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힘, I.O.I

김세정 멀티컬러 시퀸 톱 오피셜 할리데이 바이 쿤(Official Holiday by Koon), 골드 플리츠스커트 럭키슈에뜨(Lucky Chouette).
김청하 메탈릭한 니트 톱과 플리츠스커트 모두 카이(KYE), 멀티컬러 앵클 스트랩 펌프스 미우미우(Miu Miu).
강미나 레터링 프린트 니트 톱과 골드 스커트 모두 카이(KYE), 스터드 장식 샌들 필립 플레인(Philipp Plein).
정채연 메탈릭한 컬러 블록 니트 드레스 카이(KYE), 샌들 버버리(Burberry).

현실 곳곳에서 암투와 술수가 복닥거리는데 굳이 누군가의 생존경쟁을 금요일 밤 TV 예능으로까지 복기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46개 기획사 101명의 소녀들의 경쟁이라니. 투표 ‘실적’에 따라 마지막 101위의 연습생까지 철저히 숫자로 서열화했고, A부터 F까지 계급을 분리했다. 의문과 우려를 잠재운 건 밝음으로 무장한 101명의 소녀들이었다.

잔혹한 생존 게임을 경이로운 아이돌 탄생 신화로 뒤바꾼 건 맹목적일 만큼 순수한 소녀들의 진심이었다. 프로그램의 장르를 ‘판타지 서바이벌’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프로듀스 101> 속 경쟁의 형태는 ‘초현실적’이다. 포지션 경쟁과 라이벌 구도 등 매회 등장하는 갈등 프레임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소녀들은 카메라에 모습을 비추기 위해 애쓰기보다 학습 속도가 느린 멤버를 도왔고, 매회 드라마를 만들었다. 아이돌 탄생 신화의 주인공 김소혜, 하위 그룹 D에서 출발해 톱 3로 올라선 최유정, 실력만으로 30위를 점프한 김청하까지···. 이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정당히 해냈고, 무대가 끝나면 깨끗하게 승복하고 다음을 준비했다.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10회에서 정점을 찍었는데, 부동의 1위 ‘갓세정’이 2등으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눈물이라도 쏟을까 흔들리는 여왕의 표정을 잡기 위해 카메라는 빠르게 돌진했지만 김세정은 짐을 내려놓았다는 듯 호탕하게 웃었다. 긴박한 클로즈업이 무색했다. 모두의 기대와 예상된 그림을 보기 좋게 배반한 이 소녀는 시스템이 짜놓은 부비트랩에서 완전히 초월한듯 보였다.

“방출 커트라인인 61위가 된다 해도 한 주라도 더 남아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말하는 고결한 소녀들을 보며 국민 프로듀서를 자처했고,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라는 엔딩 멘트가 끝나면 공식 사이트에 접속했다. 투표를 독려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SNS에는 투표 인증 해시태그가 쏟아졌다. 지금까지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소비 방식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적어도 Mnet <프로듀스 101>은 암투와 술수가 더 이상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동력이 아님을 입증했다. 막장 없는 서바이벌은 최고 시청률 4.9%을 달성했고, 최종 순위 집계에서 11명의 소녀에게 무려 3백50만 표가 던져졌다.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라 했던가. 프로그램이 끝난 지금 소녀들은 세상으로 나왔다.

레터링 프린트 오버사이즈 데님 셔츠, 데님 오프숄더 드레스, 투톤 데님 재킷 모두 에스제이와이피(SJYP), 최유정이 입은 니트 쇼츠 럭키슈에뜨(Lucky Chouette).

프린트 티셔츠와 실크 스커트,허리에 묶은 가죽 라이더 재킷 모두 로우클래식(Low Classic), 슬라이더 모두 버버리(Burberry).

 

 

전소미

“‘Bang Bang’ 무대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춤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때가 아니면 춤을 보여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댄스 강도가 가장 높은 ‘Bang Bang’을 선택했어요.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행동도 말도 돌려서 할 줄 몰라요. 그게 방송에 그대로 나오고요.(웃음) 솔직하지만 밉지 않다고 저를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친근하고 편하게 봐주세요. 솔직하게 이야기하되 억양이나 말투를 잘 생각해보려고요. I.O.I(아이오아이) 언니들과는 정이 많이 들 것 같은데 울면서 헤어지고 싶지는 않아요. 서로 응원하고 축복하면서 제 자리로 돌아올 거예요.”

김세정

“11위 안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순위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떠는 모습을 안 보인 건 ‘오늘 나는 몇 위일까?’라는 생각을 안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웃을수록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에요. 정신력이 강하다고 하는데 엄마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보통 엄마들은 자식들에게 웬만하면 다 잘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 엄마는 직설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하는 분이라(웃음)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했죠. 근데 사실 몸치거든요. 방송에는 안 나갔지만 배현정 선생님이 “세정이가 소혜보다 춤 못 췄었지?” 하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춤이 많이 늘었어요. 우등생 이미지가 부담스럽기도 한데 I.O.I(아이오아이) 활동을 하면서 기대를 증명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최유정

“무대 위에서 달라진다는 말을 들어요. 마음속 깊은 곳에 흥이 있는 것 같아요. 한번 터지면 엄청나게 많이 터져버리는 그런 흥이요.(웃음) 외모에 자신이 없는 편이라 처음에는 많은 분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면서도 ‘왜 나를 좋아해주는 거지?’ 하고 조금 이해가 안 됐어요. 어떤 날은 가만히 거울을 보면서 혼자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제가 점점 잘할 수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응원받으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원래 이 정도로 소극적이고 조용한 편은 아닌데 합숙 시작하고 적응이 안 돼서 조금 힘들었어요. 혼자 밥 먹는 모습을 ‘쭈굴쭈굴’하다고 좋아해주실지는 몰랐어요. 오히려 안 좋게 보일까 봐 걱정했거든요. I.O.I(아이오아이)는 제게 큰 문 같아요. 꿈꾸던 곳에 들어갈 수 있게 한 문이긴 한데, 그 뒤에 제가 가늠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것들이 기다릴 것 같은 아주 큰 문이요.”

 

김청하

“방송에서는 차분한 모습이 많이 보였는데 시끄럽고 장난도 잘 쳐요. 아무래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고 집중하다 보니 카메라 앞에서 장난기가 잘 발동하지 않더라고요. ‘Bang Bang’ 안무로 칭찬을 받았는데, 그 전에 ‘Push Push’ 무대를 하고 나서 내내 마음이 안 좋았거든요. 내가 좀 더 잘했으면 같은 팀이던 (강)시라나 응씨카이 언니도 함께 다음 무대에 올랐을 텐데 하는 생각에 미안했어요. 그래서 ‘Bang Bang’에서는 모든 멤버가 한 번쯤 온전히 앵글에 잡히고 주목받을 수 있도록 안무 구성을 고르게 짰어요. 주어진 기회에 최대한 응하려는 편이지 욕심을 크게 부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기획사에서는 좀 답답해하기도 했는데(웃음) 욕심은 나중에 저를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을 위해 아껴두려고요. 활동하면서 노래하는 모습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랩에도 도전하고 싶고요.”

김소혜

“‘아이러니’ 공연할 때 정말 힘들었는데 영상을 보면 제 표정이 참 즐거워요. 이 순간을 즐기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할까요. 심지어 첫 가사도 틀렸잖아요. 돌이켜 생각하면 신기한 일 같아요. 놀랄 만큼 소심한 성격인데 101명 앞에서 어떻게 춤을 췄는지. 지금은 먼저 나서기도 하고 춤도 늘고 습득력도 높아졌어요. ‘엠넷의 딸’이라는 말이 속상하지는 않았어요. 비난이라기보다 장난 같은 말이잖아요. 방송에서 딸이 아니라고 해명하니까 그럼 사촌이냐고 물으시고.(웃음) 방송이 아니더라도 학교나 직장에서 누구나 저와 같은 상황을 한번쯤 겪어보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제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응원해주시는 것 같아요. 발전해가는 모습에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도 해주시고요. I.O.I 활동하면서 적어도 이제는 못하는아이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요.”

주결경

“워낙 잘 망가져요. 타고났나봐요. 기획사에서 요즘은 바보짓을 하더라도 좀 예쁘게 했으면 좋겠다고 해요. 자제는 안 될 것 같은데···. 원래는 f(x)의 크리스탈 선배님처럼 시크한 ‘냉미녀’가 되고 싶었는데 잘 안 돼요. 예쁜 척 안 하니까 동성 친구들한테는 인기가 많은데, 남자들은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웃음) 흥이 많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 하는 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주로 유쾌한 친구들이랑 어울리게 되고요. 놀 땐 노는데 생각도 많은 편이라 제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 잘 모르겠어요. <프로듀스 101> 카메라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저를 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천천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지금이 좋아요.”

 

정채연

“종종 기획사에서 ‘왜 이렇게 분량이 적니?’ 하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웃음) 분량만 따지면 표를 많이 못 받을 것 같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죠. ‘다시 만난 세계’처럼 청순하거나, ‘보름달’처럼 도발적이 되기도 하고, ‘얌얌’처럼 귀엽고 활기차게 모습을 바꿔가면서 불안을 극복한 것 같아요. ‘다시 만난 세계’ 무대의 엔딩 부분을 가장 좋아해요. 카메라에 예쁘게 잡혀 주변에서 다 ‘인생짤’이라고 해줬어요. 노래나 춤도 좋지만 표정 짓는 것도 재미있어요. 가수 역시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거잖아요. 예쁜 모습을 찾아보기도 하고요.”

김도연

“방송 초반에 7, 8위를 할 때는 어쩌면 데뷔 멤버가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1인 1투표 체제로 바뀌면서 11위로 떨어졌어요. 만약 우승 베네핏이 없었으면 15위가 됐을거라 마음을 비웠어요. 그런데 8위가 됐어요. <프로듀스 101> 출연 전까지 연습실에만 있다 보니 다른 연습생들은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고 자신감은 계속 떨어지더라고요. ‘이 길이 맞나’ 이런 생각도 많이 했고요. 한동안은 춤 카피도 엄두가 안 날 정도로 침체됐어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감도 찾았고 계속 열심히 해야겠다는 확신도 생겼어요. 무엇보다 연습생 때는 꿈도 못 꾼 무대에 설 수 있잖아요.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한다는 자체만으로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강미나

“Pick Me’ 개인 평가에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기획사 퍼포먼스 당시, 언니들이 잘해서 관심을 받긴 했는데 막상 저만 혼자 뒤처지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초조했어요. 처음 배정받은 A팀에서 강등되면 자존심도 많이 상할 것 같았고요. 욕심이 많아서 마음에 들 때까지 연습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다이어트는 마음대로 안 돼요(웃음). 음식 끊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지 않나요? ‘몰라요’ 무대를 보며 통통한 제 모습에 충격을 크게 받았고 다음 무대인 ‘Say My Name’ 오를 때는 다이어트를 열심히 했어요. 살 많이 뺐다고 칭찬도 받고, 자신감이 생기니까 그때부터는 미션들이 다 재미있었어요. 이제 더 날씬해진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웃음)”

임나영

“첫 번째 미션인 ‘AH’ 할 때 무표정으로 미션을 하면서 돌부처 캐릭터가 만들어졌어요. 제 일상 모습이고, 인정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해명은 안 하려고요.(웃음) 표정이 잘 안 드러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무대 하기 전에는 크게 긴장을 해요. 혼자 초조해하고 걱정하던 때도 있는데 리더이기 때문에 멤버들에게 티 내지 않았어요. 기획사와 I.O.I에서는 맏언니지만 집에서는 막내예요. 집에 가면 어리광 부리고 집안일도 오빠가 다 하는 편이고요. 제가 밖에서 하는 행동들 보면 부모님이 신기해해요. I.O.I(아이오아이) 맏언니로서 동생들에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첫 시작이니 서툴더라도 하나하나 꼼꼼히 생각하며 제 길을 만들려고요.”

유연정

“대구 동성로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했는데 정식 평가도 아니고 공연장도 조촐했지만 관객들 호응이 뜨거웠어요. 평가하고 투표하는 게 아니라 그저 공연을 즐기는 것 같아서 저희도 신나게 공연했어요. 아쉬울 정도로 빨리 끝나버렸어요. 노래를 특별히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3년간 보컬 학원에서 노래를 배웠지만 연습생 중에는 5년씩 매달린 친구들도 있으니 연습 기간이 긴 것도 아니고요. 다만 전 보컬에만 집중했기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제 이미지가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욕심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죠. 101명 중에 살아남아야 했고, 전 유난히 세게 보여지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시간이 주어졌으니 조심스럽게 제 진심을, 저의 진짜 모습을 천천히 보여드리고 싶어요.”

 

Blooming Days, 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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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드레스 엠엠식스(MM6), 아뮬레뜨 드 까르띠에 이어링과 브레이슬릿 모두 까르띠에(Car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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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색 드레스 세린느(Celine), 아뮬레뜨 드 까르띠에 링 모두 까르띠에(Cartier).

설현은 요즘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이름이 오르지 않는 날이 없고, 그녀가 등장하는 자리는 언제나 뜨겁다. 마리끌레르와 촬영이 끝나면 또 다른 스케줄이 있다던 그녀가 화장기 없는 얼굴로 커다란 검정 백팩을 둘러멘 채 촬영장에 들어섰다. 열여덟 살에 걸그룹 AOA로 데뷔한 이래 설현은 지금 인생의 화양연화를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대중은 설현이 입고 먹고 하는 모든 것에 뜨겁게 호응하고 그녀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궁금해한다. 이토록 뜨거운 관심의 한가운데서 얼마 전 배우 김설현으로서 설경구, 김남길과 함께 출연하는 <살인자의 기억법> 촬영을 마쳤고, 지금은 AOA의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잘할 수 있는 일을 따지기보다는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걸 해보고 싶어요. 안정적인 것말고 재미있는 거요. 그렇게 20대를 보내려고 해요.” 내일을 알 수 없던 연습생 시절을 지나 가수로 데뷔하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아이돌 그룹이 무대에 오르는 치열한 경쟁 끝에 활짝 피어난 그녀는 정작 자신을 향하는 뜨거운 환호에 들떠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이루며 화양연화의 시간을 즐겁게 유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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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시폰 톱과 가죽 스커트 모두 발렌시아가(Balenciaga), 아뮬레뜨 드 까르띠에 네크리스 까르띠에(Cartier), 스트랩 슈즈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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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톱 디케이엔와이(DKNY), 스팽글 스커트 블루마린(Blumarine), 아뮬레뜨 드 까르띠에 브레이슬릿과 링 모두 까르띠에(Cartier).

지금까지 화보 촬영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마리끌레르> 5월호 표지의 주인공이 된 소감이 어때요? <마리끌레르> 화보 촬영이 잡히고 나서 어서 이날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화보 촬영 경험이 많지 않아서 더 기대했나봐요.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했는데 재미있게 하고 싶었어요.

오늘 촬영장까지 오는 길에 여기저기서 설현의 얼굴을 아주 많이 봤어요.(웃음) 스물두 살에 확신에 차 자신의 길을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길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 없이 열심히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선 지금의 제 상황이 좋은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막연히 연예인이 되고 싶었죠. 학교 다닐 때 피아노와 춤을 배우면서 가수가 되고 싶었고, 회사에 들어와 앨범을 준비하고 연기 수업을 받다 보니 연기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할 때는 연기가 힘들면서도 재미있고 AOA로 활동할 때는 공연이 힘들면서도 재미있어요. 지금은 한창 AOA 앨범 준비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만큼 포기해야 한 것도 있겠죠? 가끔 저도 또래 친구들처럼 길거리를 막 돌아다니고 학교도 다니고 싶고 그래요. 그런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 친구들은 자기들만의 고민이 있겠죠. 포기해야 하는 것들 때문에 힘들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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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터넥 톱 프로엔자 스쿨러(Proenza Schouler), 아뮬레뜨 드 까르띠에 네크리스 까르띠에(Car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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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드레스 지암바티스타 발리 바이쿤(Giambattista Valli by koon), 아뮬레뜨 드 까르띠에 브레이슬릿과 링 모두 까르띠에(Cartier).

요즘 부쩍 욕심나는 게 있어요? 건강이요.(웃음) 스케줄이 빡빡해서 몸이 힘들어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어요. 요즘은 틈틈이 자고 잘 챙겨 먹으려고 해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운동을 아주 싫어한다는 거예요. 땀 흘려 운동하기보다는 평소에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려고 해요. 그래도 안무 연습을 많이 하니까 운동이 돼요.

지금까지 해본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을 나이예요. 설현의 20대가 무엇으로 꽉 채워지면 좋을까요? 20대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것으로만 꽉 채우고 싶어요. 이기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가족을 생각하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것에 도전하고 모험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20대를 채운 다음 30대에는 지금껏 저를 응원해준 가족들을 배려하며 살고 싶어요. 지금까지 제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은 가수가 되고 연기자가 된 거예요. 제가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모두 반대했거든요. 아마 소심하고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기를 부끄러워하는 제 성격 때문이었을 거예요. 모두가 반대하는데도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했죠.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는 편인데, 20대에는 그래도 용기 내서 해보려고요.

힘들 때마다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건 역시 가족일 테죠? 언니가 저희 회사랑 가까운 곳에서 일해요. 언니가 퇴근하면 가끔 만나는데, 언니는 늘 무조건적으로 절 지지해줘요. 그런 말을 들으면 용기가 생겨요. AOA 멤버들도 큰 힘이 되죠.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는 늘 시끌벅적해요. 각자 한 마디씩만 해도 시끌시끌하거든요. 다 같이 있으면 무척 즐거워요. 예전에는 멤버 모두 한집에서 살았는데 요즘은 반반씩 나눠 살아요. 한집에 살아도 각자 개인 활동이 많아 마주칠 일이 많지는 않은데 그래도 큰 힘이 되죠. 얼마 전에는 지민 언니랑 예능 프로그램 촬영 때문에 제주도에 갔어요. 딱 하루 머물렀는데 반나절 동안 일곱 끼는 먹은 것 같아요. 고등어회, 흑돼지 고기, 고기국수… 배 터질 만큼 먹고 엄청 웃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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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색 시폰 드레스 넘버21(N°21), 아뮬레뜨 드 까르띠에 네크리스와 링 모두 까르띠에(Cartier).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뭐예요? 제 인생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잘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일과 사람을 대하는 제 태도가 옳은 건지, 잘 가고 있는 건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대세잖아요.(웃음) 지금까지는 잘 온 것 같은데 앞으로도 잘 가야 할 것 같아요.

실패의 순간을 상상해보나요? 그럼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따져보는 편이에요. 실패하면 어쩌지, 이번에 실패하지 않더라도 다음에 실패하면 어쩌지. 그렇지만 늘 마지막에는 이렇게 생각해요.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는 잘 되겠지.

생애 첫 성공의 순간을 꼽으라면 언제예요? 위로받을 사람이 참 많다는 걸 느꼈을 때요. 주위에 좋은 사람이 참 많구나, 내가 잘못 가더라도 바로잡아줄 사람이 많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면 그래도 내가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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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시폰 톱 발렌시아가(Balenciaga), 아뮬레뜨 드 까르띠에 네크리스 까르띠에(Cartier).

설현의 취향이 궁금해요. 스커트와 팬츠 중 하나를 고르라면? 스커트보다는 팬츠를 좋아하는데, 팬츠보다는 원피스가 좋아요. 하나만 고르면 되니까요.(웃음) 쇼핑을 자주 하지는 않는데 구경하는 건 좋아해요. 대신 한번 사겠다고 마음먹으면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죠. 예를 들어 셔츠가 필요하면 흰 셔츠만 한꺼번에 다섯 벌을 사는 식이에요. 평소에는 메이크업도 잘 안 해요. 스케줄이 있는 날이 많아 늘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편이고 혼자서는 잘할 줄도 몰라요.

술은 맥주, 아니면 와인? 소주요.(웃음) 과일 맛 나는 약한 소주 마시는 걸 좋아해요. 주량이 세지는 않은데 가족이랑 있을 때는 마셔요. 맥주도 좋아하는데 마시면 얼굴에 바로 트러블이 생겨서 못 마시겠어요.

요즘 읽는 책은 뭐예요? 두 권을 읽는 중이에요. 하나는 <시쿵심쿵>이라는 시집인데 선물 받았어요. 또 하나는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예요. 책에 ‘상처받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관계학’이라고 적혀 있어서 읽고 싶었어요. 가끔 제 자신이 친구가 없고 사교적이지도 않은 것 같거든요. 그런 생각에 집어 든 책이에요.

화보 촬영장에 오면서 어떤 음악을 들었어요? 오늘 공개된 씨엔블루의 새 앨범이요. 요즘 자주 듣는 음악은 ‘데이식스’라는 그룹의 노래예요. 곧 컴백한다기에 제가 좋아하는 그들의 첫 앨범을 오랜만에 다시 듣고 있어요. 특히 씻을 때 음악 듣는 걸 좋아해요.

그러고 보면 헤어스타일은 늘 비슷했어요. 가끔 바꿔보고 싶긴 한데 아직은 지금의 제 모습을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 쉽게 바꾸지 못하겠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지금과 완전히 다른 헤어스타일을 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설현에 대해 오해하는 게 있어요? 제 자신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저에 대해 생각하는 게 맞는지 틀린 건지 함부로 판단할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에 대해 가진 어떤 생각이 오해라고 여기기보다는 저도 모르는 제 모습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지금 행복해요? 좋은 사람이 많고 날씨도 좋고 좋은 노래도 너무 많고 가족도 있고 멤버들과 함께할 수 있으니, 그러니까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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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드레스 엠식스(MM6), 아뮬레뜨 드 까르띠에 이어링과 브레이슬릿 모두 까르띠에(Cartier).

 

HERE COMES WINNER

위너 - 마리끌레르 2016년
승윤 코트 마르니 바이 쿤(Marni byKoon), 이너웨어 포츠 1961 바이 쿤(Ports 1961 by Koon).
진우 화이트 스트라이프 수트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승훈 재킷과 롱 슬리브 티셔츠, 팬츠 모두 프라다(Prada).
태현 재킷과 이너웨어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블랙진 모스트(Most).
민호 플라워 프린트 코트와 도트 셔츠 모두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위너 - 마리끌레르 2016년
코트 마르니 바이 쿤(Marni by Koon), 이너웨어 포츠 1961 바이 쿤(Ports 1961 by Koon).

KANG SEUNG YOON

이름이 ‘위너’라는 것은 자부심이자 부담이죠? 위너가 되고 싶은 아이들이에요. 워너 비 위너요.(웃음) 멤버들이 직접 곡 작업을 하는 프로듀서이기도 하죠. 록부터 힙합까지 저마다 음악적 성향이 다르고요. 어떻게 조율하나요? 조율을 안 하려고 해요. 합의점이 맞는 멤버끼리 작업을 하죠. 방향만 또렷하다면 서로 방해하지 않으려 해요. ‘그렇게 만들어봐’ 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녹음할 때 맞춰주는 식이죠.

민주적이네요. 그래야 더 다양한 음악을 지루하지 않게 보여줄 수 있을것 같아요. 물론 5명의 의견을 확실히 모아서 밀고 나가야 하는, 합의의 순간이 필요할 때도 있죠. 이를 제외하고는 각자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해요.

이번 <EXIT : E> 앨범은 ‘EXIT’ 프로젝트 활동의 일환이자 그 시작이죠.
반드시 네 장의 앨범을 낸다기보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갈 예정이에요. 시작은 미니 앨범이지만 다음은 디지털 싱글이 될 수도 있고요. 중요한 건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최대한 공백 없이 활동하려고 해요.

1집 활동 기간이 짧았고 공백도 길었잖아요. 팬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은데요! 팬들만이 아니라 우리도 갈증이 있었기 때문에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 프로젝트 준비로 공백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예능 프로나 연기 등 다른 활동으로 꾸준히 얼굴을 보이려고 해요. 틈을 최대한 못 느끼게 하는 것이 이번 ‘EXIT’의 가장 큰 목표예요.

이번 앨범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만든 앨범’이라고 평했어요. 결과적으로는 그 진심이 대중에게 통했고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위너의 노래를 가볍게 들을 수는 있겠지만 곡에 담긴 태도나 감정은 절대 가볍지 않아요. 저희 아주 진지하거든요. 진심을 담았는데 대중이 좋아해주면 기쁘죠.

앨범 발표 후 좀 홀가분해졌나요? 아니요. 이제 다음 준비를 해야 하니까. 하지만 적어도 앨범을 내야 한다는 책임감에 시달리며 곡 작업을 하지는 않으려고요. 리더이기도 하니까 음반 발매에 대한 조급함을 느끼기도 해요.앨범 발표에 얽매여 기계처럼 음악을 대하게 될까봐 조심하고 있어요.

계기가 있었나요? 목표 하나만 보고 달리다 보면 성장이 더뎌지는 순간이 와요. 음악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일이 그런 것 같아요. 일시 정지의 상태에서 어떻게 이 이상을 넘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제겐 ‘부담을 내려놓고 마음대로 해보자’는 태도가 해법이었던 것 같아요.

역시나 부담을 주는 질문이겠지만, 두 번째 프로젝트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늦어도 초여름.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스포일러를 조금 하자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보다는 자유분방하고 신나지 않을까요?

위너 - 마리끌레르 2016년
재킷과 니트 톱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NAM TAE HYUN

작업한 3곡의 노래가 앨범에 실렸어요. 대중과 접점이 있을까 고민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반응이 좋을까? 히트를 칠까? 이런 걱정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런 생각이 잠깐이라도 들었다면 가짜 같아요. 물론 성공하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은 바람도 마음속 어딘가 있기 때문에 유명해지고 싶은 나와 내 길을 가자는 내가 늘 싸워요. 그래서 정작 곡을 쓰는 시간보다 두 자아가 싸우는 시간이 더 길죠. 앞으로도 유행을 좇거나 이미 닦아놓은 깨끗한 길을 걸어가기보다 몸이 더러워져도 길을 뚫으며 가려고요. 그게 저랑 맞아요.

비틀스랑 롤링스톤스 음악을 듣는다고요. 의외예요. 비틀스랑 롤링스톤스는 1~2년 듣는다고 알 수 있는 뮤지션이 아닌 거 같아요. 이들의 음악을 듣고 연구하다 보면 어떤 계보가 읽혀요. 롤링스톤스가 마룬5의 롤모델이 된 것처럼 이들에게 영감받은 아티스트까지 확장하게 되죠. 이 연결 고리를 보면서 아티스트들이 어떤 영감을 받고 어떻게 풀어냈는지 알게 돼요.

트렌드를 역행하는 셈이네요. 요즘 유행하는 건 잘하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 굳이 저까지 동참하기보다 궁금한 것들을 더 깊이 파는 것 같아요.

화보 촬영 중간중간 대기실에서 가죽 재킷을 리폼하는 걸 봤어요. 패션이나 비주얼 작업에도 관심이 많죠? 이런 관심이 음악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음악도 패션도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과감한 시도가 중요하죠. 요즘은 안경이 필요하면 마음에 드는 안경을 사기보다 가지고 있는 안경의 렌즈나 프레임을 바꾸면서 내 것을 만들려고 해요. 아까 리폼하던 라이더 재킷처럼. 그런 시도나 노력이 음악에도 표현되는 것 같아요. 계속해서 나만의 것과 색을 고민하다 보니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것 같고요. 물론 트렌디한 음악도 들어요.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 음악들도 정말 좋지만, 난 내 것을 하겠다는 고집이 있죠.

<배우학교>나 <반달친구> 같은 리얼리티 예능 프로는 큰 도전이죠. 저는 예능을 무서워해요. 예능 나가기가 조금 그래요. 감정을 잘 숨기기 못하고, 저한테 없는 모습을 꾸며서 컨셉트 만드는 거 전혀 못 해요. 운 좋게도 <배우학교>는 포장할 필요 없이 나 자신 그대로 내려놓으면 됐고, <반달친구>는 아이들이 예뻐서 마음껏 예뻐했어요. 두 프로그램 모두 좋은 기억이고, 영감이 된 것 같아요.

위너 - 마리끌레르 2016년
실크 셔츠 랑방 바이 무이(Lanvin by Mue), 팬츠 닐 바렛(Neil Barrett), 슈즈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SONG MINO

1집 활동 마치고 <쇼미더머니>까지 출연하면서 제대로 쉬지 못했죠? 피곤합니다. 매일 너무 피곤해요. <쇼미더머니>를 기점으로 하루도 못 쉬고 달리고 있어요. 사장님이 이 인터뷰를 봤으면 좋겠어요.(웃음)

여유가 생긴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뭐예요? 따뜻한 곳으로 여행 가고싶어요. 몰디브 가서 모히토 마실 거예요.

하하. 불안이나 초조 같은 단어는 송민호라는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것같아요. 자만은 하지 않되, 자부심은 있어요. 물론 저도 제 자신을 의심할 때가 많죠. 잘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도 많고요. 옳은 길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그런 생각을 최대한 떨쳐버리려고, 슬럼프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요. 늘 해왔던 대로 하자, 나를 믿자고 되새기죠.

자신을 몰아붙이는 편인가요? 되게 소심해서 고민이나 걱정, 뭐가 되었든 일단 다 혼자 끌어안아요. 생각하고 삭이는 버릇이 있어서, 삭였다가 털어내고 긍정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그 과정의 반복이죠.

고민 중에는 대형 기획사 혹은 아이돌 그룹 내에서 송민호의 역할에 대한 것도 있겠죠? 음악 작업을 할 때 특히 그렇죠.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니만큼 넓은 층을 아우르는 곡을 만들어야 하는데 종종 막혀요. 어떤 순간에는 마음대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회사에서 바라는 곡과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음악에 차이가 있을 때도 있고요.

그 간극의 접점을 찾은 곡은 뭔가요? <쇼미더머니>에서 지코 형이랑 한 ‘오키도키’요. 대중과 사장님 모두 좋아해주셨죠. 저도 만족했고요. ‘겁’은 대중성을 고려해서 만들었다기보다 하고 싶던 말들, 생각해온 말들을 솔직하게 풀어낸 곡이에요. 그게 잘 전달된 것 같아서 애정이 있고요.

스물네 살, 인간 송민호의 가장 큰 고민은 뭐예요? 일에 치여서 당장 내일만 보면서 살고 있지 않나 하는 고민이요. 물론 일이 없을 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 때문에 일이 많은 건 복이고, 행복인 걸 잘 알지만 큰 목표나 먼 계획을 살필 여유가 부족해요. 멀리 보고 계획을 세울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시간 가지길. 오늘 인터뷰를 요약하면 ‘쉬고 싶다’인 것 같은데···. 사장님이 이 인터뷰를 보시길 저도 바라요. 저는 일이 많은 게 좋습니다.

위너 - 마리끌레르 2016년
집업 재킷 루이 비통(Louis Vuitton), 데님 팬츠 모스트(Most), 슈즈 플랫폼 플레이스(Platform Place).

KIM JIN WOO

이번 앨범으로 국내 첫 단독 콘서트를 했죠. 부산 공연이 마지막이라고요. 국내 첫 단독 콘서트 어땠나요? 국내에서 활동을 많이 못 했잖아요. 활동 면에서 응어리가 좀 있었는데 많이 풀렸어요.

통상적으로 아이돌 그룹이라 하기에 위너는 색이 좀 다르죠. 아이돌 그룹 하면 샤방하고 예쁘거나, 혹은 남성적인 느낌으로 격하게 춤을 추는 이미지 같은 게 있잖아요. 근데 위너는 애늙은이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어딘가 애잔한 정서도 있고요.(웃음) 맞아요, 맞아요. 우리 멤버들이 다 힘들게 살아서 그래요. 어릴 때부터 고난을 겪어서….

외모 때문인지 말수가 적고 어딘가 신비로울 것 같았는데 오늘 만난 진우씨는 유쾌하고 솔직한 사람이네요. 위너에서 제가 말수가 가장 많을걸요. 방송에서 일부러 말을 안 하려고 한 건 아닌데 멤버들이 다 잘하니까 굳이 나까지 거들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서 조용히 있어요. 브이앱 방송하다 보면 채팅창으로 ‘김진우 말 좀 하라’고 막 올라와요. 이제는 좀 하려고요.

멤버들이랑 잘 맞나요? 특히 누구랑 맞아요? 승훈이요. 지금 옆에 앉아 있어서? 네. 승훈이랑 비슷한 점이 있어요. 그래서 좀 막 대하게 되는데 승훈이가 그걸 잘 받아줘요. 저는 승훈이 안 받아주거든요.

승훈씨는 가까운 사람에게도 마음속 이야기를 잘 안 한다고 하던데요. 잘 안 해요. 진짜 안 해요.

본인은 하는 편이고요? 저도 안 하죠.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웃음)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로 사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특히 아티스트와 아이돌의 경계를 오가는 YG에 소속돼 있는 느낌은요? 솔직히 편해요. 제재가 있긴 하지만 그 틀 안에서 자유로운 편이에요.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죠. 빅뱅이나 2NE1 등 발표하는 노래마다 성공하는 선배님들이 워낙 많으니까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요.

이번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은요? ‘Baby Baby’랑 ‘철없어’요.‘철없어’ 느낌을 원래 좋아해요. ‘삐딱하게’ 이런 곡 좋아해요. ‘철없어’는 지금까지 위너가 보여준 곡들과 약간 다르죠? 5명이 좋아하는 게 다 제각각 다르긴 한데 완전히 다른 건 아니에요. 승윤이가 록의 기운이 좀 있는데 저도 그쪽을 선호하는 편이고요. 록이나 힙합이 됐건, R&B가 됐건 위너라는 이름으로는 한 장르에 갇히지 않으려고 해요.

팬들이 막내 같은 맏이라고 ‘맏내’라고 하던데요? 형이라고 위계질서 만들고 군기 잡는 캐릭터는 아닌 것 같아요. 제가 편하려고 내버려두는 거예요. 형인 척하지 않고요. 무엇보다 ‘척’하는 걸 극도로 싫어해요. 여자친구가 있다면 여자친구에게도 멋있는 척 그런 거 안 해요.

보통 20대 남자들은 여자 앞에서 ‘척’을 자동 탑재하지 않나요? 본능적으로 멋있어 보이려고 하잖아요. 또래들과 사고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걸 스스로 느껴요. 주변 이야기에도 크게 동요되지 않는 편이고요. 가령 누군가 나의 어떤 부분에 대해 지적해도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때는 저를 지켜요. 물론 인정하는 부분에는 변할 수 있고요.

자기중심이 잘 잡혀 있네요. 또 그렇지는 않은데….

확고한 나와 흔들리는 나를 비율로 표현하자면? 8:2?

위너 - 마리끌레르 2016년
셔츠 구찌(Gucci), 팬츠 루이 비통(Louis Vuitton).

LEE SEUNG HOON

JTBC <반달친구>로 위너 단독 예능 프로그램도 시작했어요. 다섯 멤버가 유치원 선생님이 됐다고요? 아이들 돌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사전 제작으로 실제 유치원 운영 시간에 맞춰 촬영했어요. 처음에는 아침형 인간이 된 것 같고 건강해지는 기분도 들었는데, 문제는 저녁 7시에 끝나면 너무 피곤해서 8시부터 쓰러져 잤어요. 12시간씩 자면서 기운 차리고 다시 출근했죠.

직장인 체험을 제대로 했네요. 평일 내내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집에서도 아이들 생각이 나더라고요. 원래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커서 만난 아이들은 다 남의 아이잖아요. 미국 촬영 가는 비행기 안에서 앞 좌석 아이가 떼쓰고 우는 바람에 크게 질린 적도 있고…. 그런데 지금은 변했어요. 제 안에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나봐요.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보니까 장래 희망란에 유치원 선생님이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위너의 퍼포먼스를 책임지고 있죠? 음…. 최근 위너 안무는 요청이 있어서 짠 게 많아요. 하겠다고 덤볐다기보다 여러 상황이 맞물려서 내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몸담게 됐죠. 솔직하고 현실적인 편이라(웃음) 안무를 내가 만들었고, 나의 무언가가 담긴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과장해서 이야기하지 못하는 편이군요. 네. 있는 것만 이야기하고, 허세 부리는 걸 싫어해요.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편이라 두루뭉술하지는 않아요.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이번 앨범 활동은 어떤 것 같아요? 거창한 의미가 있고, 배운 게 많다기보다 잘 흘러간 것 같아요. 음악 방송이나 단독 첫 콘서트는 팬들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었고요. 제 인터뷰 좀 다크하죠?

<위너TV>나 브이앱으로 본 승훈씨는 굉장히 밝은 사람 같았어요. 근데 오히려 담백해서 좋은데요? 미친 사람처럼 놀 때도 있는데(웃음)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잘 못 하는 것 같아요. 감정 기복도 있지만 그걸 남에게 티 내고 싶지도 않고요. 친한 사람들에게도 내 이야기를 굳이 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섭섭해하는 사람들도 있죠. 상황을 알고 공감하는 이에게는 속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저를 드러내지는 않아요.

담백한 캐릭터는 욕심 없어 보이거나, 욕심을 초월한 사람처럼 비칠 위험이 있죠? 욕심이 없지 않은데 욕심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건 더 싫어요. 물론 활동이 음악 방송 말고는 없으니까 아쉽기도 했고, 이승훈이라는 사람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죠. 춤이 장기인데 어디 나가서 춤 한번 제대로 춘 적 없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요.

가까운 꿈은요? 저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안 듣고 싶어요. 남을 위해서 사는 타입은 아니지만, 적어도 연예인의 삶을 사는 만큼 그분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고 싶어요.

위너 - 마리끌레르 2016년
승훈 화이트 오버사이즈 아우터 준지(Juun.J), 이너웨어와 팬츠 모두 앤더슨 벨(Anderson Bell).
진우 블랙 블루종과 티셔츠, 팬츠 모두 앤더슨 벨(Anderson Bell).
태현 니트 톰 브라운(Thom Browne), 팬츠 우영미(WooYoungMi).
민호 셔츠 지방시(Givenchy), 블랙 진 모스트(Most).
승윤 셔츠와 팬츠 모두 커먼 스웨덴 바이 무이(CMMN SWDN by M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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