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사이다 장면 4

드라마 속 사이다 장면 4

드라마 속 사이다 장면 4

드라마 속 사이다 장면 4

현실로 꺼내오고 싶은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촌철살인 대사들을 짚어 보았다.

<아버지가 이상해> 이유리

“너, 우리 미영이한테 왜 그랬니?”

‘나도 이런 언니!’를 외치게 했던 장면. 극 중 변혜영(이유리)은 학창 시절 동생(정소민)을 괴롭혔던 과거를 은근슬쩍 넘어가려던 예비 올케에게 ‘오늘은 미영이 언니 자격으로 나온 것’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혜영의 살벌한 발음과 표정에 사실을 고백하지 않고는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보인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이유리는 편의점에서 반숙 계란을 안주 삼아 텀블러에 소맥을 타서 시원하게 들이키는 장면부터 류수영과의 현실 연애를 찰지게 그려내, 전에 없던 주말 드라마계의 걸크러시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귓속말> 이보영

“댁에는 다음에 가세요, 오늘은 못 보내 드리겠네.”

엄마가 되고 돌아온 이보영은 강인해졌다. 그녀는 억울한 누명과 거대 기업의 비리를 밝히고자 고군분투하는 형사 신영주 역을 맡아, 거침 없는 액션과 단호한 어조를 선보였다. 드라마 <귓속말>은 ‘정의는 살아있고, 권력 앞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쫄깃한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악행을 일삼던 ‘태백’의 대표 김갑수를 체포하는 이 장면에 더해진 이보영의 통쾌한 대사는, 현실의 한 부분과 오버랩되며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샀다.

 

<자체발광 오피스> 고아성

“이건 절박함을 이용한 기만입니다, 부장님!”

60만 취준생을 대변했던 고아성은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를 통해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었다’는 평을 받았다. 작품 속 고아성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이면, 또 어떤 사이다 대사가 이어질까 하는 시청자들의 기대가 이어졌다고. 큰 눈으로 또박또박, 부당한걸 부당하다고 말하는 그녀의 활약은 면접장, 엘레베이터, 회의실, 장소와 직급을 불문하고 펼쳐졌다.

 

<김과장> 남궁민

“누군지 아는 것과 비용을 처리하는 건 별개의 문제죠.”

‘남궁민의 재발견’이라고 회자되는 드라마 <김과장> 속 남궁민의 대사를 들어보면, 어느 하나 틀린 구절이 없다. 뻔뻔함과 능청스러움으로 무장한 남궁민은 회사의 대표인 아버지만 믿고 안하무인 갑질을 일삼는 본부장에게 ‘팩트 폭격’으로 맞섰다. 이 장면은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꺼내 보기를 권하는, 세상 모든 김과장들을 위한 사이다 장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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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고 낯선 직업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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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고 낯선 직업의 세계

새로운 자극과 기이한 사건이 넘치는 시대. 생소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일을 발굴하고 개척하는 직업인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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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MR 크리에이터

사각사각, 스윽스윽 아무 설명 없이 영상에 등장한 손이 귀이개로 귀를 파주더니 심지어 마사지까지 해준다. 장장 한 시간 동안 손은 쉬지도 않고 묵묵히 소리를 만드는 데, 반복적으로 나는 기분 좋은 소리에 감각이 반응한다.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은 일상에서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인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다. 최근 불규칙한 생활 습관과 스트레스로 수면장애를 겪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ASMR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잠 못 이루는 밤, 자연스럽게 잠을 청할 수 있는 대안으로 귀르가즘방이 등장한 것. ASMR 크리에이터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리를 찾아 영상으로 제작하는 1인 채널이다. 크리에이터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자 이들을 관리해주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사업도 덩달아 성장하며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또 요즘 10대들의 장래 희망으로 크리에이터가 등장하기도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6년 전국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10대 4명 중 1명은 1인 방송을 시청한다. 그만큼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청소년과 새로운 콘텐츠를 앞세워 등장하는 청년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는 일 ASMR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다. 바람이 부는 소리, 연필로 글씨를 쓰는 소리 등을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편집해 유튜브에 업로드한다. 업로드 후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구독자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연구한다.

되는 법 ASMR 제작에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될 수 있다. 소리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가 뒷받침되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읽어내고 만들 수 있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기본적인 카메라와 본인 목소리 성향에 맞는 마이크를 준비해 장비를 갖추면 된다.

적성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즐겨야 한다.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고민해야 하기 때문. 온라인상에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강한 멘탈도 필수다. 또 직접 촬영을 하고 영상을 편집을 하기 위해서 영상 제작 툴을 잘 다루어야 한다.

전망 요즘 인기 있는 콘텐츠라는 이유로 섣불리 ASMR 을 시작하는 것은 위험한 일. 현재 자리 잡은 ASMR 크리 에이터들은 자기만의 정체성을 찾아 꾸준히 업로드하고 대 중과 소통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ASMR은 시간을 투자하고 집중해서 봐야 하는 영상이 아니기 때문에 구독자를 잘 잡으면 꾸준히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할 수 있다.

 📌 ASMR 콘텐츠를 제작하며 지친 사람들을 위한 소리를 만드는 두 명의 크리에이터

 

INTERVIEW 국내 최초의 ASMR 크리에이터 미니유

언제부터 ASMR 콘텐츠를 만들게 됐나? 우연히 외국의 ASMR 영상을 보고 빠져들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유튜버의 일과가 궁금하다. 매 순간이 ASMR과 연관되어 있다. 카페에 가서 소품을 볼 때, 음식을 먹을 때, 좋은 풍경을 볼 때, 심지어 잠잘 때도 ASMR로 어떤 소리를 만들지 생각한다. 그러다 불현듯 주제가 떠오르면 어떻게 찍을지 구상하고 소품과 재료를 준비해 영상을 찍는다. 콘텐츠 제작은 어떻게 진행하나? ASMR은 소음에 굉장히 민감한 장르이기 때문에 방음 부스를 설치하고 영상을 찍는다. 기계음조차 방해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장비로 촬영을 진행한다. 소음에 신경을 많이 쓰며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어떤 경로로 수입이 정산되나? 유튜브 조회 수로 수입이 정산된다. 일정하지는 않지만 평균 한 달에 2백만원 정도 번다. ASMR 크리에이터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요즘 사람들은 많이 외롭고 지쳐 있다. 힘든 사람들이 가장 쉽게 기댈 수 있는 콘텐츠로 ASMR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잠 못 드는 사람이나 외로운 사람들이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랜선 나무가 되고 싶다.

 

INTERVIEW 기분 좋은 속삭임 데이나

ASMR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서 어떤 준비가 필요했나? 먼저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 소통하고 싶은지 정체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기본적인 카메라와 목소리 성향에 맞는 마이크를 찾아 완벽하게 세팅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힘들지? 내가 옆에 있어 줄게’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들을 영상에 가득 담았는데, 그 영상을 업로 드하고 위로가 되었다는 댓글과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앞으로 시도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마녀 콘셉트의 판타지 롤 플레이를 재미로 올린 적이 있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양한 롤 플레이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요즘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라디오 형식의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좋은 책도 소개하고 구독자들의 사연도 얘기하면서 소통할 기회를 좀 더 늘릴 예정이다. 독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ASMR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기는 하지만 비난받기 쉬운 요소가 많은 콘텐츠이다 보니 건전한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다. 좋아해주는 구독자들을 보며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돼야겠다고 다짐한다.

# 사람책

도서관에서 책이 아닌 사람을 빌린다. 휴먼라이브러리에서는 관련 지식을 가진 사람책이 독자와 일대일 혹은 일대다로 만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한다. 독자는 살아 있는 책과 마주 앉아 그 사람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읽는데, 무엇보다 궁금한 점은 바로 묻고 답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소통의 창구는 다양해지고 있으나 사람은 오히려 소외되는 요즘, 독자들은 숨 쉬고 반응하는 책을 읽기 위해 휴먼라이브러리를 찾는다. 직접 책을 쓸 수 없는 저자나 종이 책을 읽을 수 없는 독자가 사람책과 독자로 만날 수도 있다. 사람책 개념은 덴마크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덴마크에서 열린 한 음악 페스티벌에서 펼친 이벤트에서 선보인 이후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지자체나 공공 도서관의 공익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는 일 사람 책을 대출해주는 휴먼라이브러리에 소속되 어 활동한다. 자신이 가진 전문 지식, 특별한 경험을 책의 주제로 선정하고 본인만의 키워드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정리한다. 독자가 대출을 신청하면 약속을 잡고 직접 만나 대화하며 지식을 전달한다. 한 명의 독자를 만날 수도 있고, 그룹으로 신청을 받아 여러 명의 독자를 만날 수도 있다. 그래서 만나는 시간도 유동적인 편이다.

되는 법 공익 사업으로 운영하는 휴먼라이브러리나 사업 화된 휴먼라이브러리 플랫폼에 사람책으로 등록하면 된다. 자기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주제를 정해서 스토리를 만들 어야 하는데, 혼자서 정리하기 힘들다면 휴먼라이브러리에 사람책이 되는 과정을 돕는 프로그램을 신청해도 된다.

적성 특별한 경험이나 전문적인 지식이 있으면 활동하기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사람을 모으고 새로운 콘텐츠로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람책이 될 수 있다.

전망 남들과 소통하는데 목마른 사람들이 독자로서 꾸준히 느는 추세. 주로 30~40대 직장인이나 은퇴한 사람들이 사회적 교류와 정보 공유를 위해 사람책을 만나지만 그들 이 사회 초년생에게 노하우를 전달하는 경우도 많다. 앞으로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은퇴 후에 본인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공유경제 개념으로 더 주목받을 전망이다.

📌 INTERVIEW 휴먼라이브러리 플랫폼 위즈돔 관장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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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책을 빌려주는 휴먼라이브러리 플랫폼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듣는지에 따라 우리 인생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혈연, 지연, 학연이 없어 애당초 누군가를 만나기 힘든 사람들도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시작하게 되었다. 위즈돔은 무슨 일을 하나? 우리는 사람 책이 될 분들을 찾아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터뷰를 하며 사람책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사람책 되기 툴킷’을 통해 함께 연습한다. 사람책이 되는 방법은? 누구나 위즈돔에 자기소개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등록하고 독자와 만날 시간을 정하면 사람책이 될 수 있다. 위즈돔에 는 다양한 분야에서 현직에 있거나 은퇴한 5천여 명의 사람책이 있다. 사람책의 수입 구조는? 독자가 개설된 만남 에 참여하는 1인당 평균 비용은 1만~2만원이다. 위즈돔은 이 중 20%를 플랫폼 이용 수수료로 받는다. 미래 휴먼라이브러리의 모습은 어떨까? 공유경제가 사회적으로 주목 받으면서 무형의 자원을 공유하는 휴먼라이브러리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SNS나 메시지 앱을 통해 빠르게 소통하는 방식으로 누적된 피로도를 휴먼라이브러리가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디지털평판관리사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정보 중에 내 것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자신조차 잊고 있던 개인정보가 인터넷 저 깊은 구석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정보를 지우고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잊힐 권리를 보장 해주는 직업이 있다. 디지털평판관리사는 온라인에서 생성된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게시물과 개인이 원하지 않는 게시물, 사진, 동영상 등의 기록을 지우고 개인의 평판을 관리한다. 또 온라인 속 인생을 완전히 지워주는 디지털 장례도 진행한다. 최근엔 최순실 게이트로 정보 관리의 중요성이 이슈가 되면서 디지털 장의 업계가 주목받기도 했다. 이제 유명인을 넘어 일반인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과 발언이 논란이 되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 이직을 희망하는 직장인, 수험생 등 다양한 이유로 과거에 올렸던 게시물이나 유출된 개인 사생활을 삭제하기 위해 디지털평판관리사를 찾는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포되는 사진으로 인한 디지털 성폭력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디지털 장의사가 방송통신위원회 추천으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신규 직군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하는 일 온라인상의 모든 기록을 지우는 디지털 장의 업무와 원치 않는 게시물과 허위 사실들을 삭제하는 평판 관리 업무를 주로 한다. 기록 삭제를 요청하는 사람들의 의뢰를 받으며 기간에 따라 계약을 하고 관리한다.

되는 법 지난해 미래창조교육원에서 사이버평판관리사 2급 자격증 강의가 신설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평판관리사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자격증이나 정규 과정은 없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데이터 서치 능력만 있다면 디지털 평판 관리 업체에 소속되거나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다.

적성 업계 관계자들은 디지털평판관리사가 문과생에게 더 적합하다고 얘기한다. 고객의 요구를 듣고 어떤 데이터를 삭제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장을 해석하고 부정적인 요소를 걸러낼 수 있는 판단 능력과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또 빅데이터 분야 관련 지식이 있다면 유리하다.

전망 디지털 인생을 떼어놓고는 말할 수 없는 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온라인상의 평판과 개인정보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이를 관리해줄 수 있는 디지털 평판 관리 전문 업체에 문의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기업, 정치인, 연예인을 넘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일반인까지 디지털 평판 관리 서비스를 찾는 고객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INTERVIEW 디지털 평판 관리 업체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 김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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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미녀와 야수

미녀와 야수

미녀와 야수

미녀와 야수 혹은 추녀와 미남의 사랑 이야기가 영화 속에만 있는 건 아니다. 야수 같은 탈에 가려진 진짜 왕자와 공주를 발견한 사람들. 남자가 아깝네, 여자가 아깝네 하며 재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한목소리로 말한다.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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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는 10년 전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홍대 앞 카페에서 만났다. 그녀가 딱히 단골은 아니었는데 하루에도 수십 명이 들락거리는 카페에서 감각적인 옷차림과 남다른 헤어스타일이 인상에 깊이 남았는지 두 번째 왔을 때부터 나는 그녀를 알아보았다. 주문을 받으러 갔을 때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수첩을 봤는데 그것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잡지와 사진을 오려 붙인 아트 북 같은 것이었는데, 커다란 데이비드 보위의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데이비드 보위 광팬인 나는 “데이비드 보위 좋아하시나 봐요” 하고 말을 건넸고 그게 우리 인연의 시작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예인으로 데뷔해보라는 제의도 적지 않게 받았던 내가 그녀와 다니기 시작하자 우리를 둘러싸고 좋지 않은 말들이 돌았다. 심지어 나와 그녀가 연인 사이인 것을 알면서도 내게 접근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미대를 다녔지만 학교에 흥미를 붙이지 못해 휴학하고 카페와 모델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하던 나는 그녀를 만나 내가 갈망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갈피를 잡지 못하던 내 취향도 그녀 덕분에 고유의 결을 가지게 되었다. 얼굴 예쁜 여자야 널리지 않았나. 얼굴보다는 나만의 유일한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아내를 만났을 때부터 결혼한 지 4년이 된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사실은 내게 아내만큼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Z, 34세, 쇼핑몰 운영자)

가스통이 된 기분

사업을 시작하고 밤낮으로 일에 치여 살다 보니 어느새 15kg이나 살이 쪄 있었다. 특단의 조치로 들어간 자전거 동호회에서 처음 그녀를 만났다. 큰 키와 군살 하나 없는 몸매에 털털한 성격까지. 당연히 나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고 두 달을 그녀 곁에서 맴돌았다. 겨우 용기를 쥐어짜 한 고백을 그녀가 받아준 날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동호회 사람들은 우리 둘이 사귄다는 사실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는 동호회에 소속된 모든 남자의 로망이었고 그들은 나를 라이벌로 여기지도 않았을 테니까. 친구들은 우리를 보고 <미녀와 야수>의 실사판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래도 마냥 좋았다. 거의 매일 만났지만 헤어질 때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고, 첫사랑인가 싶게 낯선 기분에 휩싸여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실 주위에서는 그녀를 두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충고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확실한 직업이 없다는 점과 잊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둔 사람이 있다는 사실 따위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연 애는 1백 일을 채 채우지 못하고 끝이 났다. 그녀는 잊지 못하던 남자에게 돌아갔다. 그렇게 그녀에게 나는 스쳐간 사람으로, 나에게 그녀는 영원히 잊지 못할 사람으로 남았다. 그 남자만 아니었다면 우리는 친구들의 말대로 미녀와 야수가 될 수 있었을까? (K, 37세, 앱 개발자)

야수의 탈을 쓴 미녀

‘예쁘다는 말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던 한 연예인의 말을 나는 평생 이해하지 못한다. 살면서 예쁘다는 말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나는 얼굴보다는 그나마 몸매가, 몸매보다는 성격이 더 자신 있으니까. 내가 처음 연애를 한 건 열일곱 살 때였다. 외모에 한창 예민한 시절, 나를 좋아할 남자는 평생 못 만날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남자는 무조건 꼭 잡고 사귀 고 봤다. ‘내 주제에 이 정도 남자는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독이었다. 그런 내 삶이 반전을 맞은 건 서른 살 때였 다. ‘죽을힘을 다했다’는 말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 정도로 매달리던 남자에게 처참히 차인 그날. ‘인간관계라는 것이 조르고 설득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라는 큰 깨달음을 득도라도 하듯 불현듯 얻었다. 이후부터 누구를 만나면 일단 반 정도 포기하고 대했다. ‘네가 아무리 잘생겼어도 고민 많은 한낱 미물일 뿐이지.’ 그렇게 지내길 2년, 지금 나는 세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언제든 부르면 달려오는 연하남, 조금이라도 어릴 때 많이 만나보고 싶은 네 맘을 이해 하니 기다리겠다는 연상남, 오랜 시간 옆에 있어준 이성 친구. 내가 그렇듯 그 셋 모두 나를 어장 속 많은 여자 중 하나 로 여긴다 해도 크게 마음이 쓰이지는 않는다. 온몸으로 부딪혀 서른이 넘어서야 비로소 찾은 여자로서의 자존감. 이 것만으로 난 지금 아주 살맛 나니 말이다. (A, 32세, 학원 강사)

우리가 우리인 이유

“안녕하세요. 항상 지켜보다가 쪽지 드립니다. 너무 아름다우신데 남자친구 분보다 더 멋진 사람 만나고 싶다는 생각 들지 않으세요? 제 인스타 한번 와보시면….” 농담 같지만 하루 에 이런 DM을 서너 개는 받는다. 네가 여자친구가 없는 건 이런 쪽지를 보내는 지질함과 한심함 때문이야! 쏴주고 싶지만 코웃음 치고 넘어간다. 우리 커플을 보는 이런 시선에 이제는 익숙하니까. 우리는 둘이 공통으로 아는 친구의 사업을 돕기 위해 나는 모델로, 남자친구는 사진가로 처음 만났다. 남자친구의 첫인상은 그냥 곰 푸우 같았다. 나보다 키도 작고 뚱뚱한데 생글생글 웃기는 또 잘 웃고, 그 와중에 매너는 어찌나 좋은지. 아마추어 사진가랍시고 낡은 모텔 같은 걸 빌려서 촬영하자며 수작 거는 양아치들과 비교가 됐다. 선한 사람 같았다. 친구를 통해 먼저 연락을 한 건 나다. 사진가인 내 남자친구는 시도 때도 없이 나에게 카메라를 들이 민다. 화장을 안 하면 집 앞 슈퍼도 나가지 않던 내가 남자친구 덕분에 꾸미지 않아도 내게서 아름다운 모습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막 잠에서 깨어났거나 씻으려고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있거나 하품을 하는 내 모습이 가득하다. 여자친구의 이런 모습도 맨날 예쁘게 찍어준다며 부럽다는 댓글도 많다. 어느 한쪽이 아깝다는 건 나와 하등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 남자친구는 내가 있어, 나는 남자친구가 있어 우린 더욱 특별해졌다. 연애는 이런 사람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S, 27 세,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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