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 수많은 브랜드의 컬렉션을 직접 보게 되지만, 모든 옷이 감탄할 만큼 마음에 쏙 드는 쇼는 손에 꼽는다. 이번 시즌엔 프로엔자 스쿨러의 쇼가 그랬다. 자칫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는 스타일에 젊고 트렌디한 감각을 불어넣는 데 특별한 재능을 보여주는 두 디자이너가 선보인 수트는 세련되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강인한 여성상을 원하는 현시대에 딱 맞는 파워풀한 룩이랄까. 오버사이즈 수트는 파워 숄더, 핀턱 등 1980년대 식 디테일이 가미되었지만 지극히 동시대적이었고 칼라 부분을 컷아웃한 재킷이나 자연스럽게 드레이프가 잡힌 드레스 등 기술적인 면도 훌륭했다. 어디 이뿐인가. 의도적으로 풀어서 연출한 벨트, 안감이 보이게 슬쩍 걸친 상의 등 강약 조절이 빼어난 스타일링과 강렬한 사이파이 선글라스, 골드 이어링 등 액세서리의 선택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컬렉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