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온서재
김리온 @leeon_kim 2005년부터 신발 브랜드 신(SYNN)을 운영하며 예쁘고 편안한 신발을 선보여왔다. 본인이 만든 신발뿐 아니라 예쁘고 보기 좋은 것, 그리고 귀여운 딸 서연이의 사진이 가득한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팔로어가 2만70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지금은 본인이 소장하는 책을 소개하는 책장 계정(@leeon_bookshelves)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 성수동에 또 하나의 흥미로운 장소가 문을 열었다. 이름은 ‘리온서재’. 독립 서점이나 출판사를 연상시키는 이곳의 주인은 도서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이가 아니라 신발 브랜드 ‘신’의 김리온 대표다. 예쁘면서도 편안한 신발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신발 브랜드 대표가 구두 전시장이 아니라 서재를 오픈한 이유가 궁금해 찾아가봤다.

한 건물 3층에 둥지를 튼 리온서재는 들어서는 순간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것 같은 기분을 안긴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늑하고 예쁘다’는 것. 구석구석 탐나는 책과 그림이 가득한데, 해외 서점에서 본 알록달록한 팝업 북부터 페이퍼 아티스트의 섬세한 작품을 담은 작품집, 삶에 대한 사색을 담은 에세이까지 그 종류가 꽤 방대하다. “어린 시절부터 늘 책을 가까이 했어요. 아버지 옆에는 항상 큰 옥편과 사전이 펼쳐져 있었는데, 이젠 제가 그걸 물려받았답니다. 어머니도 책을 많이 읽으셨는데, 그 곁에서 본 <조선왕조 오백 년>은 지금도 내용이 머릿속에 남아 있어요. 조금 크고 나니 소중히 모은 용돈으로 서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는 시간이 무척 행복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제 취향에 맞는 책을 보고 모으기 시작했죠. 이젠 그 책들을 다른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곳을 오픈했어요.”

 

 

한결같은 책 사랑으로 짬 날 때마다 국내외 서점 사이트를 뒤지며 마음에 드는 책을 구입하길 수년째. 그렇게 모은 책은 한 방의 세 벽면을 채우고도 남았고, 그것이 리온서재의 시작이 됐다. 서재 오픈과 동시에 상당수 책을 이곳으로 옮겼는데도 남편이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불평할 정도이니 컬렉션이 얼마나 방대한지 짐작될 터. 소장한 책이 몇 권인지 세어본 적은 없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으로 미뤄볼 때 1만 권이 훌쩍 넘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한다. 10여 개 서점 사이트 장바구니마다 가득 담긴 책과 ‘하루에 책을 5권 이상 사지 말자’는 다짐에서도 그녀의 책 사랑이 느껴진다. 소장하는 데 의의를 두지 않는 미니멀리스트를 꿈꾸지만, 책과 예술 작품에는 그 잣대를 적용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도 신기하다. 그나마 5년 전부터는 책과 작품을 나누는 데 힘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책은 그녀 주변을 채우고 있다.

이쯤 되면 궁금하다. 과연 그녀는 이 책들을 다 읽었을까? 이 질문에 그녀는 다 읽은 책도, 아직 읽지 않은 책도, 읽다가 그만둔 책도 있다고 말한다. “재미없는 책, 왠지 보지 않게 되는 책에는 미련을 두지 않아요.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책을 끙끙대며 끌어안고 있지 않는 거죠. 볼 책이 훨씬 더 많으니까 다른 책을 보면 돼요. 그렇게 미뤄두다 보면 언젠가 그 책을 다시 찾게 되더라고요.” 자투리 시간을 합쳐 매일 3시간 남짓 책을 읽는데도 책을 읽는 속도가 구입하는 속도에 못 미쳐 초조할 때도 있다고 한다. 이럴 때는 그림이 많아서 부담 없이 읽게 되는 책 위주로 구매하며 속도를 조절한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얼까? “타고난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글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예술 작품이나 소품 등 예쁜 것을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다 담긴 게 책이더라고요. 작가가 글을 쓰고, 디자이너가 책을 만드니까요. 또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제게 책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준 것 같기도 해요.” 지금은 이렇게 서재까지 오픈했지만, 사실 몇 해 전만 해도 그녀는 독서를 즐기는 성향을 밝히길 꺼렸다. 자신의 취향을 누군가가 파악하는 것도 달갑지 않았고, 책 속 세상에 파묻혀 있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오라는 오해 섞인 참견의 말을 듣는 것도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개인 SNS에 올린 책 사진과 거기에 달린 ‘이 책이 궁금하다’는 댓글이 시작이 되어 몇 해 전에는 서적 전문 계정을 오픈했다. 그리고 선뜻 사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나누면 좋을 책들, 누구나 보면 좋을 책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간단한 소개가 그녀의 말을 대신한다. ‘재밌어서, 책. 함께 보아요, 예쁜 책. 좋은 책’.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 무엇이라도 나누고 싶은 심정으로 서재를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남다른 책 사랑은 그녀의 딸 서연이에게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필독서는 물론이고, 해부학 책 등 아이가 보기에 어려울 법한 책들도 곧잘 읽는 것을 보면 책을 친근하게 여기는게 분명하다. 그러니 독서를 강요하거나 책 읽는 습관을 권하는 대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다 보면 좋아하는 책을 발견할 테고 그것이 서연이 삶의 밑걸음이 될 테니까.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리온서재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건 그녀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하는 신발과 가방이다. 신발과 가방도 취향을 보여주는 요소이니 보여주자는 직원들의 권유에 회사와 자신의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함께 전시하게 됐다. “어떤 신발을 신어도 발이 아팠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편한 신발을 만드는 데 집중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예쁘다’는 말 대신 ‘편하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것이 칭찬 같지 않았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 바람이 고객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서 위안이 돼요.” 최근 그녀가 주력하는 것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좀 더 편안하고 실용적으로 디자인한 신발들. 슈즈 브랜드 신을 대표하는 포멀하고 화려한 구두 대신 언제 어디에서든 편하게 신을 수 있는 데 중점을 두고 만든 신발들은 꽤 인기가 좋다. 그리고 ‘편안한 착용감’을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는 그녀의 신발들은 포근한 이 공간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전 서점에 가면 살짝 흥분돼요. 기분이 무척 좋고 벅차거든요. 여기에 오시는 분들도 설레는 마음을 안고 돌아가시면 좋겠어요.” 해외 직구를 통해 오랜 기다림을 견디며 어렵사리 구한 책들이 상하는 걸 걱정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김리온 대표. 시즌별로 다른 책들을 채울 예정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기분 좋은 설렘과 행복감이 전해졌다.

 

김리온 대표가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들

<고맙습니다>
올리버 색스 지음, 알마 펴냄

뇌신경학자 올리버 색스가 죽기 전에 남긴 말들을 엮은 책.
인간을 사랑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감동을 준다.
한동안 지인들에게 많이 선물한 책이다.

 

<나, 꽃으로 태어났어>
엠마 줄리아니 지음, 비룡소 펴냄

짧은 글로 힐링을 선사하는 팝업 북.
마음을 감싸주는 글도 물론 좋지만,
흑백의 플랫 북에 색색의 꽃들을 팝업 형태로 배치한
아이디어가 참신해서 기억에 남는 책이다.

 

<Trees>
브뤼스 알베르 외 지음,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펴냄

꽃이나 초목 등 생명체에 관심이 많은
김리온 대표의 심미적 욕구를 충족해준 책.
나무를 너무나도 아름다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어렵게 해외 직구로 구한 책이니 꼭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