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패션 도시를 통틀어 가장 활기찬 무드를 보여주는 쇼가 아쉬시 아닐까. 지난 시즌 칵테일파티에 갈 때 입을 법한 드레시한 시퀸 룩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 시즌에는 전보다 한층 편안한 아이템이 많이 보였다. 물론 아쉬시 컬렉션에 시퀸이 빠지지는 않았지만 과감한 노출을 감행하던 룩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몸의 곡선이 드러나지 않는 재킷과 풀 스커트 같은 단정한 옷이 그 자리를 채웠다. 손바닥만 한 슬립 드레스 대신 니트 위에 드레스를 레이어링하고 팬츠 수트에 케이프를 두르는 등 익숙한 스타일링이 등장한 것. 거대하게 부풀린 헤어스타일을 제외하면 기존 아쉬시 컬렉션에 비해 무척 차분한 인상이라 의외로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행보는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누가 그의 반짝이는 옷이 지겹다고 했나. 자신의 주특기를 매 시즌 다른 방법으로 활용하는 아쉬시 컬렉션은 여전히 런던 컬렉션의 청량음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