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림은 새 컬렉션을 구상하기 전 넷플릭스에서 청소 신드롬을 일으킨 일명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의 프로그램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자기반성에 빠진 필립 림이 터닝 포인트를 맞은 것. 먼저 울마크와 협업해 컬렉션의 60%를 천연섬유로, 나머지는 재활용 소재 위주로 사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패션에 성큼 다가갔다. 가죽과 시어링이 포착되긴 했지만 이마저도 정육 후 남은 부산물이라고 전했다. 이런 진일보한 변화와 함께 그가 슬로건으로 내세운 ‘진화한 유틸리티, 우아한 스포츠웨어, 젊은 테일러링’에 충실한 룩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포켓, 지퍼와 스트링, 슬릿이 자리 잡은 트렌치코트와 테일러드 재킷, 드레스는 하나같이 실용적인 모습이었다. 이번 시즌 키 아이템은 코쿤 실루엣의 누비 재킷. 앞에서 보면 평범하지만 뒤를 풍선처럼 둥글게 부풀린 퍼퍼 재킷을 여러 룩에 매치해 특별함을 더했다. 자신의 컬렉션이 누군가의 옷장에서 정리되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남길 바라는 필립 림의 마음과 이를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한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