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 류준열의 시작된 로맨스

황정음, 류준열의 시작된 로맨스 - 마리끌레르 2016년
셔츠 랑방 바이 쿤(Lanvin byKOON).
황정음, 류준열의 시작된 로맨스 - 마리끌레르 2016년
황정음 롱 베스트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류준열 셔츠 코스(COS), 팬츠 닐 바렛(Neil Barrett).

미신을 맹신하는 여자가 있다. 미신은 커녕 인생을 오로지 수학과 과학에 세계에서 살아온 남자가 있다. 여자는 이 남자와 하룻밤을 자야 자기 운이 풀린다는 점괘가 나오자 이 남자에게 들이대기 시작한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운빨 로맨스>는 그렇게 완전히 다른 두 남녀가 만나 밀고 당기고 투닥거리다 어느새 서로를 걱정하고 그 마음이 점점 커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로맨틱한 에너지가 충만한 믿고 보는 황정음 이 ‘점은 내 운명’이라고 여기는 ‘심보늬’를, 남편 대신 모두의 첫사랑이 된 류준열이 수치로만 모든 걸 판단하는 게임회사 CEO ‘제수호’를 연기한다.

다시 로맨스, 황정음

“저 류준열씨 팬이에요.(웃음) 호흡이 너무 기대돼요. 이 배우에 대한 데이터가 많지 않아 신선하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어떤 조합을 이룰지 많이 궁금해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는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는 편이에요. 극의 흐름에 따라 감정에 몸을 맡기는 편인데 이번엔 초반에 캐릭터를 확실히 잡아야 할 것 같긴 해요. 아직 확실한 건 없어요. 촬영에 들어가서 상대 배우와 호흡하며 밸런스를 맞춰가다 보면 좀 더 확실해지겠죠.”

망가져도 사랑스러운 황정음이 돌아왔다. 그녀가 가장 잘 해낼 것 같은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다.

“매번 진화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새로운 걸 시도하기보다는 제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리되 그걸 좀 더 발전시키고 싶어요. 작가님이 써주시는 글에 제가 가진 것을 섞어서 새로운 걸 탄생시키는 게 배우의 역할이니까요.”

<마리끌레르> 화보 촬영을 앞두고 황정음은 스튜디오에서 주저 없이 머리를 짧게 잘랐다. 우리가 사랑하는, 솔직하고 망설임 없는 그녀답다.

“저한텐 짧은 머리가 긴 머리보다 훨씬 잘 어울려요.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소화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계속 변신하고 싶어요.”

자신을 꽁꽁 숨기기보다는 솔직히 드러내는 데 익숙한 황정음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지닌 배우다. 그리고 그 용기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드라마 <비밀> 전후로 달라졌어요. <비밀> 이전의 황정음에게 연기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해내야 하는 대상이었죠. 그런데 <비밀> 이후에는 연기가 재미있어졌어요. 이제 작품을 앞두고 겁먹지 않아요. 걱정한다고 되는 일은 없으니까요. 설령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힘든 시간은 다 지나가기 마련이죠. 그 시간마저 제게 흡수되고 나면 또 다른 내가 나오더라고요. 걱정할 필요도 자만할 필요도 없어요. 어느 때는 모두에게 대단하다고 칭찬받지만 또 어느 날에는 한없이 초라한 배우가 되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수많은 제 모습이 자연스럽게 쌓여가는 것 같아요.”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변한 것처럼 삶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씩 변화를 맞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것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뒤와 옆도 볼 줄 아는 유연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중이다. 그리고 그녀는 요즘 행복의 한가운데에 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을 할 때가 제 생애 가장 행복한 시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더 행복한 시간이 오더라고요. 지금 일을 하고 있어서 감사하고, 늘 제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어 감사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감사하고, 자기 전에 또 감사해요.”

그 행복한 나날에 만난 로맨틱 코미디이니 배우의 좋은 에너지가 연기 너머로 그대로 전해질 것이다.

“제가 요즘 제일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가 <태양의 후예>예요. 연출, 작가, 배우의 삼합이 어쩌면 그렇게 잘 맞아 떨어질까요. 역시 송혜교 언니가 일등인 것 같아요.(웃음) <운빨 로맨스>도 그런 드라마가 되면 좋겠어요. 모든 합이 잘 맞는, 그래서 재미있는 드라마요.”

 

황정음, 류준열의 시작된 로맨스, 재킷 톰 브라운(Thom Browne) - 마리끌레르 2016년
재킷 톰 브라운(Thom Browne).

처음으로, 류준열

석 달 만에 류준열을 다시 만났다. 고작 석 달만인데 그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갑작스레 아프리카에 다녀왔고 <섬. 사라진 사람들>과 <글로리데이>가 개봉했다. 지금은 조인성, 정우성과 함께 영화 <더 킹> 촬영 중이고, 틈틈이 80여 개 매체와 인터뷰도 했다. 그새 몸무게가 6kg이나 줄었다는 그는 조금 야위어 보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운빨 로맨스>에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요즘 많이 바쁘겠다고 인사를 건네니 그는 석 달 전과 달라진 게 없는 예의 그 쑥스러운 듯한 웃음으로 답했다.

“바쁘다고 말하기가 좀 그래요. 밥 먹을 시간도 있고 잠잘 시간도 있으니까요. 친구들이 ‘요즘 바쁘지?’ 하고 물어보면 별로 바쁘지 않다고 말해요. 그래야 앞으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웃음) 요즘 친구들 만날 시간이 없긴 한데, 언젠가는 다시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겠죠. 얼마 전에 감기에 심하게 걸렸었어요. 그때가 좀 고비였던 것 같기도 해요. 백수일 때는 아프면 그냥 집에서 쉬면 됐는데 아파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하니까 다 되더라고요.”

석 달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 그에게는 새로운 것을 마주하고 경험하고 배워가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류준열이라는 새로운 배우에게 쏟아지는 관심에는 늘 응원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는 모든 순간이 새로운 세계를 공부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보내는 중이다.

“‘이럴 때는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저럴 때는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배워가는 중이에요. 연기가 되었든 태도가 되었든. 지금 촬영하는 <더 킹> 현장에서도 선배 배우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있고, <운빨 로맨스>도 그런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정음 선배님과 함께 연기하는 게 가장 기대돼요. 누를 끼치지 않고 배운다는 마음으로 하려고요. 제겐 많은 것이 다 처음 겪는 일이거든요.”

그의 말마따나 요즘 그에겐 많은 것이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출연한 영화가 연달아 개봉하는 것도, 미니시리즈의 주역이 된 것도,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된 것도 모두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제 연기 팔자에 로코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봄처럼 기분 좋고 설레는 감정을 ‘수호’라는 인물에 잘 담고 싶어요. ‘정환’과 다른 캐릭터를 보여줘야겠다는 부담감 같은 건 없어요. 제가 원래 ‘부담’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잖아요.(웃음)”

긍정의 기운으로 살아가는 이 남자는 봄의 끝자락부터 여름 무렵까지 수호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배우에게 때론 지난날의 뜨거운 호응이 무거운 짐으로 느껴질 법도 한데 절대적인 긍정의 힘을 가진 류준열은 생애 첫 로맨틱 코미디를 앞두고 설레며 기대하는 중이다.

“연기는 항상 자신감 있게 하려고 해요. 또 하나의 인물을 잘 만들어야죠. 시청률은 제가 손댈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요즘 가장 재미있는 일을 하나 꼽으라면 <운빨 로맨스> 대본을 읽는 거예요. 이야기도 재미있고 등장하는 인물들도 보고 있으면 신나요.” 인터뷰를 마칠 무렵 ‘봄은 좀 즐기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휴대폰을 들어 거실 한가득 놓인 꽃 사진을 보여주었다.

“팬들이 선물한 꽃 덕분에 집이 꽃밭이 되었어요. 방 안에도 죽 늘어놓아서 침대에 누워 있으면 보여요. 아무리 바빠도 제가 포기하지 않는 일상이 있다면 ‘정리’예요.(웃음) 꽃도 그렇고 편지도 상자 안에 잘 정리해둬요. 자기 전에 하나씩 읽어보는데 참 재미있어요. 그렇게 꽃을 보는 느낌으로 사람들이 <운빨 로맨스>의 사랑을 봐주었으면 좋겠어요.”

황정음, 류준열의 시작된 로맨스 - 마리끌레르 2016년
황정음 톱 블루마린(Blumarine).
류준열 셔츠 코스(COS).

 

Scene of Grace

Scene of Grace, 손예진 - 마리끌레르 2016년
화이트 니트 톱 디올(Dior).
The Scene of Grace, 손예진 - 마리끌레르 2016년
헴라인이 독특한 화이트 니트 톱, 은은한 살구색 오간자 스커트, 안에 입은 코튼 쇼츠 모두 디올(Dior).
Scene of Grace, 손예진 - 마리끌레르 2016년
곡선 커팅이 돋보이는 슬리브리스 톱과 코튼 쇼츠, 팔라듐 원석을 장식한 초커 모두 디올(Dior).
Scene of Grace, 손예진 - 마리끌레르 2016년
곡선 커팅의 슬리브리스 톱과 쇼츠, 절개선이 독특한 남색 니트 스웨터 모두 디올(Dior).
Scene of Grace, 손예진 - 마리끌레르 2016년
자수로 장식한 스트라이프 시폰 원피스, 안에 입은 톱과 쇼츠, 메탈릭한 실버 컬러 에버 백 모두 디올(Dior).
Scene of Grace, 손예진 - 마리끌레르 2016년
스트라이프 오간자 드레스, 코튼 톱과 쇼츠 모두 디올(Dior).
Scene of Grace, 손예진 - 마리끌레르 2016년
플리츠를 가미한 바 재킷, 안에 입은 톱과 쇼츠, 양가죽 앵클 스트랩 슈즈, 하늘색 디올라마 백 모두 디올(Dior).
Scene of Grace, 손예진 - 마리끌레르 2016년
핀스트라이프 슬리브리스 재킷, 곡선 형태로 여미게 되어 있는 블랙 톱과 쇼츠, 안에 입은 화이트 톱, 메탈릭한 골드 컬러 디올라마 백 모두 디올(Dior).
Scene of Grace, 손예진 - 마리끌레르 2016년
네이비 울 니트 스웨터와 안에 입은 화이트 톱, 쇼츠 모두 디올(Dior).
Scene of Grace, 손예진 - 마리끌레르 2016년
핀스트라이프 재킷과 팬츠, 가죽 화이트 톱, 선명한 블루 컬러의 에버 백 모두 디올(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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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의 성장

천우희 성장 - 마리끌레르 2016년
화이트 스팽글 드레스 아이그너(Aigner),화이트 오픈토 슈즈 헬레나 앤 크리스티(Helena and Kristie), 로즈 골드 시계와 팔찌, 반지 모두 로즈몽(Rosemont).
천우희 성장 - 마리끌레르 2016년
플라워 엠브로이더리 드레스 아보아보(avou avou), 펌프스 헬레나 앤 크리스티(Helena and Kristie).

우리는 영화에서 배우가 웃고 울고 좌절하고 기뻐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 배우의 연기를, 그리고 연기하는 모습을 즐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한편 한 명의 배우가 서서히 두각을 보이고 어느 순간 혼신의 연기력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인기를 끌고, 좋은 기회를 얻고, 더 성숙한 영화인으로 변화하는 성장의 역사 그 자체에 빠져들기도 한다. 영화를 좋아하는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만 눈여겨보는 듯하던 배우가 어느덧 영화계 선후배와 대중의 인정을 받고 더 큰 영화와 무대에 훨씬 능숙한 모습으로 등장할 때면, 그가 등장한 이전의 영화들을 인상 깊게 보았다는 이유로 내가 그 배우를 키우기라도 한 듯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영화 <마더>나 <써니> <우아한 거짓말>에서 주인공의 연인 혹은 친구로 등장한 천우희라는 배우를 기억하는 이들이나, 그렇지 않더라도 재작년 <한공주>를 통해 그녀의 진면목을 확인한 사람이라면 그 이후의 시간을 어느 영화인 못지않게 바쁘게 보낸 그녀의 행보가 반가웠을 터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연거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와중에 그녀는 쉼 없이 다음 영화를 위한 촬영에 임했다. 지켜보는 즐거움을 주는 배우랄까, 천우희에게서는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4월과 5월에 이어지는 주연작 <해어화>와 <곡성>의 개봉을 앞두고 그녀는 지난 3월 처음으로 해외 시상식에 초청을 받았다. 아시아 영화계를 아우르는 작품과 영화인을 소개하는 아시안 필름 어워드(Asian Film Awards, AFA)다.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과 함께 시상자로 초청된 천우희를 마카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들뜨고 조금은 긴장된 모습으로, 또 한번 배우로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이었다.

천우희 성장 - 마리끌레르 2016년
시상식을 위해 입은 블랙 드레스 에스카다(Escada), 오픈토 힐 할리샵(Hollyshop).

 

Asian Film Awards

영화는 꿈의 산업이다. 배우, 감독 혹은 영화를 만드는 누군가가 그 꿈을 좇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는 많은 종류의 원동력이 필요하다. 영화제와 시상식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어떤 영화가 출품되고 누가 상을 받았는지가 좋은 작품이나 배우임을 증명한다는 그릇된 인식 때문이 아니라, 영화가 더 다양한 관객에게 소개되고 각인되는 자리이자, 영화인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더 큰 이상을 실현할 힘을 얻는 시너지의 장이기 때문이다. 샴페인 하우스 모엣&샹동(Moët & Chandon)은 그런 의미에서 영화제와 시상식이 갖는 파급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브랜드이고, 그래서 다양한 채널로 국내외 영화계를 후원해왔다. 특히 2012년부터 이들이 주최해온 ‘모엣 라이징 스타 어워드’는 매년 떠오르는 배우와 감독을 주목하고 그들의 작업을 지지하는 의미로 상을 수여한다. 첫해에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두 번째 해부터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린 모엣 라이징 스타 어워드에서는 국내외 영화인들이 모여 밤늦도록 정갈한 한식과 샴페인을 앞에 두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화려하지만 또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시상식에서 이상우 감독과 배우 김고은, 신연식 감독과 배우 정은채, 박정범 감독과 배우 고아성에 이르기까지 한국 영화계의 많은 기대주들이 상을 받았다. 지난해 봄 치러진 네 번째 어워드에서는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과 천우희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두 사람은 뒤이어 모엣&샹동이 후원하는 아시안 필름 어워드에 시상자로 초청받았다.

2007년 홍콩에서 그 시작을 알린 아시안 필름 어워드는 3년 전부터 마카오에서 개최되고 있다. 14개 경쟁 부문을 두고 빼어난 활약을 보인 아시아 영화를 축하하는 시상식은 올해 10회째를 맞아 베니션(Venetian) 호텔에서 어느 때보다 성대하게 열렸고, 수많은 영화계 인사들이 자리를 빛냈다. 로저 가르시아 홍콩 국제영화제 위원장, 윌프레드 웡 아시안 필름 어워드 아카데미(AFAA) 집행위원장,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등 많은 영화인과 아시아의 별들이 야외 레드 카펫을 지나 모엣&샹동이 주최한 칵테일 리셉션에서 본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 격의 없이 어울리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시상자로 나선 소피 마르소와 그녀에게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건네받은 수상자 서기의 투 샷도 아름다웠지만,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한국의 많은 영화인을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병헌과 넥스트 제너레이션 상의 주인공 유아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은 가운데, 수상 후보에 오른 류승완 감독과 배우 오달수, 박소담 또한 자리를 함께했다. 이수진 감독과 천우희가 시상을 맡은 베스트 코스튬 디자인 상 또한 <사도>의 의상팀에게 돌아갔다. 이렇듯 한국 영화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던 시상식은 자정이 넘도록 이어졌다. 하지만 마카오의 화려한 밤을 닮은 들뜬 분위기에 모두들 시간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레드 카펫에 선 천우희 - 마리끌레르 2016년
레드 카펫에 선 천우희.

해외 영화제 참석은 처음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제일 인상 깊은 순간은 역시 무대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한국 배우로서 아시아 영화가 모두 모이는 그 자리에 섰다는 것만으로 뿌듯했다.

<해어화>가 막 개봉했다. 이번 영화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 했나? 내게 예쁘고 다재다능한 여배우의 면모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노래도 하고 작사도 하고 춤도 추고 한복도 양장도 입었으니 할 수 있는 건 다 한 셈이다. 한껏 장기 자랑을 한 기분이다.

5월에 개봉할 <곡성>은 산속을 배경으로 한 스틸 컷만 보아도 촬영장에서 고생 많이 했겠다 싶더라. 물론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지만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기운이 달려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가 생겨나는 경험을 했다.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싱글 라이프는 어떤가?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할 때가 제일 좋다.(웃음) 요리하는 건 좋아하는데 설거지가 귀찮아서 안 해 먹게 된다. 냉장고에 달걀은 항상 있다. 부모님이 나와 조카를 위해 최근 닭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싱싱한 달걀을 항상 보내주신다.

신작 <마이엔젤>의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식물인간이 된 여자와 아내의 자살을 목격한 보험조사원 사이를 그린 독특한 멜로영화인데 어떻게 선택하게 되었나? 요즘 한국 영화는 장르가 조금 편중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영화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배우 천우희는 늘 어려운 배역을 맡는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 선택이 짐으로 느껴질 때는 없나? 처음엔 안 그랬는데 점점 그렇게 느껴졌다. 특히 영화제에서 상을 여러 차례 받은 뒤부터는 온전히 내가 원하는 나만의 선택을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중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예전에는 짐 없이 가뿐하게 나의 길을 갔다면, 이젠 그 짐을 짊어진 채 내가 걸어온, 그리고 걸어가고 싶은 길을 가야 한다. 영화를 통해 새로운 것을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내 인생에서는 겪어본 적 없는 삶과 알지 못했던 정서들이 영화에는 존재한다. 그게 나를 도전하게끔 만든다.

배우로서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실감할 때가 있나? 그렇다면 어떤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로 남고 싶은가? <한공주> 이후로 작은 영화의 성공 가능성이나 기대가 커지기 시작했다는 데 대한 자부심이 있다. 앞으로 여배우가 작품에서 가지는 한계를 깨는 정도의 영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게 연기를 하는 최종 목적은 아니다. 작품으로 관객에게 일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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