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유기농? 대세는 클린!

바이러스는 세상을 변화시켰다. 사람들이 움직임을 멈추자 몸살을 앓던 지구가 스스로 회복의 움직임을 보였고, 크고 작은 차도가 눈에 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는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천연’이니 ‘오가닉’이니 하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기 위해 해당 성분만을 따지기 급급하던 편협한 태도에서 벗어나 성분은 물론이고 제작 공정, 패키징, 나아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기업 윤리에 이르기까지 보다 근원적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 이른바 ‘클린 뷰티(Clean Beauty)’가 새로운 핵심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클린 뷰티가 추구하는 바는 명확하다. 유효 성분 확보부터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 과정에 걸쳐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에 해를 입히지 않으며, 세대를 넘어 지속하더라도 윤리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지 면밀히 따져보는 것. ‘뷰티’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화장품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관통하는 가치다.

클린한 라이프스타일이란?

어렵게 생각할 건 없다. 조금만 신경 써서 주변을 살펴보면 누구나 쉽게 클린 뷰티를 실천할 수 있다. 값싸고 편해서 심지어 일회용까지 등장한 인공 스펀지 대신 미세 플라스틱을 배출하지 않는 ‘진짜’ 수세미를 사용하거나 화학물질이 층층이 쌓인 생리대를 버리고 면 생리대 같은 대안 용품으로 갈아타는 것, 정수기를 설치하거나 물을 끓여 마시는 습관을 들여 페트병 생수와 작별하는 것이다.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이미 시중에 프리메라 슈퍼 블랙씨드 콜드-드랍™ 라인 같은 클린 뷰티 제품이 출시되어 있다. 피부에 부담이 되는 불필요한 요소는 쏙 빼고 효능 성분을 최대한 안전하고 까다롭게 담은 포뮬러, 제품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개발한 지속 가능한 제조 공정, 불필요한 자원 손실을 최소화한 포장까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구샵 천연 통수세미 잘 자란 수세미를 말려 겉껍질만 벗겨냈다. 샤워나 설거지 등 용도에 맞게 적당한 크기로 잘라 사용한다. 2천5백원.

프리메라 슈퍼 블랙씨드 콜드-드랍™ 세럼 & 크림 선별된 흑미에서 자연 친화적 방법으로 추출한 탁월한 항산화 성분, 안토시아닌을 고스란히 담은 저자극 안티에이징 라인. 세럼 50ml, 5만3천원. 크림 50ml, 5만8천원.

한나컵 소형 & 중형 실리콘 생리컵 의료용 실리콘 100%로 만들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인체에 무해한 생리컵. 전 공정을 국내에서 제조해 믿을 수 있다. 소형 2만4천9백원, 대형 2만5천9백원.

 

건강한 피부를 위한 클린 레시피

클린하다는 것은 단순하게 깨끗하다거나 내추럴하다는 말로 규정할 수 없다. 오가닉의 식물 성분만이 이 범주에 속하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합성 물질보다는 식물이나 광물 또는 이들의 혼합물 같은 자연 성분을 의미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오히려 특정 성분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가공했는지, 재료 수급 과정에서 윤리적이고 공정하게 대가를 지불했는지를 더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우리가 마트에서 과일이나 채소를 고를 때 산지를 확인하고, 흠집이 난 곳은 없는지 하나하나 살피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그러므로 화장품을 고를 때도 더 이상 특정 기관이나 뷰티 앱이 정한 등급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어떤 성분으로 만들었는지, 생산지부터 가공 방법까지 조목조목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신선한 식재료는 그대로 먹어도 맛과 영양이 풍부하듯, 좋은 재료로 만든 화장품 또한 그 자체로 뛰어난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설화수 진설명작크림 진귀한 영지버섯과 인삼에서 추출한 액티브인삼셀™ 성분의 무한한 생명력을 듬뿍 담은 프레스티지 안티에이징 크림. 60ml, 80만원.

리리코스 마린 하이드로 앰플 EX_ 오리지널 605m 깊은 바닷속에 머무르는 청정한 해양심층수가 함유되어 피부에 강력한 보습효과와 풍부한 미네랄을 선사하는 수분 앰플. 5ml×12개, 11만원.

아모레퍼시픽 빈티지 싱글 익스트렉트 에센스 제주 돌송이 차밭의 찻잎을 1백 일간 자연 발효 ·숙성시킨 발효차에서 추출한 단 한가지 성분만을 오롯이 담아낸 항산화 에센스. 120ml, 17만원.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이웃, 지구, 미래의 후손까지, 클린 뷰티에서 말하는 ‘나를 둘러싼 환경’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돼 있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 할 수 있는 동물도 이 중 하나다. 그래서 많은 클린 뷰티 브랜드가 다양한 동물 보호 운동에도 앞장선다. 동물실험과 동물 학대, 나아가 동물성 원료 사용에 반대하는 ‘크루얼티프리’가 대표적이다. 지금 당장 육식을 끊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면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 채식을 하는 ‘마이크로 비거니즘’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매일 쓰는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에서 하나씩 동물성 재료를 배제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물건을 살 때도 우리 가족은 물론 다른 동물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깐깐하게 고르면 더 좋고!

프리메라 마일드 카밍 리퀴드 샴푸 포 독 부드러운 거품과 컨디셔닝 효과가 특징인 반려견 전용 저자극 샴푸. 380ml, 2만8천원.

컴펫니언 푸푸백 & 디스펜서 물에 녹는 특수 소재와 친환경 잉크를 사용해 변기에 버릴 수 있는 신개념 배변 봉투와 전용 디스펜서. 푸푸백 48매 1만2천원. 디스펜서 4천5백원.

그린블리스 코끼리 마스크 동물원과 동물을 이용한 트레킹 관광, 서커스, 그리고 코끼리 밀렵 행위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은 오가닉 코튼 소재의 마스크. 8천5백원.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꿈꾸며

화장품을 사용하면서 화장품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화장품의 품질은 법적으로 관리하는데, 법규상 내용물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포장하는 것 역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단,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화장품 제조사에서도 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친환경 캠페인 ‘러브 디 어스’의 일환으로 출시하는 프리메라의 알파인 베리 워터리 크림 한정판이다. 이 제품은 용기를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들 뿐 아니라 폐기 시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손쉽게 제거할 수 있고 자국이 남지 않는 스티커를 붙이며 국제산림관리협회(FSC)에서 인증한 종이와 식물성 콩기름 잉크를 사용한다. FSC 인증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경영하는 숲에서 자란 나무로 만든 친환경 지류를 사용한 사실을 인증하는 것으로 설화수 윤조에센스 상자도 이 종이로 만든다. 그런가 하면 헤라는 신제품 유스 액티베이팅 셀 세럼과 리뉴얼한 셀 에센스를 리필이 가능한 용기에 담아 출시하기도 했다.

프리메라 알파인 베리 워터리 크림 러브 디 어스 에디션 전남 순천만 생태 습지의 상징인 수달을 용기에 그려 넣은 알파인 베리 워터리 크림 리미티드 에디션. 100ml, 5만7천원.

 

나와 우리를 위한 쇼핑 스팟 3

더피커 @thepicker

대한민국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숍이자 카페.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지만, 이곳엔 포장된 물건은 없다. 필요한 물건은 용기에 덜어 무게를 재고 구매해 자신이 가져온 장바구니에 담아야 한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115 헤이그라운드 9층

얼스어스 @earth_us

빨대, 일회용 물티슈, 플라스틱 컵, 쇼핑백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디저트 카페. 친환경 식재료로 만든 바닐라빈 음료와 계절 한정으로 선보이는 제철 과일 케이크 등이 이곳의 인기 메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150(연남점)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65번길 148(해운대점)

곁애 @cafe.gyute

방황하는 청소년과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해 일하는 사회복지법인에서 운영하는 로스터리 카페로 핸드 드립 커피와 유기농 허브 티, 좋은 재료로 직접 담근 수제 과일청 음료 등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로 420-6

 

우리를 위한 지구, 지구를 위한 우리

플라스틱과 비닐,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기업과 정부, 개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실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스크 폐기물과 소독을 위해 무분별하게 쓰는 알코올 부산물, 그리고 포장과 배달 문화가 만들어낸 엄청난 양의 포장 쓰레기까지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이든 클릭 몇 번으로 집 앞에서 안전하게 배송받을 수 있는 택배와 음식 배달 서비스는 암울한 팬데믹 상황에서 한 줄기 희망으로 여겨졌지만,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는 우리 산과 들과 바다를 병들게 하고, 결국 우리 생명까지 위협할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방관할 수만은 없다. 우리의 지구를 구하는 건 크고 대단한 의지가 아니라 아주 작은 실천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늘 당장 새벽 배송 주문을 멈추고, 장바구니를 챙겨 마트로 향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분명 보다 깨끗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