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때 엄마 옷장에 걸린 에스카다의 보라색 재킷을 입어본 적이 있다. 패드가 들어 있는 어깨,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는 벨트가 달린 재킷은 어린아이의 뇌리에 꽤 오래 남아 있었다.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지금 한동안 잠잠하던 에스카다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올 슬로안과 함께 대대적인 40주년 기념 컬렉션을 준비했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파크 애비뉴 아모리를 장소로 택했고 메이크업은 팻 맥그래스가, 헤어 디렉팅은 귀도 팔라우가 맡았다. 랄프 로렌도 부러워할 스태프 리스트였다. 에스카다 역시 새로운 도약, 한 방이 절실했던게 분명하다. 그런데 옷은 30년전 엄마 옷장에서 본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패드가 들어있는 컬러풀 한 재킷 (이번에는 노란색이었지만), 체크무늬 트위드 재킷과 컬러 패치워크를 장식한 가죽 재킷은 뉴욕 빈티지 숍에서 보던 1980년대 옷 그대로였다. 영화 <프리티 우먼> 과 <워킹걸> 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니올 슬로안. 영화에 너무 심취한 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