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DELS: 박세라 #03 M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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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런웨이나 촬영현장이 아닌, 모델들의 리얼 라이프를 추적하는 마리끌레르 다큐멘터리 ‘THE MODELS’. 그 시작을 모델 박세라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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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이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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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이 위기에 처했다

신입사원이 위기에 처했다

보고 있으면 남 일 같지가 않다. 드라마 <미생>의 신입사원들이 겪는 고난은 현실만큼이나 리얼하다. 그렇다면 현실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situation 1

이렇게 열정적인 신입을 왜 찬밥 취급하나?

대학생 시절 마케팅 기획안 공모전에 여러 번 도전했고 수상한 적도 있다. 게다가 4학년 2학기 때는 다른 회사에서 3개월간 인턴을 한 경험도 있다. 조직생활이니까 막내로서 커피 심부름을 한다던가 프린트 카트리지를 갈아 끼운다던가 하는 잡무를 도맡는 건 내 일이라 생각하고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아도 마케팅 계획서도 작성할 줄 알고, 회사 내 조직원 중 누구 못지않게 열성을 다할 때인 신입에게 한 달째 협력사 연락처 엑셀 파일 정리나 신문 스크랩, 회식 자리 예약 같은 업무만 시키는 건 월급 낭비라고 생각한다. 신입인 후배에게 회사의 시스템을 알려줘야 할 선임은 마치 드라마에서 장백기를 대하는 철강팀 강 대리처럼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항상 본체만체한다. 일은 직접 해보고 부딪히는 그런 과정에서 능숙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빨리 키워서 써먹을 생각을 해야지, 나의 업무 발전을 저해하는 선임과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

기다리는 일도 업무의 연장선상이다

직장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조직이고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는 생각보다 견고하고 촘촘하게 짜인 형태로 돌아가기에, 일을 가르치겠다는 목적으로 신입사원에게 실무의 한 부분을 내어준다는 것은 윗사람들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리스크가 큰 일이다. 실제로 많은 대리급 회사원들은 밀려드는 업무와 실적 달성의 압박 속에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 지시하지도 않은 일을 해오거나 지시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을 때 당황스럽다고 말한다. 물론 이런 경우 상사가 잘못된 점을 즉시 지적하고 조언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회사생활에서 그런 선임을 만나느냐 아니냐는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열의를 보이고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인내심을 가지고 때를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의 작은 업무는 더 큰 몫을 맡게 되기까지의 하나의 과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길게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말 상사가 다른 이유로 자신을 홀대한다던가 지나치게 일을 주지 않는다고 파악된다면, 업무 시간 말고 따로 커피 타임이나 회식 자리 등 좀 더 편하게 상담할 수 있는 타이밍에 이야기를 꺼내보는 게 낫다.

▼Comment P, 중견 기업 해외영업부 대리

신입사원이나 후배를 가르치는 것도 사수의 임무 중 하나라는 건 알지만, 매일 정해진 업무로 정신없이 돌아가는 와중에 신입이 시키지 않은 일을 만들려고 들면 먼저 골치 아프게 느껴지는 게 솔직한 심경이다. 게다가 윗사람도 사람인지라 아무리 후배여도 싫은 소리나 직설적인 이야기를 하기가 껄끄럽게 느껴지는 건 마찬가지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는 지나치게 일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는 오히려 회사 상황이나 사무실 내 분위기를 파악하면서 작게 느껴지더라도 주어진 일을 꼼꼼히 해나가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럼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사수들이 알아서 자기 일을 나눠주거나 점차 큰일을 줄 것이다. 그러니 걱정 마라. 일은 나중에 하기 싫어도 정말 많이 하게 된다.

 

situation 2

재주는 내가 넘고 실적은 상사가 챙긴다

처음에는 바쁜 와중에도 신입사원인 나에게 업무 프로세스를 짚어주며 살갑게 대해주길래 진짜 좋은 선배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사수가 본색을 드러낸 것은 자신의 보고서에 들어갈 신사업 관련 시장조사 자료를 나에게 새로운 업무라며 시켜놓고는 팀장에게 마치 보고서의 모든 부분을 혼자서 만든 양 내 이름은 쏙 빼놓고 보고했을 때였다. 보고서에 내 이름을 함께 올려주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신입사원이기에, 일을 배우고 업계의 시장 동향을 파악한다는 생각으로 선배의 업무 또한 기꺼이 할 수 있다. 하지만 보고서 완성에 미약하게나마 도움을 주었거나 기여했다는 사실을 최소한 회사 내, 팀 내 다른 사람들은 알아주었으면 하는 게 신입사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조직원으로서의 마음이다. 사수는 이제 아예 개인별로 쓴 영업비를 정산할 때 자기 영수증은 모조리 나보고 정리해달라며 떠넘기는가 하면(팀장님도 영업비 정산은 스스로 하신다) 굳이 회사 탕비실에 있는 캡슐 커피머신을 놔두고 길 건너 커피숍에서 라테를 사오라고 시키면서 커피값도 주지 않는다. 그 모든 일들을 꾹 참고 당하려니 정말 치사하기 이를 데가 없다. 모든 걸 다 떠나서, 내 땀과 노력을 윗사람이랍시고 자신의 커리어인 양 가로채가는 태도에 화가 난다.

스스로 해결하려 들기보다는 다가올 기회를 노려라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종종 만나는 나쁜 상사의 유형 중 가장 많이 존재하는 게 바로 이 한석율의 사수인 섬유1팀 성 대리 타입이다. 생각해보면 남의 공을 자기 것인 양 가로채는 유형의 인간은 대학 시절 조별 과제 때 꼭 한번씩은 만난다. 그때는 학기 끝나면 강의도 끝이니 단발성 고통으로 머물기라도 했지, 앞으로 몇 년 다닐 지 모를 회사에서 매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상사라고 생각하면 문제는 심각하다. 하지만 섣부르게 그 위 상사나 팀장에서 직접 면담을 신청한다던가 하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일을 떠넘긴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부하직원보다 일을 부당하게 많이 맡긴 상사가 조직에 더 오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더 보호받는 게 회사생활의 생리다. 게다가 일의 결과만 좋으면 됐다는 실적지상주의 팀장 아래서 일한다면 폭로의 결과는 뻔하다. 이런 상사 밑에선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솔직히 완전히 그 부당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커피 심부름을 시킬라 치면 오늘 지갑을 안 가져왔다고 뻥치는 식으로 정말 똑같이 치사해지지 않는 이상 말이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대부분 더 이상 같이 일하지 않게 되는 경우다. 다행히 이런 사수의 행태에 대해 사실은 다 알고 주시하는 윗사람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적절히 분노해가며 버티면 언젠가 일이 크게 터지면서 해결의 기회가 온다.

▼Comment K, 방송 프로덕션 PD

편집 장비도 제대로 만질 줄 모르는 ‘초짜’ 신입인 나에게 촬영 분량 줄이기부터 자막 구성까지 온갖 연출 관련 업무를 시키던 선배. 그래도 방송 엔딩 크레딧에는 항상 나는 조연출, 그는 연출로 나갔다. 어느 날 편집 장비에 익숙하지 않던 나는 조작 미숙으로 사회자의 엔딩 멘트 촬영 장면를 통째로 밀어버리는, 신입 때나 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결과를 보고 당황해서 사무실에서 노발대발 화를 내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간 철저히 그의 공인 줄만 알았던 프로그램 편집에 대해 다른 사람들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재주는 신입이 넘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꽤 통쾌한 순간이었다.

 

situation 3

어쩌다 보니 예스맨이 되어버렸다

처음 직장에 들어가서는 매일같이 9시간 이상 얼굴을 맞대야 할 사람들이 열이면 열 죄다 윗사람들이니, 특히 입사 초반에는 항상 긴장 상태에 있었다. 문제는 이런 상사들이 나에게 일을 맡길 때 거절하기 어려워 무조건 ‘예스’를 외치기 시작한 데 있다. 처음엔 내 업무만 맡기더니 점차 자신이 하기 귀찮은 자질구레한 단순 업무까지 부탁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자라 책상을 정리하거나 쓰레기통을 비워 달라거나, 맡은 업무를 끝내고 먼저 퇴근하려는 나에게 굳이 자기 야근 업무에 필요한 서류를 챙기러 다시 오라고 하는 등 내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일들을 시켰다. 하지만 부탁을 받는 나는, 혹시 무능력하게 보일까 불안한 마음도 있고 또 상사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가 나중에 업무상 실수라도 저지르면 훨씬 큰 보복(?)을 당할까봐 매번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윗사람들의 부탁은 거절하기 어렵다.

거절도 실력이다

신입사원에게는 상사의 지시에 자진해서 나서는 열성적인 모습도 필요하지만, 무리한 요구를 요령 있게 피해가는 노하우 또한 필요하다. 내가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부탁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임을 어필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식이다. ‘제가 오늘 안에 업체 측에 꼭 보내야 하는 선적 서류가 있어서요, 그거 끝낸 후에 해도 되겠습니까?’라던지, ‘시간상 말씀하신 곳을 들렀다 오기가 어려운데 혹시 퀵서비스가 되는지 알아볼까요?’ 등등. 드라마 <미생>에서 김 대리가 장그래에게 했던 말처럼, 막 출소한 장기수처럼 자신을 버려가면서까지 조직에 맞추려고 애쓰는 모습은 능력 있게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다른 상사에게는 자기 업무에 충실하지 않은 직원으로 비칠 위험이 있다.

▼Comment S, 대기업 마케팅부 대리

나 또한 신입 시절에는 상사의 부탁을 들어주다가 막상 내 업무는 야근까지 해야 끝낼 수 있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느낀 건, 상사의 대부분의 부탁은 적절한 이유가 있을 경우 거절해도 그와 나의 관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거다. 상사에게 ‘편한’ 후배가 되는 것이 꼭 능력을 증명하는 것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situation 4

남초 회사에 던져졌다

팀원 중 여자는 나 혼자. 함께 공채로 입사한 동기 중에서도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2대8 정도로 ‘남탕’인 회사에 입사했다. 인턴 기간도 끝났고 정직원으로 입사한 지 6개월, 똑같은 신입사원인데 인스턴트커피는 꼭 나한테만 타 오라고 시킨다거나, 타 부서 여자 사원의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이야기가 나오면 들으란 듯 한숨을 푹푹 쉬면서 일을 다 떠안게 된 남자 직원들이 안됐다는 식으로 함께 있는 나에게 눈치를 준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건 같은 부서의 남자 동기에 비해 맡게 되는 거래처의 규모가 확연히 차이 난다거나 하는 식으로 업무의 질에 차별을 두는 거다. 동기가 나보다 객관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이해하겠지만 그는 동기들 사이에서도 허둥대고 말귀 잘 못 알아듣는 타입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업무상 도움이 되는 조언이나 회사 사정 이야기는 자기들끼리 담배 피우러 나가서 다 하고 들어온다. 이런 식으로 여자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차별 대우받으며 소외되는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다.

먼저 나서서 자신을 어필하라

불공평하지만 남초 회사에서 여자 직원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증명할 기회를 찾아 나서야 한다. 혼자서 상사들 커피 타주느라 업무 시간을 방해받는다고 생각되면 슬쩍 남자 동기를 불러서 같이 타도록 부탁한다거나, 팀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떨어졌을 때 남자 직원들보다 먼저 자진해서 나선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똑같은 업무상 실수로 혼나도 남자 직원들은 같이 담배 피우며 금방 털어버리는 것 같은가? 그렇다면 다음번에는 담배 피우러 나가는 상사를 슬쩍 따라가보라. 꼭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먼저 따라와 옆에서 인스턴트커피를 홀짝이며 자기 눈치를 보는 아랫사람을 마냥 나쁘게 보는 상사는 별로 없다. 상식적인 수준의 상사가 있는 남초 회사라면 당신의 그런 모습을 열심히 하려는 좋은 자세로 받아줄 것이다. 남초 회사에서 겪는 여자 사원들의 어려움은 여초 회사에 다니는 남자 직원의 고충과 의외로 비슷한 경우가 많다. 다만 상사가 노골적인 성희롱이나 성차별 발언을 일삼는 경우는 예외다. 그건 그냥 참고 다니냐 이직을 하느냐의 결정만 있을 뿐이다.

▼Comment L, 대기업 제약사업부 영업직 대리

드라마 속 안영이 정도로 아주 노골적이고 모욕적인 형태는 아니었지만, 내가 다니는 영업부서에도 차별이 있었다. 같은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결과적으로 내가 실적이 더 좋았음에도 나중에 남자 신입에게는 더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주는 반면 나에게는 영업용 브로셔 제작 업무만 덜렁 주는 식이었다. 이런 상황을 몇 번 겪자 속은 상했지만 기죽지 않고 내가 나설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어느 날 팀장이 남자 동기에게 프로젝트에 필요한 협력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구매팀과의 미팅에 대신 들어가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이미 맡은 업무가 많았던 그는 대답을 주저했고, 옆에 있던 나는 과감히 ‘제가 해보겠습니다’ 하고 나섰다. 남초 회사의 분위기를 나 혼자서 완전히 뒤집어놓을 수는 없지만, 주눅 들어서 불평할 시간에 스스로 매의 눈으로 일거리를 탐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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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은 OK, 연애는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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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꼭 한 명씩 있다. 적당히 밀당만 하다가 진짜 연애는 시작하지 않고 슬그머니 발 빼는 여자들.


석 달 동안 푹 빠져 있던 썸녀가 이제 그만 만나자고 말하곤 연락이 두절되어버렸다며 하소연하는 친구 K. 그는 한 술자리에서 만난 그녀의 연락처를 받았고, 이후 그녀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 앞으로 데리러 간다거나 추운 날이면 코트를 벗어 덮어주는 둥 온갖 정성을 쏟았으며, 풋풋한 주말 데이트까지 여러 번 즐겼다. 이제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해볼까 하던 K를 두고 이제 와 홀랑 사라져버린 썸녀의 의도는 뭐였을까? 달콤한 썸의 맛만 실컷 즐기다가 정작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건 꺼리는 여인들의 속마음은 대략 이렇다.

초미니 스커트를 즐겨 입고 늘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후배 H. 그녀는 누가 봐도 화려한 연애 경력을 가졌을 거라 짐작할 만큼 강렬한 비주얼을 지녔다. 하지만 그녀는 28년간 단 한 번도 남자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는 모태솔로다. 그렇다면 H가 남자를 모르는 순진한 소녀냐고? 전혀. 그녀는 수십 명의 남자와 썸 타는 관계를 지속하던 나름대로 밀당 전문가다. “썸에도 종류가 많지. 별로 좋아하는 감정이 없어서 미적지근했던 적도 있고 반대로 매일 밤을 뜨겁게 달궜던 ‘19세 이상 썸’도 있었고. 분명 스쳐 보내기 아깝던 남자도 있었어. 근데 이상하게도 난 연애라는 이름으로 관계의 틀을 정해놓는 게 싫어. 누군가의 여자친구가 되면 나만의 생활 패턴에 그가 발을 들여놓게 되잖아. 아직은 내 영역을 공유하고 싶지 않아. 내가 좀 이기적인 거겠지?” 진한 스킨십까지 제법 여유롭게 허용하던 그녀에게 차여버린 남자들은 아마 한창 맛있게 밥을 먹다가 도중에 영문도 모른 채 홀랑 수저를 빼앗겨버린 심정이 아니었을까? H가 언젠가 놓치고 싶지 않은 진짜 사랑을 만났을 때 어찌 시작해야 할지 몰라 헤맬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썸 타는 법 하나는 완벽하게 마스터한 모태솔로녀라면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H처럼 자기애로 똘똘 뭉쳐 자신이 왜 연애를 시작하고 싶지 않은지에 대해 정확히 아는 여자라면 더더욱 말이다.

친구 S의 경우는 실속형 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여러 남자들을 동시에 만난다. 절대 사귀진 않고 적당히 관계를 유지하다가 서로에게 익숙해질 때쯤 단호하게 끊어내는 식이다. S의 주위에는 같이 술 마시기 편한 남자, 유머 감각이 뛰어나서 만나면 재미있는 남자, 여러 외국어에 능통한 똑똑한 남자 등 참 다양한 남자가 있다. 요즘엔 3명의 남자를 만난다. 각각 요리사, 유학생, 자동차 기업 사원이다. 모두 일주일에 한 번씩은 만나면서 관계를 유지해야 할 텐데 그런 스케줄도 거뜬히 소화해내는 S를 보면 문어발식 썸을 지속하는 것도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일이겠거니 싶다. “얘도 좋고, 이 오빠도 좋아. 다 괜찮은 사람들이니까 만나지. 괜히 몇 년씩 질질 끄는 연애하면 머리만 아파. 뭐 하러 사랑 운운하며 감정을 소모해? 일단 좋으면 다 만나보면 되지.” 굳이 사랑 같은 진한 감정을 섞지 않아도 충분히 남자를 만나 데이트를 하며 뜨거운 스킨십까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썸의 시대다. 원하는 만큼 즐기고 지지부진하다 싶으면 깨끗이 그만두는 S의 썸 형태는 그녀가 이런 시대의 흐름에 맞춰 찾아낸 맞춤형 알뜰 연애 방식인 셈이다.

한 달에 5명 정도의 남자와 썸을 타는 친구 M은 한 명씩 신속하게 갈아치우는 경우다. 소개팅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 남자를 만나고 세 번 정도 데이트를 한 후 별로다 싶으면 바로 관계를 끊는다. 사실 그녀가 이렇게 팜므 파탈 스타일의 관계만을 가져온 데는 나름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은 이유가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절절하게 사랑하던 남자가 있었다. 그와의 결혼을 위해 상견례까지 마친 어느 날 그 남자가 회사에서 해외 발령을 받게 됐고, 장거리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에서 갈등을 겪으며 둘은 이별했다. 헤어지고 2년이 넘도록 그를 못 잊고 괴로워하던 M은 심지어 그가 사는 곳까지 찾아가 매달리곤 했다. 그가 이미 다른 여자와 약혼식을 올렸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진 말이다. 크나큰 상처를 받은 그녀는 한 달 가까이 슬픔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고, 몇 달 전부터는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미친 듯이 여러 남자를 만나고 다닌다. “진심 같은 건 다 시간 낭비야. 그냥 이렇게 여럿 만나면서 결혼할 남자를 찾는 거야. 내가 정해둔 조건에 정확히 들어맞는 남자여야 해. 비주얼도 좋아야 되고. 술버릇이 있으면 안 되지. 저번에 만난 걘 연봉이 너무 적어.” M은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며 마음에 벽을 만들었다. 이토록 쉽고 빠르고 간편한 ‘썸’을 반복하는 게 과연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무리 현실적인 조건을 충족시키는 남자를 선호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결혼까지 생각할 만한 남자를 만나고 싶다면 조급하게 결론을 내는 썸보다는 한번 더 진득한 연애를 해보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썸만 타고 내빼는 그녀들의 입장은 한편 이해할 만하기도 하고 또 꼭 그래야 하나 싶기도 하다. 연인으로 발전을 하든 깨끗이 헤어지든 꼭 둘 중 하나만 선택하란 법도 없다. 이미 썸과 연애를 구분하는 기준은 모호해졌고, 오히려 ‘오늘부터 우리 사귀는 거야, 우리 1일째야’ 하는 식의 연애는 촌스럽게 느껴진다. 남녀 관계에 있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토록 쿨한 썸녀들이 어느 날, 없으면 못 살 내 남자라며 구구절절한 연애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어 나타날지도 모른다. 언젠간 도저히 썸만 타고 보내기에는 아쉬운 누군가와 마주칠 수도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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