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디자이너들이 유서 깊은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뒤져 그걸 재해석한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요즘, 자신이 살아 있는 아카이브인 디자이너는 흔치 않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이번 시즌, 자기 자신의 아카이브 속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모아 보여준 듯하다. 섬세하고 고혹적인 이브닝 웨어로 구성한 컬렉션에는 튈 스카프로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더한 시퀸 드레스, 유려한 곡선을 이루는 수트와 엠브로이더리 코트가 등장했다. 박물관에 와 있는 듯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에디터를 숨죽이게 한 건 피날레 인사를 위해 무대에 등장한 조르지오 아르마니였다.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로 웃으며 인사하던 그에게 끊임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디지털 에디터도 본분을 잃고 촬영보다는 박수를 선택하게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