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 여자 페미니즘 메이크업아티스트 젠더이슈

이정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1995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사회에서 원하는 모습과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달라 항상 괴롭다. 직업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라 보여주는 게 ‘스펙’이라 늘 화장을 해야 하는데, ‘코르셋’을 내려놓지 못하는 상황이 부끄럽다. 코르셋이 필수가 아닌 선택인 날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초등학교 4학년때 여자 반장과 남자 반장을 따로 뽑았는데, 반 친구들이 여자 반장은 무조건 부반장이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에도 이 말은 내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누가 그 어린아이에게 여성 혐오적 생각을 주입했을까.

듣고 싶지 않은 말 주짓수나 무에타이 등 격한 운동을 자주 하는데, 주위 친구들로부터 ‘너는 여자애가 그런 운동을 좋아해서 시집이나 가겠어?’라는 말을 듣는다. ‘시집 안 간다’ 하고 맞받아치면 ‘그런 말 하는 애들이 제일 일찍 간다’라고 말하는 게 보통이다. 격한 운동을 좋아하든 시집을 안 가든, 한 사람이 신중히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을 비아냥거려선 안 된다. 앞으로는 ‘그런 말 하는 사람이 제일 사회생활 못하더라’고 응수할 것이다.

일상 속 실천 마음이 맞는 여성 포토그래퍼와 남성을 대상화한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 졸업 전시회 때는 ‘미러링’이란 주제로 작품을 내기도 했는데, 다른 이들이 (기존의 여성처럼) 예쁘게 치장한 무력하고 나약한 남성의 모습을 보고 많은 걸 느끼게 하고 싶었다.

나는 여성들에게 어떻게 화장하면 더 예뻐 보일 수 있는지 조언 하지 않습니다.

주목하는 젠더 이슈 버닝썬 클럽 성폭행 사건. 영상을 찾으려고 난리인 남자들만 봐도 지금 이 사회가 여성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알 수 있다.

나의 위대한 여성 내게 페미니즘을 알려준 친구. 페미니즘을 접하면서 느끼는 괴리감에 힘들 때마다 해답을 안겨준 은인이다. 그 친구는 여성 군인이다. 남성 집단에서 여성이 받는 차별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그럼에도 버텨서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자기 부하들은 상관의 성차별과 성범죄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군대 내 성차별과 성범죄를 지워가겠다는 강한 사람이다.

 

90년생 여자 페미니즘 변호사 여자변호사 페미니즘

김수빈 변호사 1992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최근 판결. 기존의 판결은 피해자가 얼마나 피해자다운지를 따졌다.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저항했는지, 그 이후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는지 등 전형적인 피해자의 모습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최근 판결은 피해자답지 못하다고 타박하지 않고, 명시적인 동의가 있었는지 판단했다.

페미니즘? 여성으로 대변되는 소수자의 시각에서 세상을 보는 철학.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에 한정되는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성스럽다 당당하다. 시선의 대상이 아닌 삶의 주체가 된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끊임없이 불안을 상기시켜야 하는 일. 여성이라는 사실, 특히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만으로 아직도 많은 언어적, 물리적 폭력에 노출된다. 매일매일 불안에 떠는 일상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건 사고 뉴스만 봐도, 한 사건을 채 잊기도 전에 다른 사건이 터진다. 누군가는 스토킹을 당하고, 누군가는 납치를 당하고, 누군가는 강간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계속 상기된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최초의 사건은 아니지만,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 순간은 미국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지낸 시기였다. ‘여성’과 ‘아시안’의 정체성이 교차되면서 더 큰 진폭의 차별을 경험했던 것 같다. 칭찬을 빙자한, 심지어 정말 악의가 없기도 한 표현들이 캣콜링이며 성희롱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당시에는 내가 처한 상황과 그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 언어화 할 수 없어서 더 답답하고, 큰 상처로 남은 것 같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조심해’. 밤늦게 택시를 타거나, 혼자 여행을 하거나(심지어 연인과 여행을 갈 때도), ‘야한’ 옷을 입을 때도 누군가는 애정을 담아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조심하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듣다 보니, 어떤 일이 생기면 모두 충분히 조심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상 속 실천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 평등한 공동체를 위한 철학이자 시선이다.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말(여자는, 남자가)이나 성소수자, 장애인, 질병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가까운 사람들이 무심코 그런 발언을 하면 주의를 환기하지만, 모든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항의하지는 못하고 있다. 어려운 자리에서도 그런 발언들에 대해 유쾌하고 센스 있게 지적하는 연습을 하려 한다.

가장 아름다운 나 타인의 시선에 얽매지 않고자 하는 모습, 내면의 단단함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나의 위대한 여성 서지현, 김지은, 심석희를 비롯한 모든 미투 고발자들.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는 것은 정말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일임을 잘 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구체적으로 떠올려 이를 ‘증명’해야 하고, 평소 행실을 지적하는 2차 가해가 이어진다. 특히 자신이 속한 집단의 상급자를 고발하는 것은 더더욱 엄청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일 텐데, 이를 앞서서 말한 것은 자신뿐 아니라 그와 같은 피해를 입은 다른 피해자들을 모두 대변하고 위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침묵을 깨는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GirlsCanDoAnything 그 ‘어떤 것’을 해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런 말도 들을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되기를.

 

조은경 대학생 1996

여성스럽다 ‘곧게 생각하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됐으면 한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젊은 여성. 대다수 사람은 ‘젊은 남성’보다 이 단어를 통해 싱그러움을 느낀다. 내 주변의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미지 속에서 뭣 모르는 20대 여성으로, 그것도 온순하거나 여리지 않은 여성으로 사는 건 분명 힘든 일이다. 그들의 기대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순하지 않은 여성인 내 모습 그대로 내 또래 여성에게 용기를 줄 것이라 믿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생각이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수능시험 이후.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니 주변에서는 성형수술을 하고, 화장을 하고, 다이어트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와 더불어 나도 진짜 여자가 돼야지 하는 생각에 쇼핑을 했는데, 사야 할 것이 워낙 많아 그때 일기에 ‘진정한 여자가 되기는 어려운 일이구나. 하지만 나도 곧 예쁜 여대생이 되겠지’라고 쓸 만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겨울에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고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임에도 나는 그것이 스무 살이 된 여대생이라면 기꺼이 해야 하는 과정이라 여겼다. 그때 여성이라면 힘들어도 예뻐야 한다는 성 정체성이 각인됐던 것 같다.

듣고 싶지 않은 말 ‘여자의 평생 숙제는 다이어트다’. 원체 마른 체형인 터라 늘 친구들에게 부럽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내게 ‘예쁜 여자’라는 지위를 주는 것 같아서 우쭐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제 날씬한 외형이 여성에게 씌워진 사회적 이미지라는 것을 알게 됐기에 그 말을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

사회가 요구하는 성 역할에서 해방됐던 계기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내가 생각하기에 완벽한 여대생이 되었다고 느꼈던 때, 지하철역에서 몰카 범죄를 당했다. 당시 범인을 직접 잡아 경찰서에 가서 가해자의 범행 횟수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까지 밝혀냈는데도 경찰은 가해자에게 ‘재수생이라서 힘들었나 보다’라며 다독여주는 상황을 겪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완벽한 여대생’, 즉 흔히 말하는 여성스러운 사람이 된 것이 내게 하나도 이롭지 않고 외려 해롭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일을 겪은 뒤 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일상 속 실천 의식 있는 소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항상 각 분야 광고나 제품, 도서 등을 소비할 일이 생길 때 그 기업이나 업체에서 성차별적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지 살핀다. 만약 그 기업이나 업체가 성차별적 표현을 썼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면 당연히 그들의 상품을 소비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려 소비를 지양하게 한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지난해 미투 시위에 참가한 적이 있다. 참가자의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시위 내내 내가 본 남성은 두 명 정도였다. 하지만 시위 도중 지나가는 차 안에서 남성들이 ‘미투’ ‘위드 유’를 외쳐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두 달 정도 후에 다시 미투 시위에 참가했는데, 그 시위 참가자의 30%가 남성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나 내가 느끼는 문제의식을 주변인에게 공유하고, 함께 개선할 방법을 찾을 때. 그리고 내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때 아름답다. 앞으로 살아갈 사회의 모습을 내 손으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위대한 여성 ‘비혼 롤모델’ 김애순 씨. 그분은 올해 78세이고, 비혼주의자다. ‘아이 낳고, 남편 사랑받는 것이 나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며 오로지 본인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살아가는 그분의 모습을 보며 삶의 목표 중 결혼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90년생 여자 페미니즘 조서린 탈코르셋

조서린 스타일리스트 1993

페미니즘? 여성이 억압받는 성차별적인 사회제도나 관념을 반대하고 비판하며,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고 실현함을 목표로 삼는다. 여러 사회적, 정치적 운동과 이론을 포괄하는 용어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단지 20대 젊은 여성이기에 특별히 힘든 건 없다. 다만 늦은 밤에 누군가에게 해코지를 당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귀가해야 하는 것. 하지만 이 또한 20대 젊은 여성뿐 아니라 모든 연령의 여성이 우려하는 바가 아닐까. 20대 청년으로 미래의 내 집 마련을 걱정하고, 커리어적인 성공과 생계를 고민한다.

일상 속 실천 성평등을 의식하며 행동한 적은 없다. 성평등을 위해 ‘노브라’를 실천하는 여성들이 있다고 들었다. 나 역시 평소 브래지어를 잘 착용하지 않는 이유는 편해서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고 여성으로서 해방감을 느끼거나 남성과 평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목하는 젠더 이슈 성범죄 사건과 미투 운동. 반드시 사라져야 할 범죄라고 생각한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다양한 대중매체에서 성평등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다룰 때.

가장 아름다운 나 나답게 치장하고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꾸밈없는 표정을 짓고 원하는 일을 하는 모습, 그리고 남이 아닌 내가 만족하는 나의 모습.

나의 위대한 여성 어머니. 평소 페미니즘에 관해 깊이 인식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머니께서 어머니 세대에 있었던 성차별에 대해 종종 이야기해주셨기에 성장 과정에서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여성이라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라는 인식이 당연히 자리 잡은 것 같다. 내가 조금은 독립적인 여성의 모습을 갖췄다면 어머니 교육의 힘이 크다.

#탈코르셋 탈코르셋 운동을 존중하지만 내게는 여전히 생각할 문제다. 사회가 불평등하고 성차별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인식하지만 외모를 가꾸는 일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하고 있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UTO(우토) 타투 아티스트 1999

페미니즘? ‘I can’t believe I am still protesting this shit.’

여성스럽다 성별로 어떤 것을 정의하는 일은 없어졌으면 한다. 또 여성스러움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사라지길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여성스럽다’는 말을 칭찬 또는 폄하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한민국에서 20대, 젊은 여성으로 사는 일 복잡하다.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하는 다양한 여성 대상 범죄와 성차별을 시작으로 가부장제의 억압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살아온 이전 세대 여성들, 젊은 세대를 포함한 모든 남성들, 그 외 또래 여성들과의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 등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정체성이 각인된 순간 내 이름은 지킬 수(守)에 곧을 정(貞)이라는 한자를 쓰는데, 이 중 ‘정’은 ‘여자의 깨끗하고 곧은 절개’라는 의미를 지닌 정조(貞操)에서 따온 글자다. 여자로서 정조를 지키며 살아가라는 의미의 이름이라니.

듣고 싶지 않은 말 ‘너는 머리를 기르면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다’는 식의 남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스타일이나 행동을 지적하는 말.

일상 속 실천 페미니즘을 접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낼 줄 알게 됐다.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사람을 지적해 알려주면서 주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젠더 감수성을 공유하게 됐다. 동시에 내 발언과 행동도 더 조심하게 됐다.

나는 공부하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어떤 사회적 운동이든 지식은 큰 힘이라고 생각해 늘 관심 가지려고 한다.

성평등 의식이 진보하고 있다고 느낀 사건이나 순간 지난 설 명절에 가족과 나눈 대화의 60% 이상이 젠더 이슈에 관한 내용이었고,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성평등에 무지했던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는 점,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대화가 마무리되었다는 점에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직 한참 멀었지만.

나의 위대한 여성 프리다 칼로. 프리다 칼로는 사랑할 줄 아는 여인이었고, 강하고 직설적인 사람이었다. 그녀의 글은 강렬하고 아름다워서 자꾸만 곱씹게 한다.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속 눈을 가만히 보기만 해도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