인 청담더웨딩 문정경 대표의 조언. 문제는 비용이다. 일생일대의 순간인 만큼 누구나 최고급으로 선택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지만, 늘 그렇듯 현실은 철옹성 같은 예산의 벽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헤어와 메이크업 비용은 등급에 따라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주어진 예산 안에서 본인의 취향과 로망을 실현해줄 단 한 명의 파트너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블랙 드레스 Bridal Kong.

Select The Partners

Step 1
정해진 예산 안에서 웨딩 플래너에게 추천 숍 목록을 요청한다. 플래너가 따로 없다면 바로 다음 단계로 건너뛰기. 보통은 리스트를 받은 뒤 웨딩 커뮤니티나 유튜브 등을 통해 후기를 검색하겠지만, 일반인은 속기 십상인 바이럴 마케팅이 숱하고, 헤어와 메이크업만큼 ‘사바사’인 것도 없어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뷰티 숍의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샅샅이 파헤치는 편이 낫다.

Step 2
다 거기서 거기인 듯 비슷해 보이는 웨딩 스타일링일지라도 극도로 자연스러운 무드부터 트렌드를 민감하게 반영한 룩까지, 숍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공식 SNS를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리스트의 반은 걸러진다. 이때 예비 신부들이 흔히 하는 또 다른 실수는 수많은 포스팅 가운데 특정 한두 컷에 꽂혀 숍을 선택하는 거다. 반드시 일부가 아닌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집중할 것.

Step 3
숍을 고르는 데까지 왔다면 절반의 성공은 이룬 셈이다. 이제 대면 미팅을 할 차례. 상대는 선택한 뷰티 숍의 웨딩실 상담 실장이다. “사전 상담을 통해 예비 신부는 숍 측에 자신의 니즈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숍은 고객 개개인이 지닌 이목구비의 장점과 특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아티스트를 매칭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순수 웨딩실 김지윤 부장은 아직 원하는 스타일을 찾지 못했더라도 꼭 사전 상담을 신청해 미용실과 함께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Step 4
마지막 치트키는 ‘디자이너 지정 서비스’다. 인기 살롱에서는 당일 스케줄에 따라 무작위로 디자이너가 정해지는데, 스냅 촬영과 본식 때 다른 스태프가 배정되는 일도 적지 않다. 최악의 경우 시간차를 두고 여러 아티스트가 공장식으로 분업해서 작업하기도 한다. 디자이너를 지정하면 이러한 상황을 맞을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퍼프소매 핑크 드레스 My Daughter’s Wedding.

BE YOURSELF

여자라면 누구나 결혼식 날만큼은 역대급 미모로 기억되고 싶기 마련. 메이크업 컨셉트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웨딩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순수 청담 본점 정안 원장은 콕 집어 ‘덜어내기’를 강조했다. “피부 속에서 광이 올라오는 매끄럽고 간결한 피부 표현, 이목구비를 또렷하게 살린 음영 메이크업, 올드하거나 인상이 강해 보이지 않도록 절제된 색조 사용. 이 삼박자가 어느 하나 과하지 않고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핵심입니다. 최근 결혼 적령기가 늦춰지면서 거의 모든 신부가 ‘동안’에 집착하는데, 그보다 중요한 건 전체적인 조화예요. 먼 훗날 이날의 사진을 보더라도 촌스럽거나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려면 메이크업부터 헤어, 드레스, 그리고 식장의 분위기까지 한데 어우러져야 하거든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걸친 듯 어색해 보이는 신부 메이크업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보보리스 선하 부원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나에게 어울리는 메이크업이 남과 똑같을 수 없어요. 평상시에도 마찬가지지만, 결혼식 때는 더욱 그렇죠. 어떤 신부는 여성스러운 느낌의 컬러 톤과 클래식한 헤어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이 연출된다면, 누군가는 과즙미 가득한 포인트 메이크업이 한결 여성스럽게 보일 수도 있거든요.”

EXPRESS CLEARLY

뷰알못에 결정 장애를 가진 신부부터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뷰티 만렙 신부까지, 저마다 다르지만 목표는 같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만족도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아티스트일지라도 상대방의 마음까지 꿰뚫어 볼 수 없는 법. 전문가들이 입 모아 말하는 후회 없는 웨딩 메이크업의 열쇠는 ‘자기 어필’에 있다. 화장을 시작하기 전에 전체적으로 한 번, 그리고 작업 중간중간, 필요하다면 마무리 단계에서도 부족하거나 원하는 것이 있다면 솔직한 의견을 말하는 편이 메이크업을 하는 입장에서도 수월하다. “자신의 얼굴에 무엇이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는지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며, 이를 명확하게 아티스트에게 전달할 준비가 되어 있는 예비 신부라면 쌍수 들고 환영이죠. 말로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평소 스타일을 가늠할 수 있는 사진이나 본인이 원하는 룩에 가까운 이미지들을 모아보세요.” 순수 웨딩실 김지윤 부장의 귀띔이다. 만약 이미 웨딩 촬영까지 진행했는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정확하게 파악한 뒤 웨딩 플래너를 통해 디자이너와 재상담을 요청합니다. 필요하다면 데모 작업을 추가하기도 하죠.” 청담더웨딩 문정경 대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도 흡족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디자이너를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단, 이미 ‘리허설 촬영’의 카드를 써버렸기 때문에 자연히 본식 메이크업의 위험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아티스트의 등급을 업그레이드하는 건 어떨까? “디자이너의 직급은 연차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직급이 높을수록 경험이 많다고 볼 수 있으나, 이보다 중요한 건 본인과의 궁합입니다. 충분한 상담과 소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아티스트와 만나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려울 거예요.”

FINISHING TOUCH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 준비의 3대 요소로 스드메, 즉 스튜디오(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을 꼽았다면, 최근에는 점점 헤어 스타일링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른바 ‘스드메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웨딩 스타일링의 화룡점정은 헤어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드레스나 메이크업이 스타일을 결정한다면, 헤어는 룩의 완성도를 높여주거든요.” 예산에 한계가 있을 때 메이크업과 헤어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무게를 싣느냐는 질문에 청담더웨딩 문정경 대표가 한 대답이다. 웨딩 시장에 ‘헤어 변형’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등장한 것도 이러한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헤어 변형이란 일차로 스타일링을 마치고 헤어 숍을 나선 이후 스튜디오나 결혼식장에서 헤어에 변화를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기존의 출장 서비스나 ‘드레스 이모님 찬스’와 다른 점은 웨이브 헤어 → 반묶음 머리 → 로 번으로 이어지는 획일화된 ‘응용’ 수준을 벗어나 생머리부터 가시 번, 깻잎 머리, 히피 스타일이나 땋은 머리까지 무엇이든 그야말로 ‘변신’이 가능하기 때문. 횟수 제한이 없는 대신 2시간을 기본으로 시간당 출장 금액이 추가되는 식이다. 리허설 촬영 때에는 아예 처음부터 함께하는 경우가 많고, 본식 당일에도 2부 드레스에 맞춰 헤어스타일을 변형하는 추세. 결정의 순간이 오면 한없이 작아지는 뷰티 결정 장애자에게는 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리허설 촬영 때도 본식 때와 동일하게 풀 세팅을 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대부분 웨딩 헤어와 메이크업을 두 번 하게 됩니다. 만약 컨셉트에 확신이 없거나 남들과 조금 다른 스타일에 도전하고 싶다면 헤어 변형 등을 통해 리허설 촬영 때 미리 시도해볼 수 있죠.” 순수 청담 본점 회상 부원장의 조언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커트나 염색, 펌이 필요하다면 최소 디데이 일주일에서 2~3일 전에 해야 새로운 모발이 자라 지저분해 보이지 않고 행여 시술이 잘못되었을 경우에도 보완이 가능하니 기억하자.

오프숄더 블랙 드레스 Bridal Kong.

많이 보아야 예쁘다

세상만사 무슨 일이든 많이 보고 배우는 것만이 후회와 실수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
다음 레퍼런스가 당신의 취향을 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디자이너의 개인 SNS

keywords @makeup_soonsoo, @jennyhousewedding_leeeun, @sunhwa_cheongdam

숍보다 날것의 정보로 채워져 있다. 메이크업 도중에 찍은 사진이나 일반인 고객과 함께한 투 샷도 많다. 리터칭을 거치지 않은 무보정 컷이 대부분이라 직관적이고, 나와 비슷한 얼굴형이나 스타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기 콘텐츠 속 웨딩 신

keywords ‘Love Wins All’ 뮤직비디오의 아이유, tvN <웨딩 임파서블>의 전종서,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의 배수지 등

전지현, 송혜교, 손예진 등 셀럽들의 리얼 웨딩 사진은 몇 년이 지나도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 매력적이지만, 현실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럴 때 대안이 되는 것이 바로 드라마나 영화, 뮤직비디오 속 결혼식 장면이다. 업계 전문가들이 공들여 제작한 만큼 센스는 충만하면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스타 웨딩 룩의 순한 맛 버전.

그동안 소중히 모아둔 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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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을 가장 잘 아는 건 바로 나! 그동안 스스로 한 메이크업 가운데 마음에 들어 사진으로 찍어둔 컷이나 직접 보정한 사진을 시안으로 준비하면 원하는 방향을 디자이너에게 설명하는 데 의외로 큰 도움이 된다. 평소 자주 쓰는 메이크업 제품 목록과 퍼스널 컬러 진단 결과 역시 메인 색조를 결정하는 데 유용하니 리스트를 함께 모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