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기농 과일과 채소를 삶고 갈아 착즙한 주스로 디톡스 다이어트를 한다는 지인들이 꽤 많았다. 에디터 역시 몇 가지 해독 주스 프로그램을 시도해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의 말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살이 빠져서 옷을 새로 사야 한다는 얘기는 없었다. 다만 안색이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졌으며(체중이 준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활기가 돈다는 간증이 대부분이었다. 다이어트라는 현대사회의 고질병 뒤에 가려져 있던 ‘해독’ 주스의 진짜 면모를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면역력이 세계적으로 화두가 된 요즘, 전문가들은 약이나 물리적인 방법 이외에 간편하게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식, 로 푸드(raw food)를 권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쉬운 것이 바로 주스. 로 푸드 요리 연구가이자 <주스 클렌즈> 저자인 전주리는 “채소와 과일의 영양을 가득 담은 생주스에는 비타민과 유황 화합물, 폴리페놀, 카로티노이드 등 항산화 영양소가 풍부해요. 피를 맑게 해주는 엽록소(클로로필)나 인체의 모든 생화학 반응에 작용하는 효소도 많이 들어 있죠. 열에 약하기 때문에 생으로, 날것 상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생주스는 가장 대표적인 로 푸드죠”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채소와 과일로 주스를 만들어야 할까? 파이토케미컬은 최근 주스 트렌드의 핵심 성분으로 떠올랐다. 그리스어로 식물을 뜻하는 ‘피토(phyto)’와 화학물질을 뜻하는 ‘케미컬(chemical)’이 합쳐진 단어로 식물이 병원균이나 해충, 곰팡이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만들어내는 식물 영양소를 말한다. 그중 최근 떠오르는 파이토케미컬은 양배추와 케일, 브로콜리에 다량 함유된 설포라판, 키위의 퀘르세틴, 셀러리의 아피제닌, 짙은 보라색을 띠는 채소나 과일에 풍부하게 함유된 안토시아닌, 노란색이나 주황색 채소나 과일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 등이다. 이 강력한 보호 물질들은 인체에 들어오면 항암, 항염, 항산화, 해독 작용을 한다. 암세포가 일으킨 돌연변이 세포나 손상된 DNA를 복구하기도 하고,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없애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을 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채소와 과일의 일일 권장 섭취량은 400g 이상. 한국영양학회의 일일 권장 섭취량은 채소 490g과 과일 200~300g이다. 몇 접시나 되는 많은 양을 꾸역꾸역 먹을 필요 없다. 갈고 짜서 주스로 마시자. 파이토케미컬 주스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몸속을 깨끗하고 건강하게 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마음껏 마시고 건강해지자. 아주 간편하게!

 

BRIGHT GREEN

항염과 항암 효과가 있는 그린 주스

파이토케미컬 중 대표적으로 알려진 항암 영양소는 설포라판이다. 암세포를 키우는 특정 단백질을 없애 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브로콜리와 양배추, 케일, 미나리 등 초록색 채소에 풍부하게 들어 있으므로 참고할 것. 키위와 적양파에는 퀘르세틴, 셀러리에는 아피제닌이 함유돼 있다. 식사 대용으로 먹거나, 공복감이 심하다면 아보카도를 함께 갈아 스무디처럼 만들어 먹어도 좋다.

재료 : 브로콜리 100g, 적양파 15g, 키위 1개, 파슬리 25g, 셀러리 50g, 레몬즙 2큰술, 물 100ml

STEP 1 모든 재료를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 준비한다.
STEP 2 브로콜리는 스팀기 또는 전자레인지에 넣고 2분가량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힌다.
STEP 3 적양파는 잘게 썬 뒤 찬물에 5분 정도 담가 매운맛을 덜어낸다.
STEP 4 키위와 파슬리, 셀러리는 잘게 썰어 믹서나 착즙기에 물과 함께 넣고 간다. 상큼한 맛을 원하면 레몬즙을 섞는다.

 

PURPLE

혈관이 건강해지는 항염 주스

우리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보통 활성산소를 꼽는다. 활성산소는 환경오염이나 화학물질, 자외선,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각종 성인병이나 노화를 일으키고 혈관을 공격해 상처를 낸다. 활성산소를 없애는 데 가장 효과적인 물질이 바로 파이토케미컬인 안토시아닌. 주로 짙은 보라색 채소나 과일에 많이 함유돼 있다.

재료 : 비트 100g 또는 자색 당근 170g, 블루베리 100g, 방울토마토 260g

STEP 1 비트나 자색 당근은 껍질을 벗기고 씻는다(생비트에는 독성이 있으므로 소화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면 스팀기에서 10분 정도 익힌 뒤 준비할 것).
STEP 2 블루베리와 방울토마토는 깨끗이 씻되 방울토마토는 꼭지를 제거한다. 달콤한 맛을 원하면 취향에 따라 사과를 넣는다.
STEP 3 단단한 비트나 자색 당근을 먼저 착즙기에 넣고 간 다음 나머지 재료를 넣고 간다.

 

RED

장이 튼튼해지는 소화 주스

비타민 C가 풍부한 딸기와 적양배추에도 파이토케미컬인 안토시아닌이 들어 있다.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시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항산화, 항염증 효과가 뛰어나다. 바나나는 칼륨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에게 알맞은 과일. 카카오의 떡잎인 카카오닙스는 블루베리의 10배가 넘는 항산화 효과가 있으며 비타민, 미네랄, 섬유소가 풍부해 주스나 스무디, 샐러드에 첨가하면 좋다. 새콤달콤한 맛이 나고 향이 강하지 않아 홈메이드 주스가 처음이라면 추천한다.

재료 : 적양배추 1/4통, 딸기 5~7개, 바나나 1개, 카카오닙스 1~2작은술

STEP 1 적양배추와 딸기는 깨끗이 씻되 딸기는 꼭지를 제거한다.
STEP 2 바나나는 껍질을 벗긴다.
STEP 3 카카오닙스는 취향에 따라 첨가한다.
STEP 4 모든 재료를 믹서에 넣고 간다.

 

WHITE

콜레스테롤 해독 주스

배, 무, 도라지 등 하얀색 과일과 채소에 든 파이토케미컬 안토잔틴은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낮추고,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물 대신 코코넛 워터를 넣으면 체내 흡수력이 높아진다.

재료 : 배 1개, 케일 100g, 바나나 1~2개, 코코넛 워터 100ml(물과 섞을 시 1:1), 생강 40g, 아몬드 등 견과류

STEP 1 배는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섞은 물에 5분 정도 담근 후 흐르는 물에 씻는다(과육보다 껍질에 면역력 강화 성분이 7배나 많이 들어 있으므로 껍질째 준비한다).
STEP 2 생강과 바나나는 껍질을 벗기되 생강은 깨끗이 씻는다.
STEP 3 씻은 케일과 배를 갈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STEP 4 배와 바나나, 생강을 코코넛 워터와 함께 믹서에 넣고 간다. 고소한 맛을 더하고 싶다면 코코넛 가루나 아몬드를 잘게 썰어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