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닉 구딸 유니버설 트리오 세트

 

아침에 일어났을 때 코끝을 자극하는 갓 구운 고소한 빵 냄새, 퇴근하는 골목길 어느 집 담장을 넘어오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 썸 타던 그 남자의 차 안에서 나던 묵직한 머스크 향, 사랑하는 사이에서만 알 수 있는 진한 살냄새 등 좋은 냄새나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거나 갑자기 식욕이 돋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어쩌면 우리가 매일 숨을 쉬면서 마시는 모든 공기에는 향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향기는 뇌를 자극해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어떤 향기는 식욕이나 성욕 같은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마시는 숨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특별한 냄새나 향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특히 외출이나 여행이 힘든 요즘, 가장 위로가 되어주는 것이 향기 아닐까? 전문가에게 받는 향기 테라피는 아니어도, 매일 다른 향기를 혹은 익숙하고 편안한 향기를 입으며 마치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누릴 수 있다. 지금 당장 떠날 순 없지만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상상해보자. 가장 먼저 떠올린 곳은 아침부터 드리우는 강하지만 따스한 햇살과 어딜 가나 느껴지는 신선하고 상쾌한 풀 향기 그리고 방금 짜낸 오렌지 주스가 잘 어울리던 미국 캘리포니아.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해변이 있어 한여름에 좋은 곳이지만 연중 기후가 따스해 마치 서울의 봄날 오후 같다. 이런 기분을 오래 즐기고 싶다면 만다린, 레몬, 베르가모트가 톱 노트를 이루는 시트러스 계열 향수가 딱. 손목과 발목 안쪽에 한 번씩 뿌리고 비슷한 향기의 핸드크림을 바르면 이상적이다. 기분 좋은 시트러스 향 덕분에 기분이 한껏 달뜨면서 노곤하거나 피곤한 느낌을 한결 덜 수 있다. 푹푹 찌는 열기와 높은 습도마저 그리울 정도로 태국 방콕에 가고 싶을 때면 이국적이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향이 떠오른다. 바로 태국 시내 어딜 가나 맡을 수 있는 인센스 스틱의 독특한 향기.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살균, 공기 정화, 벌레 퇴치 효과가 있어 동남아시아에서 즐겨 피우는 이 향은 우리에게 ‘절 냄새’로 익숙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인센스 스틱이 많이 등장해 사랑 받고 있지만, 층고가 낮고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우리나라 아파트에서 피우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향이다. 후덥지근한 공기를 마시며 길거리에서 수박이나 망고 주스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갈증이 해소되던 방콕의 느낌을 향으로 재현할 수도 있다. 우디, 파촐리, 앰버가 베이스 노트를 이루며 라벤더와 로즈메리 같은 아로마를 미들 노트와 톱 노트에 사용하고 블랙 커런트나 자몽 같은 워터리 향을 가미한 향수가 제격이다. 땀 냄새와 기분 나쁜 체취도 잡아주는 이런 향수는 살에 직접 뿌리기보다는 공기 중에 분사해서 향이 자연스럽게 배도록 하는 것이 좋다.

좀 더 파우더리하고 우아한 느낌의 향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가장 그리운 여행지는 단연코 프랑스 파리일 터. 향수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파리 여성들의 스타일처럼 자연스러우면서 세련된 느낌의 향만으로도 파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집 안에 다양한 향의 향초를 피우거나 욕실에 디퓨저를 놓는 것만으로도 마치 파리 마레 지구의 작은 아파트에 잠시 머무는 느낌이 든다. 무화과 향의 캔들이나 싱그러운 들장미 향을 담은 디퓨저라면 금상첨화다. 파리지엔의 기분을 더 오래 느끼고 싶으면 입욕 시 목욕물에 향수를 한두 방울 떨어뜨리는 것이 좋은데, 관능적인 재스민과 앰
버, 머스크가 어우러진 향이라면 어떤 패션 스타일이든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평소 롤온 타입 향수를 가지고 다니면서 이런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을 내는 것도 일상을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 아닉 구딸의 유니버설 트리오 제품은 각기 느낌이 다른 향수 3종으로 구성돼 있어 그때그때 떠나고 싶은 여행지를 떠올리며 뿌릴 수 있다. 특히 쁘띠뜨 쉐리는 아닉 구딸이 스무 살을 맞은 딸을 위해 만든 향수로, 복숭아 향이 바닐라와 만나 달콤하면서도 부드럽고 은은하게 마무리되어 마치 뉴욕 5번가에 있는 특급 호텔에 들어섰을 때의 설렘을 느끼게 한다.

어떤 여행이든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보다는 준비하는 과정과 떠나기 전의 설렘으로 그 매력이 배가된다. 향기 역시 마찬가지다. 한 가지 향을 고집하기보다는 그때그때 기분과 컨디션, 장소에 따라 다양한 향을 찾아 상상하고 또 직접 맡아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기분 전환이 될 것이다. 자, 이제 향과 함께 떠나는 일만 남았다.

 

아닉 구딸 유니버설 트리오 세트

아닉 구딸 유니버설 트리오 세트 쁘띠뜨 쉐리 EDP 10ml + 에뚜왈 뒨 뉘 EDP 10ml + 떼뉴 드 스와레 EDP 10ml, 8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