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우주의 대충돌,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는 빅뱅, 결혼.

사랑에 빠지는 건 너무나도 신비롭다. 어떻게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원할 수 있단 말인가. 어찌 그것이 가능한가. 나의 우주에 그 혹은 그녀라는 거대한 항성이 탄생하는 건 우연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우연은 일생에 몇 번 없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할 때다. 그건 우주와 우주의 대충돌이며,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는 빅뱅에 비견할 만하다. 우주가 끊임없이 팽창하듯 한번 사랑으로 묶인 두 사람의 관계도 무한히 이어진다. 이별해도 뇌리에 새겨진 연애의 경험은 생이 끝날 때까지 지속된다. 우주는 사라지지 않는다. 넓어질 뿐이다. 아득히 빛이 닿지 않을 정도로 멀고 어두워 잘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결혼은 이 무한한 우주를 항성들로 채우는 일이다. 결혼식, 신혼여행, 특별한 순간들, 투닥거리며 살아가는 일상 모두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행복한 결혼은 인생을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순간들로 채우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이쯤에서 별자리를 이정표 삼아 이동하던 실크로드의 젊은 상인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는 세상의 끝을 보고 왔다. 손자의 손자에게로 전해질 근사한 모험담을 얻었고, 부자는 아닐지라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재산이 생겼다. 하지만 사막을 건너는 동안 그는 무언가를 놓친 기분이 들었다. 찜찜하면서도 심심한 상황이었다. 그는 앞으로 뭘 할지 생각했다. 세상을 끝을 본 이후로 흥미가 줄었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신기한 물건을 발견해도, 새로운 곳을 여행해도 예전처럼 재밌지 않았다. 그는 어디로든 갈 수 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인생의 나침반이 망가진 듯했다. 그건 공허감이었다. 30대 후반이 되면 비어 있음을 느낀다. 자신을 위한 목표 달성이나 꿈을 실현하는 것으로는 다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그것을 지우는 건 결혼이다. 부부는 인생을 함께하는 협력자이자 동반자이자 반려자다. 내가 아끼는 사람이 나를 아낀다. 또 아이가 태어나 가족을 이루면 숨어 있던 본능이 깨어난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려 하고 괴로움도 참아내게 된다. 삶의 중심이 나에서 가족으로 변한다. 그 사실이 아쉽지도 슬프지도 않다. 결혼은 사막에 이정표를 세우는 것과 같다. 아내의 이름이 쓰인 이정표, 자식의 이름이 쓰인 이정표, 양가 부모님의 이름이 쓰인 이정표를 사막 여기저기 꽂고 여기저기 오가다 보면 외로움이 스며들 틈이 없다. 피곤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러면서 느끼는 행복은 망망대해처럼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