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마스크 착용의 여파일까. 한동안 아이 메이크업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번에는 눈가를 빙 둘러 색으로 채운 스모키 메이크업이 대세다. 형태도 다양하다. 디스코풍의 스모키 아이부터 미래적인 느낌의 실버 스모키까지, ‘스모키’라는 카테고리만 유지한 채 다양하게 변주된 모습으로 등장해 눈을 즐겁게 한다. 펜슬 아이라이너를 이용해 번진 듯한 느낌으로 연출한 스모키 아이는 소녀 같으면서도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선명한 리퀴드 아이라이너를 활용한 룩은 깔끔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아이섀도만으로 표현한 스모키 아이는 몽환적이면서도 섬세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다양한 룩 가운데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1990년대의 영향을 받은 그런지 스모키 룩. 빅토리아 베컴을 비롯해 이자벨 마랑과 에트로의 모델들은 블랙 펜슬 아이라이너를 위아래 아이라인에 번진 듯 발라 1990년대 소녀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 심지어 사랑스러움이 생명인 브라이덜 컬렉션 쇼에도 스모키 아이가 등장했다. 주하이르 무라드 쇼의 모델들이 블랙 아이섀도로 눈두덩을 넓게 채우고 블랙 펜슬 라이너로 언더라인을 꼼꼼히 메운 채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것. 강렬한 눈매와 내추럴 웨이브 헤어, 누드 톤의 입술은 베네치아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드레스와 색다른 조화를 이루며 고혹적인 신부의 모습을 그려냈다.
한편, 샤넬과 디올은 약간 변주한 스모키 룩을 선보였다. 언더 아이라인을 길고 두껍게 그려 1960년대에 유행한 디스코풍 메이크업을 완성한 것. 마치 이번 가을·겨울 시즌 트렌드인 캐츠 아이와 스모키를 접목한 듯한 느낌이다. 컬러를 활용한 스모키 메이크업도 눈길을 끈다. 마크 패스트의 모델들은 다소 미래적인 트렌드와 스모키 메이크업을 접목해 반짝이는 실버 스모키 룩을 선보였고, 데이비드 코마의 모델들은 블루 아이라이너로 깔끔한 스모키 룩을 완성했다.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모델들은 그린, 퍼플 등 색색의 컬러로 눈두덩이와 언더 아이라인을 넓게 채운 팝아트풍 메이크업으로 시선을 끌었다. 이렇듯 다양한 시도 속에서도 변치 않는 공통점은 정교한 피부 표현과 누트 톤 입술이다. 대부분 잡티 없이 매트한 피부와 깔끔하게 정돈한 입술로 눈으로 가는 시선을 방해하지 않은 것. 컨실러로 눈에 띄는 잡티를 가린 뒤 피부 톤을 정돈하고 유분을 없애줄 파운데이션을 얇게 펴 바르고 매트한 누드 톤 립스틱으로 마무리하면 한결 세련된 스모키 메이크업을 완성할 수 있다. 립스틱은 번진 듯 퍼뜨리기보다 깔끔하게 바르는 것이 더 잘 어울리니 기억해둘 것. 스키아파렐리 쇼의 모델들처럼 립스틱보다 한참 어두운 색의 립 라이너로 입술 선을 강조한 메이크업도 등장하긴 했지만 현실에서 접목하기엔 어려울 듯하다. 립스틱과 유사한 컬러의 립 라이너로 입술 선을 깔끔하게 정돈한 뒤 립스틱을 채워 바르는 방법도 있다. 만약 특별한 곳에 가서 마스크를 벗을 일이 있거나 고혹적인 느낌을 내고 싶다면 폴 코스텔로 쇼의 모델들처럼 레드 립을 선택해보길. 블러셔는 되도록 생략하거나 브라운 혹은 코랄 계열로 은은하게 표현하는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