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장에 들어서자 주변 사람들과
편안하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테이블마다 와인이 놓여 있었다. 이런
배려 덕분에 치열한 자리 싸움이나
긴장감 없이 모두가 두런두런 대화하는
따뜻한 분위기에서 쇼가 시작됐다.
몰리 고다드는 이번 컬렉션을 구상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1990년대의 기억을
떠올렸다. 공주처럼 꾸미고 싶었던
어린 몰리의 동심에서 비롯된 룩은
다 큰 성인 여성들의 마음까지 동하게
했다. 몰리 고다드 컬렉션은 두 가지
상반된 매력이 공존한다. 시그니처인 튈
드레스는 한편으로는 공주 옷 같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스러움과 거리가
먼 키치한 느낌도 공존한다. 몰리
고다드의 재치 있는 레이어링 때문일
터. 이번에도 그녀의 스타일링 실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튈 드레스에
패턴 니트를 레이어링하거나 팬츠 위에
풍성한 드레스를 덧입어 현실감을
높였다. 특히 린지 윅슨이 오프닝 무대에
입고 나온 태피터 소재의 프릴 드레스는
기존 튈보다 좀 더 편하게 입을 수 있을
듯했다. 또한 이 옷들이 소녀들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걸 입증하듯
처음으로 남성복을 선보인 점도 인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