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사진작가 페르난도 몰레레스(Fernando Moleres)는 25년간 자연과 인권을 주제로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아동 노동 착취와 미성년자 수감 문제를 고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월드프레스 어워드와 팀 헤더링턴 그랜트 등을 수상했다. 그가 미성년자 인권 문제와 함께 오랜 시간 주목한 것은 기후변화를 목격하고 작업으로 남긴 ‘멜팅 랜드스케이프’ 프로젝트다. 그가 그동안의 작업물과 짧은 글을 보내왔다.
‘멜팅 랜드스케이프’는 태곳적에 창조돼 이제는 소멸을 향해 가는 얼음 풍경을 담은 프로젝트다. 수천 년 동안 북극은 변함이 없었지만, 화석연료의 대규모 연소가 지구온난화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전문가들은 산업화 이전의 평균 기온에서 2℃가 상승하면 지구를 되돌릴 수 없다고 말하는데, 이미 우리는 그사이 지구 온도를 1℃나 높였다.
과학자들은 북극을 기후의 ‘고발자’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북극이 지구에서 온도 상승에 가장 민감한 지역으로 지구 온도보다 두 배나 빨리 더워지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의 온도가 1.3℃도 상승하면서 북극의 여름 얼음 표면은 처음 측정한 1979년에 비해 35%나 줄어들었다. 북극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는 태양에너지(80%)를 우주로 반사해 북극의 공기와 물의 온도를 안정적이고 차갑게 유지한다. 그런데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어두운 바다가 훨씬 더 많은 태양에너지를 흡수하게 되어 수온이 빠르게 상승한다.
즉 북극의 얼음이 녹는 것은 지구온난화의 결과이며, 녹아내린 북극의 얼음은 또다시 더 많은 온난화의 원인이 된다. 북극 온난화는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해양 조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바위’와 같은 영구동토층 또는 얼음 토양은 수중과 지상의 메탄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미 메탄의 방출이 시작되었다. 메탄 분자는 이산화탄소보다 20배나 더 큰 온실가스 에너지를 갖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이 가스의 거대한 저장고인 바다는 아산화탄소를 붙잡아 산성화한다. 극단적인 산성화는 광범위한 바다 사막화로 이어질 수 있고, 죽어가는 바다는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할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금세기 중반에 임계점에 도달하게 되면 4~ 6℃ 사이의 온도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극지방과 고산지대의 얼음은 수십만 년에 걸쳐 층층이 쌓여왔다. 과학자들은 이 얼음을 깊숙이 뚫어 해마다 쌓이는 얼음의 기다란 표본을 추출하는데, 그 내부에서 공기방울, 산소동위원소, 화산 폭발로 발생한 에어로졸 등이 발견된다. 이 수천 년 전의 공기 방울들은 해당 연도의 매우 정확한 기상 데이터를 제공한다. 45억 년의 역사를 통틀어 지구는 때때로 급격한 변화를 포함해 엄청난 기후변화를 겪어왔다. 이러한 극단적인 기후변화 중 하나가 8억 년 전 지구 전체를 두꺼운 얼음 층으로 뒤덮고 적도 기후를 평균 영하 20℃로 만들었던 이른바 ‘스노볼(Snowball)’ 빙하기다. 다른 극단적인 기후변화는 2억5천만 년 전에 지구를 불태운 페름기(Permian Period)의 지구온난화다. (2억6천만 년 전, 해수면이 갑자기 낮아져 수많은 해양 생물들이 멸종했고, 이는 육상 생물의 대멸종으로 이어졌다.) 2만 년 전의 마지막 빙하기만 해도 해수면이 현재보다 120m 낮았다. 기후의 이런 모든 변화는 5대 멸종을 가져왔다. 이제 빙하는 인간이 야기한 핵 방사능까지 흡수하기 시작했다. 나는 재앙의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Anthropocene)를 정면으로 지켜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