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새로 부임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크 토머스와 토머스 코선은 브랜드의 DNA를 최대한 유지하며 눈이 시리도록 선명한 컬러를 더하는 것으로 이번 컬렉션의 방향을 정한 듯했다. 쇼의 시작을 알린 깔끔하게 커팅한 선이 돋보이는 화이트 룩은 헬무트 랭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전반에는 뉴트럴 컬러 룩이 이어지다가 중반부터는 색색의 컬러와 광택이 나는 룩으로 도발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군더더기 없는 테일러링과 적절한 포인트 컬러로 완성한 컬렉션은 사실 새롭다기보다는 익숙한 느낌이 더 강했다. 하지만 이제 두 시즌을 보낸 두 디자이너에게 후한 점수를 줘도 되지 않을까? 과거 헬무트 랭 신드롬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동시대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이것이 헬무트 랭을 새롭게 이끄는 디자이너들의 목표였고, 이번 컬렉션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그 목표를 달성한 듯 보인다. 헬무트 랭의 전성시대가 돌아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