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김하늘 (full ver.)

1701mcmacemr08_09

2016년 초에 결혼을 앞둔 김하늘을 만났었다. 영화 <여교사> 포스터 촬영을 막 마친 후였고,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의 그림은 아직 나오기 전이었다. 크다면 크고,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러운 인생의 변화를 앞두었던 그때보다 변화의 한가운데 있는 지금, 그녀에게서 오히려 더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드러내기보다 감추고, 용기내기보다 주저하는 사랑을 보여준 <공항 가는 길> 의 ‘수아’와 억울하고 상처 많은 인생에 갇혀 있는 <여교사>의 ‘효주’는 현재 일상의 김하늘이 품은 감정의 온도와도 차이가 커 보였다.

“<여교사>를 촬영할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있었어요. 늘 비참하고 비굴하게 살아온 효주와 전혀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었죠. 충분히 사랑받고 있었고 언제라도 기댈 곳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용기내어 어둡고 참담한 일상을 살아가는 효주를 지치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일상의 좋은 에너지가 김하늘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우리는 곧 그녀의 또 다른 색깔을 <여교사>에서 보게 된다. 학생들조차 교사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비정규직 교사, 모든 것을 다 가진 학교 이사장의 딸을 향한 질투와 미움,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제자와의 치정. 분노와 억눌림, 미움과 억울함의 어둡고 무거운 감정을 담아낸 그녀는 여전히 보여줄 색이 많다.

 

플라워 패턴 레드 재킷, 플라워 패턴 칵테일드레스, 웨이브 디테일의 오픈토슈즈 모두 펜디(Fendi).
플라워 패턴 레드 재킷, 플라워 패턴 칵테일드레스, 웨이브 디테일의 오픈토슈즈 모두 펜디(Fendi).

많은 변화를 겪은 지난 한 해였다. <공항 가는 길>은 결혼 후 처음 출연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 전에 작품 할 때와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다. 나와 가장 밀접한 환경이 변했으니 뭔가 변했을 것 같기는 하다. 연기가 드라마틱하게 변한 건 아니지만 <공항 가는 길>에서 연기가 좀 달라진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연기라는 게 사실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다못해 날씨의 영향도 받는데 결혼이라는 큰 변화가 있었으니 아무래도 달라졌겠지. 다행스러운 건 결혼이 내 연기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는 점이다.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여교사> 개봉 일정으로 다시 바빠지겠다. <공항가는 길>을 마치고 바로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그 뒤에는 집에 쓰러져 있다시피 했다. 예전에는 드라마를 촬영하는 동안에도 운동을 꾸준히 했는데 운동은커녕 피부 관리도 못 할 만큼 피곤하더라. 잠이 간절했던 터라 푹 쉬려고 했다. 이번 드라마는 작가님이 영화 시나리오를 쓰던 분이어서 그런지 다른 드라마와 느낌이 많이 달랐다. 감독님과의 합도 좋았다. 분량이 많아 고생스럽기는 했지만 의상이나 음악까지 다 잘 나온 것 같아 뿌듯하다.

 

집업 드레스 펜디(Fendi), 선글라스 펜디 바이 사필로(Fendi by Safilo).
집업 드레스 펜디(Fendi), 선글라스 펜디 바이 사필로(Fendi by Safilo).

<여교사>는 김하늘이 그동안 만들어온 이미지와 결이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한 작품이다. 도전에 가까운 선택이 아닌가. 늘 도전해왔다. 멜로드라마인 <바이 준>으로 시작해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선택한 것도 도전이었고 <온에어>나 액션물인 <7급 공무원>, 시각장애인을 연기한 <블라인드> 모두 그랬다. <공항 가는 길>도 장르상으로는 멜로지만 여주인공은 자칫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 <여교사>는 그중에서도 큰 도전이기는 하다. 작품을 할 때마다 ‘변신’이라는 단어를 꺼내기가 조심스러운데 이번에는 진짜 변신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교사>에서 내가 연기한 효주는 캐릭터가 확실하다. 매우 디테일하고 감정이 깊고 오묘한데 장면마다 내가 어떤 표정을 짓느냐에 따라 영화의 느낌이 확 달라진다. 배우로서 욕심나는 캐릭터였다. 그간 제안받은 작품 중에 가장 다른 느낌이었다.

작품을 제안받고 선뜻 출연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는 못 할 거라고 생각했다. 효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기분이 몹시 나빴다. 자존심 상하고 비참하고 비굴하고. 살면서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의 바닥까지 내려와야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덮고 나니 자꾸 여운이 남더라. 작품을 하기로 마음먹고 감독님, 피디님, 제작사 대표님이 모이는 미팅 자리에 갔는데 그때까지도 어쩐지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생각이 덜 정리된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라 여러 고민이 밀려왔다. 하지만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여자의 심리가 잘 표현되었고 여자로서 김태용 감독님과 효주의 심리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것도 굉장히 즐거웠다. 감독님의 나에 대한 믿음도 큰 힘이 되었다.

 

버버리 트렌치코트
레오퍼드 프린트 슬리브 개버딘 트렌치코트, 안에 입은 러플 칼라 코튼 튈 셔츠, 태슬 장식 가죽 아미 부츠, 러플 버클 백 모두 버버리(Burberry).
오버 사이즈 울 코트, 러플 핀스트라이프 코튼 셔츠, 플로럴 실크 파자마 스타일 쇼츠, 스네이크 스킨 컷아웃 플랫폼 부츠 모두 버버리(Burberry).
오버 사이즈 울 코트, 러플 핀스트라이프 코튼 셔츠, 플로럴 실크 파자마 스타일 쇼츠, 스네이크 스킨 컷아웃 플랫폼 부츠 모두 버버리(Burberry).

신인 감독과 작업했다. 그런 면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김태용 감독의 전작인 <거인>을 좋게 봤다. 특히 영화에 나오는 모든 배우의 연기가 좋았는데 그 역시 연출의 힘인 것 같다. 그래서 더 감독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여교사>는 <거인>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거인>이 날것의 느낌이라면 <여교사>는 좀 더 매끈하다고 할까? 감독님에게 나를 캐스팅한 이유를 물었더니 그간 출연한 작품에서 밝고 긍정적인 느낌 뒤에 숨어 있는 짓눌린 느낌을 발견했다고 했다.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나조차 효주에게서 김하늘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감독님은 내가 그간 해온 작품들 속 찰나의 순간에 드러난 느낌을 보고 효주를 찾아낸 것이다. 신기했고 고마웠다.

억울하고 짓눌린 캐릭터를 연기하면 감정의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촬영에 들어가면 많이 예민해졌다.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해야 했고 그 감정 중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집중하다 보니 날카로워졌고 촬영이 끝나면 지쳤다. 그래도 끝까지 잘해낼 수 있었던 건 실제로 내가 처한 현실이 힘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던 때라 더 안정적이기도 했다. 배우마다 작품에 들어가면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난 일상의 나와 작품의 내가 분리되어 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작품에 몰입하기 위해 일상에서도 그 캐릭터가 되려고 했다. 감정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작품 분위기에 맞는 음악만 듣고, 옷 입는 스타일도 작품 속 인물에 맞추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카메라 앞에서 빠르게 몰입하고 촬영이 끝나면 잘 빠져나와야 지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여교사>는 그런 면이 더 필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웨이브 디테일의 니트 톱, 웨이브 프린트의 퀼로트 모두 펜디(Fendi).
웨이브 디테일의 니트 톱, 웨이브 프린트의 퀼로트 모두 펜디(Fendi).

교사, 제자, 사랑. 이 키워드만 두고 보면 드라마 <로망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결이 전혀 다른 작품이기에 배우로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도 있을 것 같다. 배우로서 그때의 김하늘과 지금의 김하늘은 달라졌나? 많이 달라졌다. 그때 만약 <여교사>를 만났더라면 전혀 다른 영화가 완성됐겠지. <로망스>의 김하늘은 덜 익은 사과 같았다. 덜 익어서 단맛도 있지만 쓴맛도 있고, 덜 여물었기에 오히려 신선한 느낌. 지금은 그때보다 농익었겠지.

지금껏 배우로 살아오며 깨지 못한 자신의 한계는 뭔가? 소리, 가슴, 머리가 모두 다 열리는 연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공항 가는 길>만 하더라도 감정을 참고 참아야 하는 연기를 했다. 그래서 내레이션이 유독 많았던 것 같다. 좀 더 감정을 강하게 폭발시키고 자유로운 연기를 해보고 싶다.

10년 후의 김하늘은 어떤 모습일까? 아직 상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때까지 잘 걸어갔으면 좋겠다. 배우로서 너무 멋진 윤여정 선생님처럼.

죽을 때까지 연기할 거라는 확신이 드나? 그건 잘 모르겠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런 확신은 없었다. 그런데 연기를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 다만 지금껏 지루한 순간은 없었다. 긴 시간 배우로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연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흔들릴 일이 없다. 여전히 연기하는 순간이 좋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그 인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신난다. 글로 설명된 캐릭터를 나만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과정도 즐겁다. 누군가는 김하늘이란 배우에게서 늘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아마도 흥행작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나는 지루한 것에 질리는 타입이다. 늘 다른 것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많다.

 

니트 톱 펜디(Fendi), 선글라스 펜디 바이 사필로(Fendi by Safilo).
니트 톱 펜디(Fendi), 선글라스 펜디 바이 사필로(Fendi by Safilo).
오프숄더 블라우스, 와이드 팬츠,스트로 바게트 백, 보태닉 가든 패턴의 오픈토 슈즈 모두 펜디(Fendi).
오프숄더 블라우스, 와이드 팬츠,스트로 바게트 백, 보태닉 가든 패턴의 오픈토 슈즈 모두 펜디(Fendi).

 

마지막 질문이다. 1월호 인터뷰니까, 2017년의 계획을 듣고 싶다. 2016년은 개인적으로 꽉 찬 한 해였다. 새해에는 좀 더 쉬면서 보내지 않을까?

그거 아나? 결혼 전에 만났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좋아 보인다. 음, 좋다.(웃음) 정말.

 

보태니컬 가든 프린트 오프숄더 점프수트, 웨이브 디테일의 오픈토 슈즈 모두 펜디(Fendi).
보태니컬 가든 프린트 오프숄더 점프수트, 웨이브 디테일의 오픈토 슈즈 모두 펜디(Fendi).

ⓒ MARIECLAIREKOREA 사전동의 없이 본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연관 검색어
,

김아중, 자기만의 방

그레이 오프숄더 니트 톱 시스템(System), 퍼플 그레이 실크 슬립 드레스 제니팍(Jenny Park).

최근 1~2년 사이 배우 김아중의 세계가 새로운 ‘막’에 진입한 것 같았다. 그녀는 본인이 지닌 차분하고 명료한 결을 분명히 할 때 빛이 났다. <펀치>의 검사 ‘신하경’이, <원티드>의 톱스타 ‘정혜인’이 그랬다. 능란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지닌 전문직 종사자 고유의 무드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도 조재현, 박신양, 김래원 등 저돌적으로 연기하는 남자 배우들의 에너지에 밀리는 법이 없었다. 깊고 정확한 톤의 눈빛과 목소리로 극의 무게를 더했다.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는 신하경과 정혜인처럼 자신의 목표와 신념으로 움직이는 주체적인 여성들이 존재하는데, 왜 유독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만큼은 이런 멋있는 여성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까. 남성 과잉의 배우 세계에서 김아중의 최근 행보가 유독 반갑다.

 

스트라이프 셔츠 노앙(Nohant), 골드 파이프 서클링 뱅글 매치박스실버(Matchbox Silver).
스트라이프 셔츠 노앙(Nohant), 골드 파이프 서클링 뱅글 매치박스실버(Matchbox Silver).

촬영 당일, 김아중은 올해 그녀가 유난히 많이 입었을 H라인 스커트나 잘 재단된 재킷이 아니라 감 좋은 캐시미어 니트 스웨터와 넉넉한 실크 팬츠를 입고 맨발로 소파와 매트리스 위에 앉았다. 그녀에 대한 하루치의 감상을 적자면 ‘억지스러움이 없다’다. 낙천적으로 보이려고 애쓰거나 소탈한 척하지 않고, 너무 예민하지도 느슨하지도 않았다. 그녀 특유의 담담한 에너지가 촬영장에 편안한 적막과 기분 좋은 긴장을 불어넣었다.

촬영이 끝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오늘 화보 무드가 실제 그녀의 성품과 닮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소심하다가도 일할 때는 대범해지기도 한다. 기획사 식구들은 배우치고는 꽤 현실적인 편이라 하고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이사님은 사차원이라 한다. 사실 나도 배우 김아중보다 한 개인으로서의 김아중을 잘 모른다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해왔다. 계속 알아가는 중이다.” 그녀의 말이 맞다.  매일이 새롭고, 상황은 변하는데 스스로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이가 몇이나 될 것이며, 행여 잘 알고 있다고 확언하는 이의 말은 얼마나 가벼운가. “그저 매 순간 힘을 다 써야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는 그녀의 말이 오래 남았다.

 

1701mcmacemd09_06

오늘 편안한 컨셉트로 촬영을 한 건 작품 밖의 배우 김아중의 일상이 잘 상상되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예능 프로 등 작품 외에 노출되는 일이 적기도 했고. 사생활을 애써 감춰온 것은 아니지만 일상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성격도 못 된다. 성격이 털털하면 좋은데 스스로 내가 털털한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 털털한 척은 못 하는 거다.(웃음) 예능 프로를 좋아하고, 기회가 되면 응하고 싶지만 굳이 거기에서 ‘나는 이렇게나 많이 먹어’, ‘이렇게 망가질 수도 있고’, 이‘ 만큼 웃길 수도 있다’고 연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난해 출연한 드라마 <펀치>와 <원티드>가 호평을 받았다. 개봉을 앞둔 영화 <더 킹>까지 세 작품 모두 사회·정치적 이슈와 권력관계를 주제로 한다. 현실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반드시 작품에 사회의식이 담겨 있어야 하고, 강한 에너지가 흘러야 한다고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 자체에 집중이 되는 작품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지나고 보니 ‘내 취향이 이랬구나’ 싶다. 이야기가 현실적인지 따지기보다 믿을 만한 이야기인지를 더 따져 묻는 편이다. ‘에이, 저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 말도 안 돼’라고 느껴지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오‘ , 그럴듯하다. 일어날 수도 있겠다’ 하고 다가오는 작품이 있는데 후자 쪽에 끌린다.

센 남자 배우들 틈에서 몸 사리지 않고 때로는 이들보다 더 힘 있게 이야기를 밀어붙이기도 했다. 실제 성격이 연기에 얼마큼 반영되는 것 같나? 스스로 옳다고 믿는 일은 밀어붙이는 편이다. 다만 작품 안에서 이런 종류의 밀어붙임은 배우로서 여유가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혹시라도 내가 느슨해지거나 몸을 사리고 있지는 않나 되돌아본다. 매 순간 힘을 다 써야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극의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경우도 많았다. 흔히 장르물에서 여성 배우는 쉽게 소비되기 마련인데 혼자 꽃처럼 피어 있지 않아서 더 좋았다. 때로는 꽃 같은 역할을 하고 싶을 때도 있다.(웃음) 본연의 여성성만으로도 하나의 캐릭터를 지탱하는 배우들이 있다. 보통 굉장히 예뻐야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데 나는 그렇게까지···.(웃음) 목적성이 뚜렷한 캐릭터를 해야 하는 외모가 아닌가. 신인 때부터 그렇게 생각해왔다. 물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해냈을 때 나만의 길을 잘 걷고 있다는 뿌듯함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깊은 성량과 음색, 정확한 발음이 캐릭터에 힘을 크게 보탠다. 장르물을 할 때는 작품 들어가기 전에 훈련을 하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대사로 전달해야 하는 사건이 많고, 동시에 감정도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시청자의 호흡까지 당겨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목소리가 중요하다. 발음은 악센트를 앞쪽에 실어서 하는 편이다. 악센트를 뒤로 밀었을 때보다 확실하게 앞으로 내줄 때 내용이 정확하게 전달된다.

 

1701mcmacemd09_09

이번 영화 <더 킹>에 출연한 계기가 한재림 감독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대가 컸을 텐데, 직접 경험하니 어떤가? 한재림 감독의 작품을 좋아했기 때문에 역할의 크기에 상관없이 출연하고 싶었다. 나중에 함께한 배우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 ‘나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데 영화는 끝내줄 것 같다’고. 영화가 잘 만들어지고 있다는 신뢰를 한순간도 잃지 않은 현장이었다. 나와 전혀 다른 해석으로 현장에서 연기를 주문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당시에는 잠시 당황하기도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신기한 경험이었다. 확실히 한재림 감독만의 시선이 있다. 그간 특유의 아이러니들이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졌구나 하고 이해하게 된 현장이었다.

이 작품 역시 정치권력이 이야기의 큰 틀이다. 연달아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을 하고 있다는 우려는 없었나?  <더 킹>은 전혀 다른 느낌의 작품이다. 대본을 읽을 당시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접할 법한 블랙코미디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정치와 이권 다툼에 대한 이야기를 그간 무겁게 다뤄왔다면 <더 킹>은 꽤 가볍게 풀었다. 영화에는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경찰과 검찰 내의 서열이 바뀌고, 그 세력들이 이권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상황들이 벌어진다. 굿판도 벌이는가 하면···. 촬영 당시에는 정말 웃겼는데···

선견지명이 있었던 걸까? 맞다. 지독한 현실주의 작품이 돼버렸다.

한 인터뷰에서 ‘좋은 작품에 대한 갈증도 심하고 자책도 한다’고 말했다. 당시의 생각과 지금 얼마나 달라졌나? 여전히 그렇다. 작품마다 나 자신의 한계를 꼭 본다. 이‘ 게 부족하구나, 이게 나의 최선이구나’ 하며 아쉬워한다. 고치고 바꿔나갈 것들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모두가 호평해도 아쉽고 한계를 느끼는 건가? 작품을 끝내고 적어도 1년은 지나야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한 거 같다. 그래서 주변 조언에 귀 기울이는 편인데, 이번 드라마 <원티드>를 끝내고 받았던 피드백 중 하나가 ‘연애를 너무 오래 안 한 티가 난다. 작품이 세서 그런 건지 여성성이 없어지려고 한다. 김아중의 다음 작품은 연애다’다. 수트 입혀 놓고 머리만 짧게 자르면 영락없는 남자 캐릭터라고 말이다.(웃음) 연애를 해야 내재된 여성성이 작품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는 말인 거 같은데···.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연애를 오래 쉬었다니. 사람을 좀 만나야 인기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 텐데···.

하긴 인스타그램에 너무 촬영 현장 사진만 올리더라. 아, 인스타그램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스케줄을 함께 다니는 막내 스타일리스트 친구가 좀 알려줘서 그 정도 하는 거다. 그 친구에게 어떤 사진을 올릴까 하고 물어보면 ‘그냥, 하지 마셔’ 한다. 꽃은 왜 올리는 거냐며 다 지우라고 한다. 이런 걸 좀 잘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근데 이게 배운다고 되는 건가?
 
 

 

ⓒ MARIECLAIREKOREA 사전동의 없이 본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연관 검색어
,

지금, 김하늘 – Preview

김하늘 선글라스
짐업 드레스 펜디(Fendi), 선글라스 펜디 바이 사필로(Fendi by Safilo).
김하늘 화보
플라워 패턴 레드 재킷, 플라워 패턴 칵테일드레스, 웨이브 디테일의 오픈토슈즈 모두 펜디(Fendi).
태피스트리 프린트 스컬프처 슬리브 시프트 드레스, 안에 입은 튈 러플 코튼 티셔츠, 스네이크 스킨 컷아웃 플랫폼 부츠 모두 버버리(Burberry).
태피스트리 프린트 스컬프처 슬리브 시프트 드레스, 안에 입은 튈 러플 코튼 티셔츠, 스네이크 스킨 컷아웃 플랫폼 부츠 모두 버버리(Burberry).
오버 사이즈 울 코트, 러플 핀스트라이프 코튼 셔츠, 플로럴 실크 파자마 스타일 쇼츠, 스네이크 스킨 컷아웃 플랫폼 부츠 모두 버버리(Burberry).
오버 사이즈 울 코트, 러플 핀스트라이프 코튼 셔츠, 플로럴 실크 파자마 스타일 쇼츠, 스네이크 스킨 컷아웃 플랫폼 부츠 모두 버버리(Burberry).
오프숄더 블라우스, 와이드 팬츠,스트로 바게트 백, 보태닉 가든 패턴의 오픈토 슈즈 모두 펜디(Fendi).
오프숄더 블라우스, 와이드 팬츠,스트로 바게트 백, 보태닉 가든 패턴의 오픈토 슈즈 모두 펜디(Fendi).

교사, 제자, 사랑. 이 키워드만 두고 보면 드라마 <로망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결이 전혀 다른 작품이기에 배우로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도 있을 것 같다. 배우로서 그때의 김하늘과 지금의 김하늘은 달라졌나? 많이 달라졌다. 그때 만약 <여교사>를 만났더라면 전혀 다른 영화가 완성됐겠지. <로망스>의 김하늘은 덜 익은 사과 같았다. 덜 익어서 단맛도 있지만 쓴맛도 있고, 덜 여물었기에 오히려 신선한 느낌. 지금은 그때보다 농익었겠지.

ⓒ MARIECLAIREKOREA 사전동의 없이 본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연관 검색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