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박유천 - 마리끌레르

안녕, 박유천

박유천이 잠시 우리 곁을 떠난다. 당분간 우리는 그를 만날 수 없다. 안녕, 박유천!

박유천 화보

수트 폴 스미스(Paul Smith), 베스트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

그러니까 9년 전 나는 다른 매체에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어떤 시상식이 열렸던 날이었고 대상을 받았으니 아마도 그의 가장 빛나는 날들 중 하루였을 지도 모르겠다. 딱 스물한 살 청년답게 살갑고 풋풋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고, 힘든 순간과 기쁜 순간이 더해져 오늘이 되었다. 십대들이 환호하는 아이돌 가수였던 그는 지금도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그리고 이제는 연기도 한다. 그렇게 꽤 괜찮은 배우가 되었다.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함께 연기한 <해무>로 온갖 신인상을 휩쓸기도 했다. 그렇게 쉬지 않고 오늘까지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잠시 모든 걸 멈추고 그냥 평범한 박유천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홀가분할 것도, 마지막이랄 것도 없다. 다만 인생의 전반전과 후반전을 너무 일찍 치러 버렸다고 말하는 박유천은 그 다음의 연장전을 준비할 시간을 앞두고 있을 뿐이다.

박유천 화보

수트와 셔츠 모두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박유천 화보

니트 터틀넥 풀오버 구찌(Gucci).

이제 꼭 한 달 남았다. 대부분의 공식 일정이 끝났다. 모든 것을 마친 지금, 홀가분한가?
그런 마음은 별로 없다.

얼마 전 일본 팬미팅에서 울었다.
군대에 가기 때문에 운 건 아니고, 그날따라 십년 넘게 일본에서 활동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감정이 벅차 올랐다. 지금껏 팬들이 준비해준 이벤트를 보면 깜짝 놀라기도 하고 한없이 고마운 생각도 들었지만 이번에는 유독 팬들이 예뻐 보였다. 그래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좋았던 기억과 아쉬웠던 기억이 쌓이며 인생의 순간이 만들어진다. 지금껏 가장 좋았던 기억은 무엇인가?
예전에 지금의 회사가 막 생기고 모두 다 함께 호주에 간 적이 있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던 그때가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여전히 살맛 나게 일하고 있다. 멤버들과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우리의 관계가 달라진 건 없다. 데뷔하고 한동안은 항상 격식을 차리고 멋있어야 했고, 모든 생활 패턴이 정해져 있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평범한 나를 찾았다.

활동을 잠시 중단해야한다는 게 두렵지는 않나?
언젠가 3~4년 정도 일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 활동을 중단하게 될 시간이 나에게 좋은 쪽으로 흘러갈 것 같다.

모든 걸 멈춘 것을 상상해본 적 있나?
물론. 모든 것을 멈추고 이비사 섬에 가자!(웃음) 막연하게 이곳을 떠나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집에서 밥 해먹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애들 학교에 데려다 주고, 운동회도 따라가고, 그런 삶.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할 수 있게 되겠지.

박유천 화보

수트와 니트 터틀넥 풀오버 모두 구찌(Gucci), 구두 폴 스미스(Paul Smith).

박유천 화보

니트 톱 프라다(Prada).

늘 주목받는 삶을 살아왔다. 한동안 활동을 중단하면 잊혀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나?
잊혀진다 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 10대에 가수로 데뷔하고, 또 연기를 했으니 크던 작던 나만의 공간은 남아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더라도 나를 기억하기를 바라는 건 이기적인 것 같다. 잊혀질 시간이 되어 잊혀진다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다.

원 없이 상도 많이 받았고 사랑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도 아쉬운 게 있나?
전혀 없다. 한 번도 아쉬웠던 적이 없다. 내 나이에 맞게 즐겁게 살아왔다. 나는 원래 욕심이 없다. 욕심이라고 한다면 집안의 수납공간 욕심 정도?(웃음) 지금은 내가 어릴때 꿈꾸던 것보다 훨씬 많이 이뤄놓은 것 같다. 어릴때 나는 가족들이 냉장고를 열면 항상 먹을 게 있고, 고기 반찬도 먹고 엄마 차도 사주고 동생 차도 사주고, 그런게 꿈이었다. 다 이룬 셈이다.

10대에 데뷔했고, 20대를 달려왔고 서른이 되었다. 무엇이 달라졌나?
술을 마신 다음 날 회복이 더디다.(웃음) 20대에는 정말 술을 많이 마셨다. 한 번은 46일동안이나 매일 소주 한 짝씩 마신 적도 있다. 그냥 술이 좋았다. 그런데 난 절대 취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재중이 형 휴가나왔을 때 술을 마셨는데, 형 말이 군대에서는 일찍 자니까 밤 10시부터 귀가 안들렸다고 하더라. 나는 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가만히 사람들이 술 마시며 떠드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그 사람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보고 들으면 이상하게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아, 내가 이런 세상에 속해 있구나.’하는 느낌이 좋다.

술자리에서 박유천의 모습이 궁금하다.
뭔가 꽂히면 말을 많이 한다. 누군가 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잘못도 지적하고 사이 안 좋은 사람 둘이 있으면 둘이 막 붙여주려고 한다.

박유천 화보

니트 톱 다니엘 안드레센 바이 10 꼬르소 꼬모(Daniel Andresen by 10 Corso Como), 팬츠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구두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박유천 화보

니트 톱 다니엘 안드레센 바이 10 꼬르소 꼬모(Daniel Andresen by 10 Corso Como).

지금껏 하지 못해 아쉬운 일 있나?
많다. 아버지를 생전에 한 번 더 만날 걸. 살아 계실 때 볼 걸. 그런 생각이 든다. 용기가 나지 않아 만나지 않은 게 너무 후회된다.

박유천에게 올 한해는 정말 다이나믹한 1년이겠다. 지난 해 개봉한 영화 <해무>로 상도 많이 받고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도 반응이 좋았고, 그러던 와중에 활동을 중단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특히 <해무>는 잊지 못할 작품일 것 같다.
나는 그 영화를 두 번 다시 못 볼 것 같다. 내 연기가 너무 이상하다. 얼마 전에 집에서 한 번 다시 볼까하고 틀었다가 꺼버렸다. <해무>에서 내가 연기한 ‘동식’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뚜렷하게 자기 생각은 있지만 생각대로 행동할 수 없는 모호한 캐릭터였다. 6개월 동안 동식이로 살면서 내 안의 것을 끄집어 내는 것도 있지만, 억지로 끌어 당겨서 캐릭터에 담아야 하는 것도 있었다. <해무>를 촬영하는 동안은 집중력을 200%로 끌어올렸다. 반년간 촬영하지않는 시간에도 나로 돌아간 적이 없었다. 재미있는 건, 그때 있었던 일 중에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많다는거다. 온전히 동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내 기억에서는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얼마 전에 <루시드 드림> 촬영도 마쳤다.
특별 출연이라 분량이 적다. 내가 극을 끌어가는게 아니다 보니 더 불안했다. 이 작품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겠다 싶고 적은 분량이나마 내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이런 조연이나 작은 역할이 좋다.

주인공에 익숙한 삶 아닌가?
꼭 주인공을 맡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지금껏 많이 해봤으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경험해보고 싶다.

반면 <냄새를 보는 소녀>는 많은 것을 털어낸 느낌이었다. 당신이 그렇게 웃기는 연기를 할 줄이야.
드라마 <쓰리 데이즈>가 끝나고 <냄새를 보는 소녀>를 하기 까지 1년 가까이 걸렸다. 그래서인지 <냄새를 보는 소녀>를 촬영하는데 초반에는 카메라도 부담스럽고 신경쓰이고 미치겠더라. 연기를 오랜만에 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익숙해졌다. <냄새를 보는 소녀>는 힘을 주지 않고 연기를 해서 재미있었다.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 어제는 세경이한테 문자를 보냈다. ‘마리텔 잘 봤다. 네 이름 검색어에 너무 오래 떠있는 거 아니냐’하고(웃음) 촬영이 끝나면 그렇게 함께 작업한 배우들과 잘 지내는 게 좋다. 지민이 누나도 항상 모니터링 해주고 우식이도 잘 되고 있고. 좋다.

박유천 화보

셔츠 하이더 아크만 바이 분더샵((Haider Ackermann by BoonTheShop), 팬츠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슈즈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박유천 화보

수트와 슈즈 모두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2년 넘게 활동을 멈추게 된다. 그 시간이 지난 후 덜어내고 싶은 것이 있나?
인기. 나는 사실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편인데도 지금보다 더 인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하고 싶은 연기를 하고 음악을 하며 살고 싶다. 지금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 생각도 더 깊이가 생길 테니, 하고 싶은 것이 또 달라질 것 아닌가. 눈에 보이는 것을 많이 내려놓고 잘 내려가고 싶다. ‘내려가는 건 이렇게 내려가는 거다’라고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시간이 10년이 되었든 20년이 되었든, 천천히 내려가서 잘 마무리 짓고 싶다. 사고만 치지 않으면 잘 내려가지 않겠나? 사고 치면 두 시간 내로 내려갈 수도 있겠지만.(웃음)

더하고 싶은 건 뭔가?
연기를 잘하고 싶다. 연기와 노래에 둘 다 발을 담갔지만 나는 딱히 잘하는 게 없는 것 같다. 다만 시기와 운이 잘 맞아 떨어졌고 거기에 노력이 더해지니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뿐이다. 이를 테면 막 오열을 했는데 순간 내가 집중해서 연기한 덕에 연기를 잘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내가 그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캐릭터가 없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아주 평범한 캐릭터 말이다.

입소를 얼마 안 남겨둔 지금, 인생의 전반전이 끝난 걸까?
기분은 후반전까지 끝낸 것만 같다. 그리고 매우 긴 연장전을 앞두고 있는 것 같다. 어릴 때 일을 시작해서 많이 지쳤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일을 하는 순간은 즐겁지만, 왜 그런 것 있지 않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다음에 느껴지는 공허함 같은 것. 아마도 그 공허함을 채우려고 자꾸 평범한 무언가를 자꾸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때이른 질문이지만 묻겠다. 한동안 인터뷰를 할 일이 없을 테니. 올해가 어떤 해로 기억될 것 같나?
8관왕의 해?(웃음) 올해는 나를 도와주는 스태프들과 팬들이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쥐어짜서 나를 도와줬던 해인 것 같다. 그 고마움을 많이 느낀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입소 전 날 뭐 할건가?
집에서 밥이나 먹어야지.

연애하고 싶은 남자, 진백림

마음속 위시리스트에 담아두고 싶은 남자가 한 명 더 늘었다. 대만에서 온 배우 진백림이다. 하지원과 스릴 넘치는 로맨스를 보여줄 영화 <목숨 건 연애> 크랭크인을 앞둔 그를 만났다.

세상은 넓고 배우는 많다. 오늘은 이 배우에게 반했다가도 내일이면 저 배우가 더 눈에 밟히는 게 영화를 보는 우리의 마음이다. 그래도 어떤 배우들에 대해서는 그가 새로운 작품을 들고 돌아올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고, 그의 스크린 속 모습에 설렌다. 관객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오롯이 배우의 역량이다. 오랫동안 멋있는 모습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만 배우 진백림은 자신의 몫을 잘해왔다. 그의 이름은 한국 관객에게는 아직 조금 낯설지 모른다. 진백림은 열아홉이던 2002년 <남색대문>이라는 영화로 대만에서 데뷔한 이래 중화권에서는 줄곧 청춘을 상징하는 배우로 통해왔다. 대만을 벗어나 홍콩, 중국, 일본에서까지 드라마와 영화 작업을 해왔으니 어찌 보면 그동안 우리만 그를 몰라본 것일 수도 있겠다. <남색대문>의 풋풋하던 고등학생은 <쿵푸덩크>의 열혈 농구부 주장과 중국 쓰촨 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 <관음산>의 방황하는 청년을 거쳐 마침내 2011년 드라마 <연애의 조건>의 말쑥한 남자 ‘리따런’에 이르게 된다. 대만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에서 진백림은 오랜 이성 친구를 짝사랑하며 그녀의 곁을 지키는 속 깊고 자상한 남자를 연기했다. 리따런의 등장에 대만 전역의 여심이 들썩였음은 물론이다. 당시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도 <연애의 조건>은 제법 화제가 되었다. 하지원과 이진욱 주연으로 올여름 방영된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은 바로 이 작품을 원작으로 삼았다. 마침 올해 진백림은 손예진, 신현준과 한중 합작 영화 <나쁜 놈은 반드시 죽는다>를 찍었고, 연이어 하지원, 천정명과 영화 <목숨 건 연애>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한국 영화계 진출 소식을 알렸으니 국내 관객으로서는 또 한 명의 주목할 남자 배우를 막 알게 된 셈이다.

촬영장에서 만난 그는 명성에 걸맞게 14년간의 연기 경력이 느껴지는 능숙한 포즈와 표정을 보여주었고, 그간 일해온 곳이 아닌 낯선 환경에서도 오랜 기간 프로로서 활동해왔음이 느껴지는 노련한 태도로 촬영을 이끌었다. 게다가 꽃미남의 정석을 따르는 고운 얼굴은 그간의 시간이 무색하게 소년 같은 구석이 있다. 여러모로 인기 스타임을 실감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매력은 ‘인간 진백림’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알게 된다. 필모그래피가 40여 편이 넘도록 매년 쉬지 않고 달려 연기하며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면서도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주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 말할 만큼 휴머니티를 잃지 않는 남자. 삶을 깊이 사유하고 자신을 성찰하려 노력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유쾌하고, 여유 있고, 솔직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그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 소년 같은 미소를 보여주는 건 그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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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 페도라 아페쎄(A.P.C.), 가죽 블루종 발렌티노(Valentino),안에 입은 화이트 셔츠 유니클로 앤 르메르(Uniqlo and Lemaire),팬츠 디올 옴므(Dior Hom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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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 컬러 재킷과 팬츠 모두 디올 옴므(Dior Homme), 면 티셔츠 버버리 브릿(Burberry Brit), 가죽 브레이슬릿 구찌 타임피스 앤 주얼리(Gucci Timepieces & Jewelry).

하지원과 영화 <목숨 건 연애>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어떤 영화인가? 이제 촬영에 들어가는 단계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하지원이 추리소설 작가인 ‘제인’ 역할을, 천정명이 형사인 ‘록환’ 역할을 맡았고, 두 사람은 우연히 연쇄 살인 사건을 쫓게 된다. 나는 그 와중에 제인 앞에 나타나 그녀와 로맨스를 만드는 조금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말하자면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라고 할까? 이틀 후에 첫 촬영에 들어가고, 4일 전에 다 같이 대본 리딩을 했다. 모두들 프로페셔널하고 재능이 대단하더라. ‘이거 재미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온전히 한국 영화라 중국 스태프가 한 명도 없다. 나와 매니저 ‘리’뿐이다. 꽤 부담이 되기는 한다. 그래도 이번엔 영어 대사만 있어서 한시름 놓았다.(웃음) 모레 촬영하는 첫 신이 마침 하지원과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실제로도 그녀와 처음 얼굴을 맞대고 일을 시작하는 셈이니까 아마 꽤 리얼한 연기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웨이보에 한국어 더빙을 하는 모습을 올리기도 했다. <나쁜 놈은 반드시 죽는다>를 찍을 때다. 한국어 더빙 연기는 나에겐 재앙에 가까웠다.(웃음) 물론 좋은 경험이었다. 특히 한국어는 문법상 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문장 끝에 올 때가 많아서 타이밍을 잘 맞춰야 했다. 상대 배우가 중요한 말을 하기도 전에 무심결에 너무 빨리 반응해버리면 안 되니까. 이 영화 전에 <디스턴스>라는 영화를 촬영했는데, 그게 끝나고 이 영화를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딱 4일 남아 있었다. 그래서 한국어 대본을 받고는 일단 대사를 몽땅 외웠다. 당연히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른 채 겨우 발음만 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고는 한국어 문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2주 정도 지나니 대사의 뜻을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했다.

뜻도 모르는 대사를 4일 만에 다 외우다니 당신은 천재인가? 아니다.(웃음) 난 그냥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뿐이다. 이건 재능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을 어디까지 몰아붙일 수 있느냐에 달린 거다. 나 자신에게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하고 물어보면 대답은 하나다. 잘해냈는지는 몰라도 최선은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올해 특히 쉬지 않고 연이어 영화를 찍었다. 한국에 진출하기 직전에 찍은 <디스턴스>에선 3명의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들었다. 싱가포르 감독인 앤서니 첸이 제작한 영화다. 그와 함께 하는 첫 작업이었다. 관계에 대한 영화다. 아버지와 아들 또 그의 자식, 사형수가 된 오랜 친구와 맞닥뜨린 남자, 어린 시절 선생님을 사랑했던 교수와 그 교수를 흠모하는 견습생 등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카르마 같은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와 나 둘 다 <디스턴스>에 집착하다시피 몰두했고, 크랭크인 전부터 영화를 찍는 내내 매일 붙어 다녔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옴니버스영화로 세 개의 스토리, 3명의 주인공이 있고 그게 전부 내 몫이었다. 각 캐릭터가 말투, 행동, 표정이 다 달라야 하는데 다음 스토리를 촬영하기 전까지 딱 이틀씩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앤서니 첸과 촬영 로케이션, 대본, 다른 배우의 연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상의했다. 우리는 이 영화가 매우 정교하고 정확하게 표현되길 바랐다.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그래도 그 과정은 자못 흥분되는 일이었다.

작품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 난 그건 순전히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찾는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고, 그냥 내 것이 되는 작품들이 있다. 타이밍이라고 할 수도 있고, 우연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사실 당시의 내 기분과 연결되는 것 같다. ‘오, 이거 좋아’, ‘윽, 이거 싫어’, 이거다. 일을 하면서 깨달은 건 완벽한 환경, 완벽한 시나리오, 완벽한 타이밍, 모든 걸 갖춘 상태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거다. 다만 난 똑같은 걸 하고 또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항상 전작과 다른 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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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한 프린트의 니트 풀오버와 팬츠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실버 네크리스 구찌 타임피스 앤 주얼리(Gucci Timepieces & Jewel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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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립온 슈즈 루이 비통(Louis Vuitton).

한국에서도 당신은 <연애의 조건>의 완벽한 남자친구 리따런 역할로 많이 알려져 있다. 웨이보에는 ‘천년을 수행해야 리따런 같은 남자를 얻을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돌았다. 그 역을 연기할 때가 딱 스물여덟, 스물아홉 시절이었다. 극 중 리따런과 비슷한 나이였고, 그래서 리따런의 사랑이 어떤 건지, 그가 어떤 생각으로 이러는지, 무슨 결정을 내릴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대본을 읽어보고 이거 잘할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의 연애 경험에 비추어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건가? 그렇다. 그렇치만 그런 경험이 많았다는 뜻은 아니다.(웃음) 다만 그런 연애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대충 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내가 리따런보다 더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거다.

얼마 전 한 대만 잡지가 10대 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에서 남자친구 삼고 싶은 배우 1위를 차지했다. 14년째 배우로 일하고 있는데 여전히 인기가 대단하다. 집계 실수가 있었던 거 아닐까?(웃음) 솔직히 나는 내가 팬들을 어떻게 만족시키는지 잘 모르겠다. 난 팬 관리를 정말 못한다. 그냥 내 방식대로 자유롭게 행동하고 싶고, 계산적으로 살고 싶지 않다.

배우가 되고 나서 후회는 없나? 대만에서 사생활이 전혀 없다는 것 빼고는 나는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든 내 작품이 나의 당시의 인생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내 일은 마치 다이어리를 쓰는 것 같다. 예전에 찍은 작품을 보며 내가 당시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걱정을 했는지 돌아볼 수 있다. 가끔 특정 신을 보면 그때 내가 어땠는지 떠오른다. ‘아, 저 때 배가 갑자기 엄청 아팠었는데. 아닌 척했지’ 이런 거 말이다.(웃음) 올해 한국에서 작업한 작품들도 나중에 돌아보면 진짜 열심히 했었구나,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인간 진백림으로서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언젠가 TED 강의를 본 적이 있는데, 한 피아니스트가 나왔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볼 때 눈을 빛내며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나도 행복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으로 비쳤으면 좋겠다. 나와 있을 때는 사람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내가 어떤 영화에 나오고, 어떤 걸 이뤘고, 이런 것보다 사람들이 나와 함께할 때 어떤 걸 느끼는지가 나에겐 더 중요하다.

뉴욕에서 만난 메건 콜리슨

슈퍼모델 메건 콜리슨의 감성으로 전하는 뉴욕의 가을.

 

메건 콜리슨

블랙 울 스웨터, 실크 스커트, 볼드한 장식 벨트, 모직 베레 모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메건 콜리슨

빈티지 감성의 울 스웨터, 심플한 화이트 셔츠, 블랙 보 모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메건 콜리슨

차콜 캐시미어 터틀넥 풀오버, 블랙 드레스, 다크 그레이 핀스트라이프 울 베스트, 버건디 레이스업 힐 모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메건 콜리슨

차콜 캐시미어 터틀넥 풀오버, 체크무늬 실크 드레스 모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메건 콜리슨

플로럴 크레이프 드레스, 브라운 시어링 베스트 모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메건 콜리슨

올리브 그린 트위드 울 재킷, 블랙 캐시미어 터틀넥 풀오버, 블랙 레이스 스커트, 비즈 장식 버클 벨트 모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메건 콜리슨

퍼플 트위드 울 재킷, 다크 그레이 핀스트라이프 팬츠와 베스트, 화이트 셔츠, 블랙 타이, 블랙 스웨이드 엠브로이더리 장식 뉴스보이 캡, 버건디 레이스업 힐 모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메건 콜리슨

블랙 울 엠브로이더리 장식 코트, 블랙 캐시미어 터틀넥 풀오버, 블랙 레더 스트레치 팬츠, 레더 블랙 스트랩 슈즈 모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메건 콜리슨

블루 롱 슬리브 스웨터, 블랙 플레어 팬츠, 미니 버킷 숄더백, 로프 디테일의 링 레더 벨트 모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메건 콜리슨

그린 하운드투스 울 재킷, 오렌지 그린 체크 코튼 셔츠, 스웨이드 스트레치 팬츠, 블랙 캐시미어 터틀넥 풀오버, 버건디 레이스업 힐 모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casting: Oliver Ress@Creartvt
producer: Ray Y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