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튜버는 젊은 세대만 한다는 선입견은 버려야 할 듯하다.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업체 와이즈앱이 지난 8월 발표한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현황에 따르면 전 세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이 유튜브다. 그렇다면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층은 어느 세대일까? 정답은 50대 이상이다. 이쯤 되니 황혼이 유튜버 시장의 중요한 소비층으로 부상한 건 물론, 중년 크리에이터의 활약이 눈에 띄게 늘어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1인 미디어 세상에 쏟아지고 있는 4050 유튜버. 40~50대야말로 유튜버 하기 딱 좋은 나이다.

<이양지TV> 이양지
우리나라에 최초로 매크로바이오틱을 소개한 이양지 요리연구가는
약 1년 반 전,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19년 동안 요리연구가로 활동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쉽고 예쁘게 완성할 수 있는 매크로바이오틱 레시피를 공개한다.

<이양지TV>는 어떤 채널인가? 최근 4~5년 사이 건강식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가공식품이 늘어나면서 음식의 질이 나빠졌기 때문이죠. 자연과 동떨어진 생활에 불편을 느끼고, 이게 악화되면 병이 되니까요. 매일 몸이 찌뿌둥하거나 피곤이 풀리지 않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불편한 증상이 점차 심해지면서 먹거리를 바꾸려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죠. 이 덕분에 제 채널도 함께 관심을 받고 있어요.

유튜버의 시작은? 오랫동안 쿠킹 클래스를 진행했어요. 하고 싶은 요리가 너무 많아 클래스로는 해소가 되지 않더라고요. 더불어 더 많은 사람이 매크로바이오틱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몸에 이로운 음식도 얼마든지 쉽고 간편하고 예쁘게 만들어 즐길 수 있는걸요.

어려움은 없었나? 촬영이나 편집 모두 1인 교습으로 배웠어요. 첫 촬영은 쿠킹 스튜디오 직원과 둘이 우여곡절 끝에 완성했죠. 수업을 진행하면서 유튜브 촬영과 편집까지 하려니 점점 힘에 부치더라고요. 결국 지금은 전문가와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애정을 주는 구독자는? 40~50대 분들이 많이 봐주세요. 건강한 음식이라 만들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따라 하기 쉽고 완성 요리가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죠. 채널을 오픈할 당시, 구독자 수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어요. 숫자에 연연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 즐기면서 영상을 업로드했더니 구독자 수나 조회 수는 어느 순간 늘어 있더라고요.

<이양지TV>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채널에서 배울 수 없는 특화된 레시피! <이양지TV>에서는 제철 재료로 만든 건강한 식단과 메뉴를 볼 수 있죠.

가장 애정이 가는 영상은? ‘아이도 잘 먹는 된장국 끓이기’예요. 아들과 함께 촬영해 특히 기억에 남죠. 마흔셋 나이에 낳아서 지금 여덟 살 된 아들인데, 아이와 함께 밥을 짓고 찌개도 끓였더니 촬영한다기보다는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기분이 들더군요.

콘텐츠 기획에 대해 조언한다면? 저는 영상 콘셉트를 잡을 때 계절에 맞는 식재료를 선정하고, 그 재료로 할 수 있는 요리를 고민해요. 그러다 보면 항상 제가 먹고 싶은 요리로 결정하게 되죠.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할 법한 소재가 무엇인지 보여요. 하지만 저는 본인이 좋아하는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나은 방향이라고 믿고 있어요. 좋아하는 걸 공유하고 전달하다 보면 어느새 더 열심히 잘하고 있을 테니까요.

 

 

<뽀따TV> 김보연
김보연은 ‘얼굴도 마음도 예뻐지는 뽀따TV’라는 채널 슬로건을
사람으로 구현해 놓은 듯한 모습이다.
53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긍정 에너지와 텐션으로
똘똘 뭉친 그녀가 16만 명 구독자의 몸과 마음을 토닥여준다.

<뽀따TV>의 시작은? <언니의 독설>의 저자 김미경 강사가 친언니예요. 언니의 권유로 <김미경TV>에 출연해 40~50대를 위한 동안 메이크업을 선보인 적이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큰 관심을 받았죠. 대부분의 뷰티 가이드는 아직까지 젊은 층 위주로 만들어져요. 하지만 20~30대와 중·장년층의 피부는 젊은 세대와 완전히 다르잖아요. 젊은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로는 제 또래 구독자들이 정보를 얻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기초 관리부터 마사지, 메이크업까지 중·장년층을 위한 가이드를 제가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죠.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은? 사명감이 컸어요. 1명이 보더라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었거든요. 40~60대는 갱년기를 겪는 나이예요. 이때는 미모나 건강을 잃는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한 분들이 주위에 많아요. 하지만 저는 이 시기야말로 더 멋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도록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었어요. 진정성이 느껴졌는지 단순히 메이크업 노하우가 궁금해 영상을 본 분들이 나중에는 자신을 가꿀 줄 알게 되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자존감도 높아졌다고 해요. 제 채널 덕분에 워킹 우먼으로 복귀했다는 분도 있었어요.

중·장년층 유튜버의 장점은? 저는 선교 단체에서 사역을 한 경험도 있고, 옷을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어요. 피부 관리실을 운영하기도 했고요. 이런 수많은 경험의 집합체인 제 인생이 모두 콘텐츠가 되더라고요. 살아온 세월이 길수록 콘텐츠 기획 면에서는 더 유리해요. 살아온 경험이 곧 콘텐츠입니다.

가장 애정이 가는 영상은? ‘갱년기를 다스리는 마음 마사지’ 편이요. 갱년기의 가장 큰 문제는 지친 마음이에요. 누군가와 소통하며 마음 마사지를 받으면 동기부여가 돼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죠.

콘텐츠를 선정하는 방식은? 이전에는 내게 양식이 되는지, 유익한지를 따졌다면 이제는 무엇을 경험하든 어떤 걸 나누고 어떻게 전달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요. 우리 나이의 사람들이 가장 못하는 걸 파고들면 조회 수를 높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40대 이상 여성이 어려워하는 헤어 스타일링을 간단하게 소개한 콘텐츠만 해도 조회 수가 2백만 회가 넘었어요.

중·장년 유튜버 꿈나무들에게 한마디. 내가 할 수 있을지, 잘할지 고민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부딪혀보세요. 유튜브 채널 운영을 고려하는 분이라면 이미 무엇인가 사람들한테 전달하고 싶은 게 마음속에 있을 거예요.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Hong’s MakeuPlay> 홍현정
메이크업 아티스트 홍현정은 잡지나 광고 업계에서 20여 년간 활동한 베테랑이다.
굵직한 셀럽들의 메이크업을 담당해온 그녀가 최근 유튜브 채널 <Hong’s MakeuPlay>를 통해
셀렙들의 메이크업 GRWM 영상을 올리며 구독자 수 8만 명을 기록했다.

유튜버로 변신한 이유는? 오래전부터 메이크업을 가르치는 쪽으로 전향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교단에 서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고요. 그런데 세상이 바뀐 거예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노하우를 나누고 싶다고 해서 굳이 학교라는 장소에 연연할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음가짐의 변화가 있었나? 채널을 만들 때부터 채널의 흥망성쇠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어요. <Hong’s MakeuPlay>가 구독자 1백만 명의 유튜브 채널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 채널만의 마니아가 생긴다면 그것으로 온전히 만족하죠. 저는 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건강하고 아름답고 내추럴합시다’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이 채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 안에서 제가 강한 신뢰를 얻고, 궁극적으로 구매로 이어지는 견고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어요.

구독자에 변화가 있다면? 메이크업 콘텐츠라 처음에는 20~30대 구독자가 많았어요. 굉장히 좋은 구독자 층이죠. 그런데 근래 40~50대가 많이 유입되고 있어요. 제 또래가 제 채널에 모이는 건데, 그분들은 <Hong’s MakeuPlay>를 메이크업 채널로만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갱년기를 지나면서 거치는 생각이나 고민들,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을 담은 댓글이 많아요. 저 역시 꼭 메이크업에 관한 이야기만 기대하지 않아요. 구독자들이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인기가 많았던 영상은? 셀럽이 함께한 영상이 조회 수가 높은데, 최근에 셀럽 없이 큰 주목을 받은 콘텐츠가 있어요. ‘Do & Don’t’ 시리즈인데, 얼굴을 반씩 나눠 하지 말아야 할 메이크업과 따라 하면 좋은 메이크업을 동시에 보여줘요.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은 생각도 못 했죠.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에 제작한 영상인데, 제게 큰 선물이 되었어요.

아쉬운 부분은 없나?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조회 수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생겨요. 구독자는 대부분 눈으로 봤을 때 효과가 즉각 나타나는 요소를 좋아하거든요. 예를 들면 ‘Do & Don’t’ 시리즈 안에도 피부 표현에 관한 이야기가 있고, 아이섀도나 블러셔 등 메이크업 포인트에 관한 내용이 있어요. 무조건 후자가 조회 수가 높아요. 보다 근본적이거나 철학을 담은 이야기보다 가시적으로 효과가 있거나 보기에 예쁜 콘텐츠가 인기가 좋을 때는 많이 아쉽죠.

유튜버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 당장 시작하세요. 할까 말까 고민 중이라면 무조건 하세요. 사람들과 공유할 콘텐츠가 있다면 걱정은 뒤로 미루고 일단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잘 안 되면 그때 그만둬도 늦지 않으니까. 특히 40~50대는 대부분 자기만의 전문 분야가 있어요. 젊은 크리에이터가 갖지 못한 장점이죠. 또 중·장년층은 유연성과 연륜이 있기 때문에 콘텐츠 안에서 더 빛날 수 있어요.

크리에이터로서 목표는? 제가 추구하는 메이크업과 라이프스타일 철학을 담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메이크업을 많이 걷어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민낯과 진짜 얼굴, 본모습을 좀 더 자신 있게 드러내길 바라요. 각자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개성을 찾는 메이크업 노하우가 필요할 테죠. 더불어 오프라인에서도 강연하고 싶어요.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은 꿈은 계속 키워나갈 거예요. 지금의 유튜브 채널 운영은 또 하나의 과정일 수 있으니까요.

 

 

<데일리미라클> 정은주
스튜디오에 조곤조곤 말소리가 울렸다. 세상 곳곳의 신기한 화장품을
모두 리뷰해 소개하고 싶다는 뷰티 크리에이터 정은주의 목소리다.
유튜브 채널을 오픈한 지 6개월 만에 4만 명의 구독자를 모은 그녀는 매일
숨 가쁘게 달리고 있는 요즘이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유튜버를 꿈꾸게 된 계기는? 유튜브를 달고 살았어요. ASMR, 먹방 콘텐츠를 보며 대리 만족을 얻곤 했죠. 어느 날 읽고 있던 책에서 한 문장을 발견했어요. ‘좋아하는 걸 할 때 소비자의 마음 대신 생산자의 마음을 가져라’라는 문장이었죠. ‘나도 유튜
브 콘텐츠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진입 장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잖아요. 나도 이렇게 하루 종일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데, 내 콘텐츠를 봐주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없나? 채널을 오픈하고 3~4개월 동안은 구독자가 1천 명도 되지 않았어요. 지난 9월 이후 2개월 만에 급속도로 성장한 거죠. 신의 한 수 라고 할 영상이 있었어요. ‘레틴A’라는 안티에이징 크림과 ‘들기름 팩’ 영상이에요. 이 영상을 올린 후 구독자가 1천 명을 넘더니 일주일 만에 1만 명으로 늘었어요. 짧은 시간에 인기를 얻어서 그런지 콘텐츠마다 조회 수에 편차가 있는 편이라 요즘은 안정화할 방향을 많이 고민하고 있죠. 그동안은 40대 구독자가 많았는데, ‘블랙 헤드 제거’ 영상 이후로 20대 구독자도 늘었어요. 이 일을 계기로 뷰티는 나이나 성별과 무관하다는 걸 알게 됐죠. 구독자 중 남성의 비율도 생각보다 높아요. 지금은 콘텐츠별로 어떤 구독자가 관심을 보이는지 조사하고 실험해보는 단계인 것 같아요.

<데일리미라클>의 강점은? 주변에서 신뢰가 간다는 말을 많이 해주세요. 제가 호기심이 많아 자료 조사를 철저히 하는데, 이를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하게 설명하죠. ‘레틴A’ 역시 이미 잘 알려진 크림인데, 저는 의학 전문 서적에서 효능을 발췌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어요. 또 댓글로 질문이 올라오면 자세하게 설명해요. 사이트를 찾아서 링크해두기도 하고요. 60대 어느 분은 댓글 대신 SNS 메시지를 보내셨어요. 본인이 인터넷을 이용할 줄 모르니 제품을 대신 주문해줄 수 없느냐는 내용이었죠.(웃음) 바로 주문해드렸어요.

조회 수를 높이는 노하우가 있다면? 시대가 원하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걸 공략해야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시대도 원할 경우가 최상이고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소재를 다루면 순식간에 핫해질 때가 있어요. 다만 반드시 먼저 경험해봐야해요. 논란을 낳을 만한 소재는 유튜버에게 필요악이에요. 하지만 이를 잘 공략한다면 조회 수를 높이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초창기에는 맞구독도 많이 하고 댓글도 열심히 달아야 해요. 다른 크리에이터와 소통하는 거죠. 그 후에 어느 정도 구독자를 확보하면 그때부터는 자신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세요.

40대 이상 유튜버의 장점은? 세대 간 공통 화두가 있잖아요. 안티에이징, 재테크, 자녀 교육 이 세 가지 주제는 중·장년층 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예요. 많은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데, 정작 콘텐츠는 없는 편이죠. 그렇다고 20대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잖아요. 같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서 개성을 조금 더한다면 이를 소비할 독자가 넘친다는 이야기예요. 게다가 중·장년층 구독자들은 광고를 잘 스킵하지 않아서 높은 광고 수익도 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저 역시 별 생각 없이 유튜버를 시작했어요. 일단 시작하세요. 하다가 안 되면 그만두면 돼요. 손해 본 거라고는 투자한 시간 정도일 테니까요. 가까운 미래에 문자메시지나 메일 대신 유튜브로 소통하는 시대가 올 것 같아요. 일단 뛰어드세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언제든
그만두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요. 하지만 열정과 노력은 반드시 갖추세요. 그러면 바라는 만큼 성장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