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김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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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IA BECKHAM

빅토리아 베컴은 계획 중이던 살롱 쇼를 취소하고 ‘베컴 패밀리’로 불리는 자신의 가족을 초대해 특별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쇼장 규모도, 의상 개수도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세련된 색감 조합과 우아한 디자인만큼은 여전했다. 특히 빅토리아가 유행을 선도하던 시절 종종 입던 스타일의 부츠 컷 팬츠가 주요 아이템으로 등장해 과거를 회상하게 만들었다. 이 중에서도 애시드 그린 컬러 팬츠는 캐주얼한 재킷, 실키한 셔츠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직까지도 정통성을 중시하는 패션계의 일부 디자이너에게 그는 명성을 이용하는 일에만 능한 사업가로 여겨지지만, 그에게는 여‘ 성들이 입고 싶어 하는 옷’을 알아채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게 분명하다. “때로는 오직 런웨이만을 위한 옷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번 컬렉션은 ‘입을 수 있는 것들’로만 구성했어요.” 그의 말처럼 감각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컬렉션이었다.

Y/PROJECT

지금 패션계에서 활약하는 젊은 디자이너 중 가장 전도유망한 인물을 꼽으라면 대다수가 글렌 마르탱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전위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힙하지만 정교한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하는 그의 컬렉션은 실망을 안기는 법이 없다. 이번 시즌 그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인지 컬렉션은 해체주의적 요소는 덜되, 사랑스러운 색감과 부드러운 소재를 더한 모습이었다. 가장 특별한 부분은 옷 곳곳에 마치 숨바꼭질하듯 변형 가능한 요소를 숨겨놓은 점이다. 단추를 이용해 자유롭게 분리하거나 이을 수 있는 드레스, 일반적인 형태에서 입체적인 형태로 바뀌는 데님 팬츠가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하우투 영상을 촬영해 입는 방법을 알려주는 친절까지 갖췄으니, 그야말로 보는 재미가 가득한 컬렉션이었다.

ZADIG & VOLTAIRE

페이크 퍼나 가죽 같은 강렬한 소재, 화려한 애니멀 패턴, 웨스턴 부츠에 이르기까지 브랜드를 상징하는 요소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일까? 쟈딕 앤 볼테르의 새 컬렉션에서는 고유의 미국 서부 개척 시대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바지에 컷아웃으로 변화를 주거나 스웨터에 실밥을 잘못 잡아당긴 듯한 디테일로 위트를 가미하며 독창적인 시도를 더하려고 했지만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물론 기존과 같은 과한 장식과 패턴을 배제하고 일반적인 색과 형태로 디자인한 옷들은 보기에도, 입기에도 부담 없다는 분명한 장점을 갖췄다. 그러나 꽤 오랜 시간 런웨이 컬렉션을 진행하며 나름대로 확고한 디자인 세계를 보여온 브랜드의 쇼라기에는 지극히 평범했다. 지금껏 쌓아온 탄탄한 마니아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아쉬움의 말을 남기게 만드는 컬렉션이었다.

TORY BURCH

토리 버치는 새 시즌 룩북을 매사추세츠의 핸콕 셰이커 빌리지에서 촬영했다. 그가 ‘아름다움은 효용성에서 비롯된다’는 셰이커교(그리스도교 프로테스탄티즘의 한 종파)의 오랜 격언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종교적 색채가 가미된 떼어낼 수 있는 칼라 장식과 밑단을 묶는 통 넓은 바지, 드레스에 가까울 정도로 품이 낙낙한 셔츠까지, 움직임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으로 구성한 컬렉션은 이 격언을 형상화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기존에 비해 디자인은 훨씬 모던해졌지만, 이국적인 패턴과 태슬 장식을 이용해 브랜드 고유의 색을 지켜낸 점도 인상적이다. 실용성에 기반을 둔 브랜드는 화려한 컬렉션의 세계에서 겉도는 경우가 많다. 토리 버치 역시 이런 브랜드에 속한다. 그러나 이번 시즌 토리 버치가 보여준 편안하고 여유로운 옷들은 현실에서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하이패션보다 훨씬 마음에 와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