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예요

효린
핑크 재킷 케이수 바이 김연주(Kaysu by KimYeonJu), 그래픽 티셔츠스티브 J 앤 요니 P(Steve J & Yoni P), 볼드한 브레이슬릿과 비니에 장식한 네크리스 모두 피버리쉬(Feverish), 골드 메탈 시계아르키메데스(Archimedes), 골드 링 모두러브캣 비쥬(Lovcat Bijoux).

씨스타가 데뷔했을 때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은 대개 앳되고 귀여운 이미지로 대중에게 어필했었다. 그 사이에서 이들은 햇볕에 잘 그을린 듯한 피부에 운동으로 잘 가꾼 몸매, 발랄한 성격 등 여러모로 한강에서 조깅하다 마주칠 듯한 건강 미녀가 연상되는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 씨스타의 효린을 다시 보게 된 건 노래 경연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서였다. 그녀가 허스키한 목소리와 표정에서도 드러나는 풍부한 감정 표현으로 우승을 차지했을 때, 사람들은 마침내 효린을 보컬리스트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겨울왕국> 주제가 ‘Let It Go’의 한국어 버전을 부르고, 시상식 공연에서 스티비 원더와 한 무대에 서는가 하면 여전히 씨스타로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그녀는 이제 ‘믿고 보는’ 가수 중 하나가 되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는 효린은 무대에 설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목을 한껏 젖히고 크하하 웃거나 싫다, 좋다 똑부러지게 말하는 모습은 쾌활하고 유머러스하다. 관리가 열악한 유기동물 보호시설을 불시에 찾아가 분기탱천하는가 하면 경연에서 탈락하고는 분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그녀는 화끈하고, 솔직하고, 그래서 때로는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겉과 속, 앞과 뒤가 똑같은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어쩐지 마음에 더 와닿는 듯하다.

 

효린
프린지 장식 골드 재킷 맥앤로건(Mag & Logan), 니트 트임 드레스 로우클래식(Low Classic), 레오퍼드 오픈토 힐 지니 킴(Jinny Kim), 레드 스냅백 에이티씨(ATC), 골드 링 러브캣 비쥬(Lovcat Bijoux).

<나는 가수다3>에서 첫 번째로 탈락했어요. 아쉽지 않았나요? 아쉽고, 분하고, 안타까웠죠.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제 자신 때문에요. 저도 몰랐는데 제가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았었나봐요. 탈락한 후 출연하던 리얼리티 프로그램 스태프들과 회식을 했는데 술 마시다 열 받아서 울었어요. <나는 가수다>는 이름 그대로 아, 내가 가수구나 하는 걸 깨닫게 해준 프로그램이었거든요. 모든 스태프가 음향, 마이크, 무대 등 오로지 ‘사운드’에만 집중하니까 저도 노래에만 몰두할 수 있었어요. 직업이 가수인데, 제가 하는 일에 대한 능력을 평가받으려니 부담감이 정말 컸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JYP 오디션에서 1등을 차지한 게 가수로 데뷔하는 계기가 되었잖아요. 그 전에도 노래 잘한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노래방에서 친구들한테 칭찬받기는 했지만, 크게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열아홉 살 즈음이 되어서야 노래를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이왕이면 잘하는 걸로 부자 돼야지, 하는 생각이 컸죠. 그런데 노래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다른 욕심이 생겼어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이 일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비로소 노래를 진짜로 좋아하게 된 거 같아요.

 

효린
스팽글 테일러드 재킷 그리디어스(Greedilous), 블랙 메시 원피스 스티브 J 앤 요니 P(Steve J & Yoni P), 유니크한 패턴 원피스 모스키노 칩앤시크(Moschino Cheap & Chic), 진주 장식 네크리스 피버리쉬(Feverish), 메탈 시계 아르키메데스(Archimedes), 화이트 미러 선글라스 카린(Carin), 레이스 장갑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얼마 전에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로랑 코르샤의 무대에 특별 게스트로 섰었죠? 작년에는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마이클 볼튼 앞에서 그의 노래를 불렀고, 재작년에는 MAMA 시상식 무대에 무려 스티비 원더와 듀엣으로 섰어요. 씨스타로 데뷔한 게 2010년인데, 이렇게 빨리 세계적인 뮤지션과 함께 노래할 기회가 연이어 오다니 본인도 얼떨떨했을 것 같아요. 와, 정말 제가 생각해도 운이 끝내준다 싶었어요.(웃음) 특히 스티비 원더와 무대에 설 때는 정말 전화기에 불이 났었어요. 가수 동료들, 선후배들의 부러움을 엄청 샀어요. ‘미쳤어! 스티비 원더라니!’ 이런 반응이었죠. 일을 시작하고 여러 좋은 경험을 많이 하면서 성격도 완전히 바뀌었어요. 예전엔 부정적인 사람이었거든요. 난 뭘 해도 안 돼, 왜 이런 일만 생기지, 그런 생각뿐이었는데. 제가 가진 나쁜 면을 하나씩 다듬고 고치고 바꾸니까 지금의 긍정적인 모습이 생긴 것 같아요. 전 소소한 일들에 금방 반응하거든요. 그래서 빨리 변할 수 있었어요. 이래서 사람이 눈치도 빨라야 하고 경험도 많이 해야 한다고 하나봐요.

대중이 바라보는 효린은 무대에서든 방송에서든 항상 에너지 넘치고 밝은 사람인데, 그런 사람일수록 숨겨진 고민이나 어두운 면을 남들에게 내보이기가 더 힘들 것 같아요. 힘든 순간도 있지만 전 티를 잘 안 내요.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 앞에서 제 기분이 안 좋다고 짜증을 부리면 같이 있는 스태프들이 얼마나 제 눈치를 보겠어요. 진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더 미친 듯 웃어요. 그렇게 마음속의 화를 순화시켜요.

감정이 풍부하고 남에게 잘 공감하는 스타일일 것 같은데, 사람들 앞에 나서고 항상 평가받는 연예계 생활을 하다 보면 좀 무뎌져야 할 때도 있잖아요. 힘든 일은 잘 잊어버리는 편인가요? 네. 씨스타 멤버인 소유가 제 그런 면을 부러워해요. 가끔은 그냥 놓아버려야 할 때도 많은데, 소유는 생각이 너무 많거든요. 전 버려야 할 것들은 빨리 버리고 다음으로 넘어가요. 그게 쉬운 일이 아닌데, 어떤 건 쿨하게 넘기는 융통성이 필요하더라고요.

 

효린
레오퍼드 블루종 푸쉬버튼(pushBUTTON), 핑크 톱 폴 앤 앨리스(Paul & Alice), 가죽 레깅스 어나더맨(Anotherman), 핑크 스틸레토 힐 페르쉐(Perche), 칼라 장식 네크리스와 볼드한 실버 링 모두블랙 뮤즈(Black Muse), 블랙 메탈 시계 라도(Rado), 볼드한 핑크 이어링 케이트앤켈리(KatenKelly).

이른 나이에 일을 하면서 또래보다 빨리 성숙해진 것 같아요. 어울리는 사람들이 저보다 훨씬 연상이에요. 다 언니들이에요. 메이크업·헤어 아티스트 언니, 뮤직비디오 감독해준 언니, 고양이 분양해준 언니, 매니저 언니까지.

그래도 한창 연애할 나이인데, 남자친구 만날 생각은 없어요? 남자들이 저를 좀 무서워하더라고요. 제가 인기가 많은 타입이었다면 연애 많이 하고 다녔을 거예요. 근데 그런 상황이 아니다 보니까.(웃음)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난 쉬운 여자로 보이는 게 아닌 거지, 하고 제멋대로 생각해요. 제 식대로 긍정 마인드를 유지하는 방법인 거 같아요. 제가 예쁜 척 꾸미는 걸 싫어해서 남자들 앞에서도 평소와 완전 똑같아요. 좋은 사람 나타나겠죠.

그런 가식 없는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한 프로그램에서 멤버들에게 ‘사람들이 모르는 효린의 또 다른 모습이 뭐가 있을까?’라고 질문했더니 아무도 말을 못하는 거예요. 언니는 앞뒤가 똑같다면서, 사람들이 보는 그대로라고 대답하더라고요. 맞는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 친한 척, 아닌 척 하면 꼭 거짓말을 하는 기분이 들어서 그렇게는 못 하겠더라고요. 눈 딱 감고 하면 팬이 더 많이 생길 텐데도 그게 잘 안 돼요.

 

효린
블랙 재킷 서리얼 벗 나이스(Surreal but Nice), 그래픽 셔츠 빅팍(Big Park), 하이웨이스트 쇼츠 일레븐 파리(Eleven Paris), 레터링 클러치 백 지니 킴(Jinny Kim), 볼드한 브레이슬릿과 이어링 모두 피버리쉬(Feverish), 레이어드 링 러브캣 비쥬(Lovcat Bijoux).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죠? 세 마리 키우고 있는데 얼마 전에 ‘심바’라고 3개월 된 고양이를 데려왔어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옆에서 넷이 자고 있으면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신기한 게 같은 고양이라도 성격이 다 달라요. 첫째 ‘레고’는 묵묵하고 듬직한 장남 스타일인 반면 둘째 ‘리노’는 여우 같은 여자 스타일이에요. 길고양이던 ‘흥녀’는 새끼 때 참 흥이 많아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는데 다 크고 나니 흥이 없어져버렸어요. 심바는 완전 천방지축이고요. 얘기하자면 끝이 없어요. 얘네들이랑 지내면서 혼잣말이 진짜 많이 늘었어요. 얘네들한테 애교도 피우고, 말도 많이 걸어요. 부끄러워도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많이 표현해야겠다고 느끼게 된 게 고양이랑 생활하면서부터예요.

자신을 가장 슬프거나 화나게 하는 건 무엇인가요? 동물 학대. 진짜 증오해요. 저를 가장 기분 나쁘게 하는 일 1순위예요. 2순위는 없어요.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대접을 못 받거나 마땅히 화풀이를 할 데가 없는 사람들이 동물에게 해코지를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비겁하고 파렴치한 사람들이에요. 전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한 사람이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방송에서 유기견 보호소에 가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었는데. 흥녀를 분양해준 분이 운영하는 사설 보호소가 있어요. 봉사 다닌 지 한 2년 정도 됐는데 제대로 도움을 준 게 없는 것 같아서 사람들한테 알려야겠다는 마음에 찍게 됐어요. 한번은 다른 보호소에 갔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고 물도 사료도 다 떨어져서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담당자한테 전화했더니 알바생이 한 시간 안에 갈 거라면서, 다음번에는 오기 전에 미리 연락을 하라는 거예요. 기가 막혔어요. 근데 그 곳이 동물 보호 단체와 연결되어 있어서 후원금을 받는 곳이었어요. 충격 많이 받았죠. 나중에 개인적으로 애견미용 자격증 같은 것도 따서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대로 머무르지 않고 더 올라가는 거요. 실력, 인지도, 인기, 여러 가지로요. 지금 당장 해보고 싶은 건 레게 머리요. 소속사에서 안 된대요.(웃음) 스케줄 없을 때 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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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a Forever

김완선
화려한 비즈 장식 드레스 벨앤누보(Bell & Nouveau), 검지에 낀 볼드한 링 (Jinn), 중지에 낀 링 엠주(mzuu).

올해 그래미상 시상식의 최대 이슈는 마돈나의 엉덩이였다.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가 디자인한 의상을 입은 그녀는 카메라를 향해 옷을 들추고 엉덩이를 내보였다. 낼모레면 예순이 되는 여자가 조명이 쏟아지는 레드카펫을 걸으며 할 짓은 아니었다. 일찍이 과감하다 못해 공격적인 무대의상으로는 일가견이 있는 그녀라는 것도, 그 옷이 마돈나를 위한 고딕 스타일의 인상적인 룩을 꾸준히 선보여온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작품이라는 것도 한순간에 잊혀졌다. 오로지 망사 스타킹 위로 아슬아슬하게 엉덩이를 가로지르는 세 개의 라인과 그 사이로 비어져 나온 엉덩이만 중요했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세상은 내 후배 시어머니와 동갑인 마돈나의 축하 무대가 얼마나 열정적이고 폭발적이었는지 얘기하느라 떠들썩했다.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포함한 관객이 경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마돈나의 퍼포먼스는 굉장한 볼거리 이상이었다. 무대에서 관객을 열광시키는 데 평생을 바친 그녀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사실, 팝의 여왕은 세월을 거스르며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은 우리를 감동시켰다. 마돈나의 뜨거운 무대를 보면서 며칠 전 만난 또 다른 디바가 떠오르는 건 당연했다. 그건 김완선이다.

김완선은 국가대표 운동선수 같은 차림으로 스튜디오에 나타났다. 찢어진 데님 팬츠에 자기 몸의 두 배는 돼 보이는 커다란 패딩 코트 차림이었고, 스타일을 바꿨다기보다 미련 없이 싹둑 잘랐다고 해야 할 것 같은 쇼트커트에 민낯이었다. 말투는 털털했고, 까탈스럽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왠지 상대방을 눈치 보게 만드는 포스가 줄줄 흘렀다. 우리는 욕심을 부리며 노출 수위가 꽤 높은 의상을 준비했다. 막상 스타일리스트가 눈앞에 펼쳐놓은 옷들을 보고 있자니 김완선이 과연 이걸 입는다고 할까 슬쩍 겁이 났다. 그녀가 입기를 거부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스타일리스트와 나는 만약을 대비해 조용히 대체할 의상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가 쭈뼛거리고 내놓은 의상을 보며, 김완선은 딱 한 마디 했다. “이런 옷은 20대 애들에게 입혀야 예쁘지. 참 나.”

 

레이스 코르셋 아장 프로보카퇴르(Agent Provocateur), 가죽 레깅스 팬츠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메탈릭한 술 장식 힐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레이스 코르셋 아장 프로보카퇴르(Agent Provocateur), 가죽 레깅스 팬츠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메탈릭한 술 장식 힐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옷을 갈아입고 나타난 김완선은 스튜디오 안의 모든 사람을 순식간에 제압해버렸다. 보정 따위 필요 없는 완벽한 몸매도 놀라웠지만, 간이 무대처럼 꾸며놓은 촬영 공간에 선 그녀가 뿜어대는 아우라는 보면서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포토그래퍼가 포즈를 주문하기도 전에 김완선은 마치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사람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태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팝의 여왕이 펼쳐 보이는 대담하고 화려한 퍼포먼스에 홀린 관객이 되어버렸다. 발라드를 부르는 가수나 아이돌 그룹의 무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에너지와 장악력. 그녀는 데뷔 시절에도 그랬다.

김완선이 ‘오늘밤’으로 데뷔한 건 그녀 나이 열일곱 살 때인 1986년이다. 등장하자마자 김완선은 엄청난 인기를 끄는 스타가 됐다. 독특했다거나 강렬했다는 말로는 충분치 않다. 김완선은 ‘이상했다’. 1986년에 가요를 접하던 한국 사람 중에 김완선과 그녀의 음악이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1집 앨범의 모든 수록곡을 작사, 작곡한 ‘산울림’의 김창훈조차 그녀를 완전히 이해할 순 없었을 것 같다. TV에 나와서 춤을 추는 김완선을 보며 사람들이 던졌던 질문들, 예컨대 이 음악은 장르가 뭔가, 딱딱 맞는 데라고는 없이 제멋대로 추는 것 같은데도 잘 추는 것 같은 저 춤은 또 뭔가, 서양 여자 같은 늘씬한 몸매에 어딘가 도발적이고 위험하고 무서운 저 눈빛은 어떻게 할 건데 등등. 결론은 하나다. 이게 도대체 뭘까? 납득할 수 없었지만 대중은 그래서 더 김완선에게 매료당했고, 율동의 시대를 접고 댄스의 시대를 연 김완선은 말 그대로 한국 댄스 가수의 조상이 됐다.

 

김완선
퍼 트리밍 크롭트 재킷 벨앤누보(Bell & Nouveau), 레이스 디테일이 돋보이는 보디수트 월포드(Wolford), 블랙 롱부츠 스티브 매든(Steve Madden).

“노래를 화려하게 잘하는 건 아니었어요. 노래와 무대에서 취하는 포즈, 춤, 사람들에게 내 느낌을 전달하는 것까지 포괄적으로 하는 가수였어요. 이선희씨하고는 아주 다른 케이스죠. 그녀는 순수한 보컬리스트잖아요. 그런데 나는 내가 하는 게 참 좋았어요. 그런 가수가 되고 싶었거든요. 아주 어릴 때부터 춤 배우고, 피아노 배우면서 음악에 빠졌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애로 자라면서 그때는 캐럴 킹 같은 가수가 되고 싶었죠. 그러다 연습생이 되면서 마이클 잭슨이 나오고, 마돈나가 나오고, 그 타이밍에 맞춰 나도 데뷔하게 된 거예요.”

신드롬이라고 할 만한 인기였지만, 폄하의 시선도 없진 않았다. 당시의 가수들은 춤보다는 노래가 우선이었고, 김완선처럼 느낌대로 춤을 추는 대신 순서를 짠 율동을 선보이던 때였다.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과 비브라토를 가진 가수가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고, 누군가 준 곡으로 노래만 하는 사람보다는 자기 곡을 스스로 만드는 가수가 더 재능 있는 쪽이라는 생각하던 시절이었던 거다. 사실 김완선의 노래 중에는 아무리 춤을 잘 춘다고 해도 춤에는 영 붙지 않는 노래가 제법 많다. 데뷔곡인 ‘오늘밤’부터가 록 밴드를 위한 음악이다. 만약 김완선이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나서 굳이 노래와 춤 중 어느 쪽에도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을 할 수 있었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긴 공백기를 지나 김완선이 컴백한 게 2010년의 일이다. 김완선의 귀환은 큰 화제가 됐고, 대중은 열광적으로 그녀를 반겼다. 그렇지만 그들의 환영을 받은 것은 김완선과 다시 듣고 싶은 추억의 음악이었다. 음악적으로 장점을 가진 곡들이 많았음에도 그녀의 새로운 음악은 크게 주목을 끌진 못했다.

 

김오나선
블랙 홀터넥 톱, 드라마틱한 디자인의 샤 스커트 모두 마르니(Marni), 메탈릭한 뱅글 세트 모두 엠주(mzuu).

“아마 나는 죽는 날까지 무대에 설 거예요. 그 무대가 크든 작든 상관없이 노래를 부르겠죠. 그런데 새 음반 작업을 하는 건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내가 옛날 노래들을 부르기를 원해요. 새로 선보이는 음악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작업 자체요? 난 학생이 아니에요. 작업하는 과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죠. 대중이 원하지 않는 음악을 만들 순 없으니까요.”

냉소하는 것이 아닌데도, 김완선의 얘기는 잘 드는 칼처럼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갈랐다. 대화의 주제가 자기 자신일 때 그녀는 한층 더 날카로웠다. 거쳐야 할 것을 피하지 않고 겪어온 사람이 갖게 된 차분한 자기 성찰처럼 보였다. 과장도, 낙관도, 그렇다고 비관도 하지 않고 자신과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녀는 어떤 스타보다 빛나 보였고, 매혹적이었다. 그런 그녀와 만나기에 가장 적절한 곳은 어딜까. 그건 역시 무대일 것이다.

 

김완선
어깨를 강조한 밀리터리 스타일의 셔츠 벨앤누보(Bell & Nouveau), 양손 검지에 낀 반지 모두 (Jinn), 오른손 중지에 낀 반지 엠주(mzuu), 슬림한 매듭 장식 블랙 팬츠 오브제(Obzee), 블랙 롱부츠스티브 매든(Steve Madden).

“사람들이 기대하는 김완선은 스탠드 마이크 하나 놓고 노래 부르는 김완선이 아니잖아요.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에요. 솔직히 나도 마돈나나 마이클 잭슨처럼 대형 무대에서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스태프들과 열광적인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하고 싶어요. 그럼요. 당연히 그런 걸 원해요.”

마돈나의 폭발적이었던 무대에 김완선을 오버랩해본다. 어렵지 않게 관객의 열기와 함성을 상상할 수 있다. 회고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김완선에게 뜨거운 무대에 설 시간이 남아 있기를. 우리가 여전한 현재를 과거로 밀어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삶의 어느 때보다 평화롭고 행복하다는 그녀의 지금이 지속되기를.
Diva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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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 One 윤미래

윤미래
이국적인 패턴의 점프수트 올세인츠(All Saints).

무수히 많은 아이돌 그룹 멤버며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제2의 윤미래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제2의 윤미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사실 노래나 랩 실력만 뛰어나다고 해서 가능한 일은 아니다. 오로지 윤미래만이 가진 독보적인 표현력, 소울과 필은 대체 불가능한 종류의 것이다. 우리는 참 오랫동안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왔다. 그동안 윤미래와 타이거 JK를 둘러싸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음악은 빛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거친 파도를 타듯 오르락내리락한 그들의 삶이 충실하게 담긴 음악이 완성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제 곧 윤미래와 타이거 JK, 래퍼 Bizzy가 함께하는 힙합 유닛 MFBTY의 정규 앨범이 나올 것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 “지금 한창 MFBTY 정규 앨범 막바지 작업 중이에요. 저희로서는 데뷔 앨범이기도 한 셈이죠.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앨범이에요. 주위에서 왜 이렇게 힘들 때 정규 앨범을 내느냐고 걱정해주시기도 하고, 또 왜 갑자기 낯선 이름의 그룹 앨범을 내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해서, 두려움과 설렘에 답이 없는 앨범이기도 해요. 사랑해주세요.”

음악은 끊으려야 끊을 수가 없다고 말하는 그녀지만 팬들의 기다림에 비해 활동이 뜸했다. 윤미래의 랩과 노래에 목마른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더욱 반갑다. “음악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음악은 제 삶의 일부예요. 하지만 무대 울렁증이 워낙 심해서 활동이 어렵기도 해요. 작년부터 복싱을 즐기는데, 생각 없이 뛰고, 땀 흘리고, 음악에 빠져서 혼자 펀칭백을 치는 복싱이 그래서 즐거운 것일 수도 있어요. 아이한테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중요한 시기라 그동안 활동할 시간을 내지 못하기도 했고, 또 말 못할 일들이 아주 많았어요. 이제는 용기 내서 열심히 부딪혀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앞으로 좋은 음악, 좋은 공연으로 팬들을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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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래
시스루 처리된 드레스 앤디앤뎁(Andy & Debb).

그런데 힙합 여제가 이렇게 부끄러움이 많아도 되는 걸까? 스튜디오에서 만난 윤미래는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파워풀한 모습과 많이 다르다. 늘 함께하는 타이거 JK 없이 혼자서 촬영하는 것도, 칭찬받는 것도, 과거에 자신이 부른 노래를 다시 듣는 것도,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를 냉철하게 평가하는 것도 ‘쑥스러워서 잘 못 하는 편’이다. 그러나 촬영 중 흥얼거리는 노래와 몸짓에서도 힙합 여제의 ‘그루브’는 느껴진다. 겸손함은 윤미래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다. ‘흑인음악을 가장 잘 구현해내는 보컬리스트’, ‘MTV가 선정한 전 세계 최고 여성 래퍼 TOP 12’ ‘한국 힙합의 다이아몬드’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뒤따르고, 동료들마저 윤미래의 랩을 들으면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고백하는 상황에서도 윤미래는 터무니없이 겸손했다. 많은 해외 뮤지션의 러브콜을 받으면서도 아직까지 해외 진출을 하지 않은 것은 욕심이 많지 않은 그녀의 성격 때문이 아닐까, 오지랖 넓게 걱정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항상 행복한 만큼 음악을 하는 게 좋고,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일단 솔로 앨범부터 내놓으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솔로 앨범은 언제 선보이는 게 제일 좋을까요? 올해 안에는 가능할 것 같아요. 우선 드디어 나오는 MFBTY 앨범으로 그동안 기다려주신 팬들과의 만남이 일이 잦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소규모 팬미팅과 소극장 공연도 할 생각이고요.”

 

윤미래
깃털 장식 크롭트 톱과 은은한 베이지 톤 점프수트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 모던한 디자인의 스트랩 슈즈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윤미래, T, 타샤. 그녀를 부르는 다양한 이름에 이제 ‘타이거 JK의 아내’와 ‘조단 엄마’도 추가됐다. “조단도 음악 취향이 또렷해요.(웃음) 힙합보다는 덥스텝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 가족은 언제 봐도 부럽고 흐뭇하다. 한편으로는 서로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소울메이트인 동시에 각자의 세계가 또렷한 두 아티스트의 공존의 법칙이 궁금하기도 하다. “음악적으로 공존하기보다는 서로의 음악을 좋아해주는 팬인 것 같아요. 둘이어서, 아니 셋이어서 좋은 점은 서로의 팬이 되어서 응원해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타이거 JK와 윤미래, Bizzy가 새로운 레이블 필굿뮤직을 설립한 지 1년이 지났다. 의정부의 소박한 녹음실에서 가내수공업과 같은 방식으로 제작하고 더불어 마케팅, 홍보 등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한다. 신뢰할 수 있는 동지들과 함께하며 음악적인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다. “요즘은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무래도 사장님(타이거 JK)도 아티스트이다 보니 이해해주시는 부분이 많고요.(웃음)”

 

윤미래
레이스 디테일이 여성스러운 멋을 더하는 원피스 제인 송(Jain Song).

흑인 아버지를 두었다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어린 시절의 상처가 담긴 윤미래의 ‘검은 눈물’, 애절한 사랑과 이별이 담긴 ‘하루하루’와 ‘시간이 흐른 뒤’, 암 투병 중이던 타이거 JK의 아버지에게 바친 앨범 <살자>,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 깨닫게 된 인생의 아름다움에 대한 곡 ‘Beautiful Life’ 등 이들의 삶은 언제나 음악으로 기록되어왔다. 그리고 필굿뮤직을 설립한 후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곡 ‘Angel’은 이제 좀 살만 하다 싶으면 비웃듯이 힘든 일이 터지고, 그걸 겨우 수습하고 나면 또 다른 일이 벌어지지만, 옆에 있는 누군가 때문에 결국 웃게 되는 삶에 대한 그들 방식의 찬가다. “주변에 놓인 사물, 사람, 상황, 모든 것이 노래의 영감이 돼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상하게 행복할 때보단 슬프거나 마음이 좋지 않을 때 작업이 제일 잘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름다운 가정과 음악적인 자유를 확보한 윤미래는 지금 행복해 보인다. 행복해지면 좋은 곡이 나오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도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그냥 노래하는 가수로서, 혹은 사람으로서, 그런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행복하지는 않아요. 앞으로 충분히 행복해져서 이런 불안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기적인 대답일 수도 있지만 음악은 제가 행복해지고 싶어서 계속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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